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에서 《대학》을 강함에 왕세손이 시좌하다
임금이 경현당에 나아가 조강(朝講)하여 《대학(大學)》을 강하니 왕세손이 시좌(侍坐)하였는데, 임금이 문의(文義)를 물었다. 세손이 〈《맹자》 양혜왕(梁惠王)편의〉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좌우를 돌아보며 다른 말을 하였다.[顧左右言他]’는 장(章)을 외니, 임금이 말하기를,
"제나라 선왕이 좌우를 돌아본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이는 자기의 죄(罪)를 인정하고 부끄럽기 때문에 대답을 못한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돌아보며 다른 말을 한 것은 무슨 뜻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만약 돌아보지 않는다면 다시 물을까 두려워서 그런 것입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이 생(栍)070) 은 순통(純通)이라고 할 만하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백성이 풍족하면 임금이 어찌 부족하겠는가?’라는 뜻은 무엇을 말하는가?"
하니, 답하기를,
"백성이 풍족하면 나라는 저절로 풍족하게 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왕도(王道)를 행하는 것이 쉬운가?"
하니, 답하기를,
"선왕(宣王)처럼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오직 인정(仁政)을 행한다면 왕도(王道)를 행할 수가 있습니다."
하였다. 세손이 〈《맹자》 양혜왕(梁惠王)편의〉 호화장(好貨章)을 외우매, 임금이 말하기를,
"호색(好色)하지 않는 자는 누구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현자(賢者)는 호색하지 않습니다."
하였다. 강관(講官)이 말하기를,
"여색을 좋아하지 않고, 재물을 좋아하지 않은 임금은 누구입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우(禹)임금과 탕(湯)임금입니다."
하매, 말하기를,
"호색하고 호화(好貨)하는 임금은 누구입니까?"
하니, 답하기를,
"걸주(桀紂)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8책 99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95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
- [註 070]생(栍) : 생은 길이가 1촌(寸) 반의 둥근 나무에 통(通)·약(略)·조(粗)·불(不)을 각각 1자씩 쓴 것으로, 강(講)의 성적이 우등인 자에게는 통자생(通字栍), 그 다음은 약자생(略字栍), 그 다음은 조자생(粗字栍), 아주 성적이 좋지 못한 자에게는 불자생(不字栍)을 내어 우열(憂劣)을 구별함.
○上御景賢堂, 朝講《大學》, 王世孫侍坐, 上下詢文義。 世孫誦齊宣顧左右言他章, 上曰: "齊宣顧左右何也?" 對曰: "是己罪故愧未對矣。" 上曰: "顧而言他何意?" 曰: "若不顧, 則恐更問故然矣。" 上笑曰: "此栍可謂純通。" 上曰: "百姓足, 君誰與不足之意, 何謂也?" 曰: "百姓足則國自足矣。" 上曰: "王道行之易乎?" 曰: "不似宣王顧左右, 而惟行仁政, 則可行王道。" 世孫誦好貨章, 上曰: "不好色者誰也?" 曰: "賢者不好色。" 講官曰: "不好色不好貨之君, 誰也?" 曰: "禹ㆍ湯矣。" "好色好貨之君誰也?" 曰: "桀ㆍ紂也。"
- 【태백산사고본】 68책 99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95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