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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31권, 정조 14년 8월 10일 무오 3번째기사 1790년 청 건륭(乾隆) 55년

장흥 사람 신여척이 이웃집 형제간의 싸움을 말리다 살인한 죄를 의논하다

장흥(長興) 사람 신여척(申汝倜)이 이웃집 형제가 서로 싸우는 것을 보고 참다못해 발로 차서 죽게 하였는데, 형조가 심문하여 법에 넘길 것을 청하였다. 판부하기를,

"항간에 이런 말이 있다. 종로거리 연초 가게에서 짤막한 야사를 듣다가 영웅이 뜻을 이루지 못한 대목에 이르러 눈을 부릅뜨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풀베던 낫을 들고 앞에 달려들어 책 읽는 사람을 쳐 그 자리에서 죽게 하였다고 한다. 이따금 이처럼 맹랑한 죽음도 있으니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주도퇴(朱桃椎)042)양각애(羊角哀)043) 같은 자들이 고금을 통하여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여척(汝倜)은 바로 주도퇴양각애 같은 무리이다. 형제끼리 싸우는 옆집 놈들을 목격하고 불덩이 같은 의분이 끓어올라 지난날 은혜를 입은 일도 없고 오늘날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별안간 벌컥 화가 나는 김에 싸우는 와중에 뛰어들어 상투꼭지를 거머쥐고 발로 차면서 이르기를 ‘동기간에 싸우는 것은 윤리의 변괴이다. 너의 집을 헐고 우리 마을에서 쫓아내겠다.’고 하였다. 곁에서 보던 사람이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책망하자, 그는 곧 말하기를 ‘나는 옳은 말로 말리는데 그가 도리어 성냈고 그가 발로 차기에 나도 발로 찼다.’고 하였다. 아, 신여척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법을 맡은 관리도 아니건만 우애 없는 자의 죄를 다스렸다는 것이 신여척을 두고 이른 말이 아니겠는가. 수많은 사형수를 처리하였으나 그중 기개가 있고 녹록하지 않은 자를 신여척에게서 보았다. 신여척이란 이름이 과연 헛되이 얻은 것이 아니다. 신여척을 방면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1책 3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164면
  • 【분류】
    사법(司法) / 윤리(倫理)

  • [註 042]
    주도퇴(朱桃椎) : 당나라 때의 은사.
  • [註 043]
    양각애(羊角哀) : 춘추 시대 초나라의 열사.

長興申汝倜, 見隣人兄弟相鬨, 奮身踢之, 至死。 刑曹請訊推置法。 判曰: "諺有之, 鍾街烟肆, 聽小史稗說, 至英雄失意處, 裂眦噴沫, 提折草劍直前, 擊讀的人, 立斃之。 大抵往往有麥浪死, 可笑。 殺朱桃, 椎羊角哀者流, 古今幾輩? 汝倜者, 之徒也。 目攝鬩墻潑漢, 斗湧百丈業火, 往日無恩, 今日無怨, 瞥然艴然之間, 趕入滾鬪場中, 捉髻而踢曰: ‘同氣之鬪, 倫常之變。 毁爾廬, 逬吾里。’ 傍之觀責汝何干, 則曰: ‘吾義彼反怒, 彼踢吾亦踢。’ 噫! 汝倜死也休怕, 非士師而治不悌之罪者, 非汝倜之謂哉? 錄死囚凡千數百, 其倜儻不碌碌, 於汝倜見之。 有以哉! 汝倜之名, 不虛得也。 汝倜放。"


  • 【태백산사고본】 31책 3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164면
  • 【분류】
    사법(司法)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