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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104권, 영조 40년 9월 26일 을해 2번째기사 1764년 청 건륭(乾隆) 29년

사도 세자의 일은 대의였음을 하교하다

임금이 공묵합(恭默閤)에서 세 대신을 소견하고, 하교하기를,

"아! 나날이 더욱 쇠해지고만 있는데 29일이 머지 않았으니 어떻게 차마 지나칠 수 있겠는가? 오늘 이 공묵합에 앉아 경들을 부른 것은 이날을 그냥 넘기지 않으려는 뜻이다. 임오년250) 의 대의(大義)를 만약 통쾌하게 유시하지 않았더라면 윤리가 그때부터 폐지되었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만고에도 없는 지경을 당하고 그의 아버지가 만고에도 없는 의리를 행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오늘날이 있었겠으며, 세손 역시 어찌 오늘날이 있었겠는가? 아! 동방이 망하게 되었으니, 비록 은혜를 베풀고 싶더라도 누가 은혜를 베풀겠는가? 그때 존재하느냐 망하느냐가 순식간에 달려 있었다. 너의 조모가 없었더라면 어찌 오늘날이 있겠으며 너의 조부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이 일을 분변해낼 수 있었겠는가? 일이 이와 같았기 때문에 너의 아비의 호(號)를 회복시켜 묘(廟)를 세워주었고 너의 어미가 혜빈이라는 호를 받은 것이다. 너의 조모가 백세에 의리를 세웠으니, 일거에 종사가 다시 존재하고 의리가 크게 밝혀졌다고 하겠다.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는 조선이 어떻게 조선이 되었겠는가? 아! 너의 조모가 계실 때에는 차마 말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조용히 의리에 따라 처리하였다. 내가 의열(義烈)로 표시한 것은 너의 조모를 위한 것이 아니라 종사의 대의(大義)를 위한 것이다. 오늘날 신하가 만일 이 의리를 소홀히 여긴다면 윤리가 폐지될 것이다. 어찌 너의 조모뿐이겠는가. 장차 너를 어느 곳에다 두게 되겠는가? 아! 너의 어미도 대의를 알고 있었다. 네가 너의 어미 뜻을 따른 것은 단지 대의의 당연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니, 이는 천지의 변함없는 떳떳한 법이라고 하겠다. 너의 조모는 대의로 사직을 보호하였는데, 너의 어미가 너의 조모에게 털끝만큼이라도 이의가 없었던 것은 역시 이러한 의리 때문이었다. 후일에 만일 틈을 노려 참소하는 자가 있을 경우 조부와 손자, 어미와 자식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종묘 사직은 어떻게 되겠는가? 효경(梟獍)251) 과 같은 무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러한 무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대의를 참으로 알지 못한 자일 경우 쉽게 넘어가기 마련이니, 이게 분변하기 더욱 어려운 것이다."

하고, 세손에게 앉으라 명하고 누누이 밝게 유시하였다. 그리고 기주관(記注官)에게 명하여 일기(日記)에 기록하라고 명하였는데, 대신들이 말하기를,

"이는 바뀌지 않는 의리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0책 104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180면
  • 【분류】
    왕실-궁관(宮官)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친(宗親) / 역사-편사(編史)

    [註 250] 임오년 : 1762 영조 38년.[註 251] 효경(梟獍) : 효는 어미를 잡아먹는 올빼미, 경은 아비를 잡아먹는 파경(破獍)이라는 짐승. 흉악하고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임.

○上召見三大臣于恭默閤, 敎曰: "噫! 衰耗日甚之中, 二十九日不遠, 何忍過之耶? 其於今日坐此閤, 召卿等者, 亦不踰此日之意也。 壬午大義, 若不洞諭, 倫彝從此斁矣。 其母遭萬古所無之境, 其父行萬古所無之義。 不然予豈有今日, 世孫亦豈有今日? 吁嗟! 靑丘其將亡矣, 雖欲垂恩, 誰將垂乎? 其時存亡, 迫在呼吸。 無爾祖母, 則何有今日, 若無爾祖, 則何能辨此? 若此之故, 爾父復號而立廟, 爾母受惠嬪之號。 爾之祖母, 樹義百世, 可謂一擧而宗社再有, 義理大明。 不然則朝鮮豈復爲朝鮮? 嗟! 爾祖母在世時, 雖不忍諭, 今則從容處義, 予之表以義烈者, 非爲爾祖母也, 乃爲宗社之大義也。 今日臣子, 若忽此義, 倫彝斁矣。 豈徒爾之祖母? 將置爾於何地? 嗚呼! 爾母亦知大義, 爾之隨爾母志, 但見大義之當然者, 是可謂天經地緯。 爾之祖母, 以大義保社, 爾母之於爾祖母, 一毫無間者, 亦此義。 其於他日, 若有投抵者, 非徒祖孫母子之間, 無可謂, 將於宗社何? 梟獍之徒, 不足道也, 雖非此類, 其不眞知大義者, 則易於同歸, 此辨之尤難也。" 命世孫侍坐, 縷縷洞諭之。 命記注, 載于日記, 大臣等曰: "此不易之義理也。"


  • 【태백산사고본】 70책 104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180면
  • 【분류】
    왕실-궁관(宮官)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친(宗親)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