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영조실록 71권, 영조 26년 1월 9일 계축 1번째기사 1750년 청 건륭(乾隆) 15년

이조 판서 원경하 등이 인재의 양성에 대하여 아뢰다

이조 판서 원경하(元景夏)가 아뢰기를,

"귤을 내리시며 시를 짓게 하신 일은 국조(國朝) 3백 년 만에 다시 있게 된 훌륭한 일입니다. 조종조에는 이러한 훌륭한 일이 자주 있었기 때문에 한 시대 문사(文士)들이 모두 몹시 장려되어 인재가 성하게 배출되었습니다. 임금이 미리 배양하지 않으면 어떻게 위란(危亂)이 있을 때에 사람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사육신(死六臣)처럼 절의를 세운 선비들은 대체로 영묘(英廟)011) 께서 모아두고 배양하신 사람들입니다. 임진 왜란 때에도 이순신(李舜臣) 한 사람만 난리 중에 발탁된 사람이고 여타 충신 석보(碩輔)로서 끝내 중흥의 위공을 세운 사람은 이항복(李恒福)·이덕형(李德馨)·윤두수(尹斗壽)·윤근수(尹根壽)·유성룡(柳成龍)·이원익(李元翼) 같은 사람으로 모두가 선조 초년에 배양한 인재들이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선조조의 인재가 그렇게 성했는데도 지금 사람들은 매양 영묘조(英廟朝)보다 못하였다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였다. 원경하가 말하기를,

"영묘조는 우리 나라의 제일 으뜸가는 문명(文明)의 기회였기 때문에 도덕과 문장의 선비만 배출한 것이 아니라, 예악(禮樂)을 만들고 정비하는 시대라서 백공(百工)의 비상한 기능을 가진 자로 박연(朴堧) 같은 이들도 시대에 응하여 태어났으며 경쇠[磬]를 만드는 옥이나 율(律)을 만드는 기장[黍]이 역시 시대에 응하여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남양(南陽)의 옥과 해주(海州)의 기장도 그때에 나온 것들이다."

하였다. 원경하가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박연은 가슴과 배를 두드리며 음률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도 들었다."

하였다. 홍중효(洪重孝)가 말하기를,

"신이 몇 해 전에 명을 받들고 차왜(差倭)를 접대하느라 오랫동안 동래(東萊)에 머물면서 임진란 때에 송상현(宋象賢)이 사절(死節)한 일을 자세히 들었는데, 순·원(巡遠)012) 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하고, 원경하가 말하기를,

"송상현은 개성부 사람입니다.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장상(將相)과 귀척(貴戚)은 적의 궐정(闕庭)에서 머리를 조아리는데, 군병을 일으켜 적을 토벌하여 목숨을 바치고 멸족지환(滅族之患)을 당하는 자는 바로 먼 지방 변두리 고을의 임금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도 송서(宋書)를 보다가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개연한 생각이 들지 않은 때가 없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71권 2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360면
  • 【분류】
    인사(人事) / 인물(人物)

  • [註 011]
    영묘(英廟) : 세종(世宗).
  • [註 012]
    순·원(巡遠) : 당(唐)나라 현종(玄宗) 때 사람인 장순(張巡)과 허원(許遠). 현종 때 안녹산(安祿山)의 난에 어사 중승(御史中丞)인 장순과 수양 태수(睢陽太守)인 허원이 병사를 합쳐 안녹산을 막다가 성이 함락되자 잡히었으나 두 사람은 굴하지 않고 죽었음.

○癸丑/吏曹判書元景夏奏曰: "頒橘詩, 是國朝三百年再有之盛事。 祖宗朝頻有如許盛事, 故一時文學之士無不激勸, 人才蔚興。 爲人君者, 若不預爲培植, 則何以得人於危亂之際乎? 如六臣等立節之士, 蓋英廟儲養中人也。 壬辰之亂, 只一李舜臣卽臨亂拔擢之人, 而其餘忠臣、碩輔, 卒建中興之烈者, 如李恒福李德馨尹斗壽尹根壽柳成龍李元翼, 莫非宣廟初年培植之材也。" 上曰: "宣廟朝人材 如彼其盛, 而今人每謂不及於英廟朝何也?" 景夏曰: "英廟朝, 乃我朝一元文明之會, 故不但道德、文章之士輩出, 制作禮樂之時, 技藝百工之超常者如朴堧之徒, 應時而出, 造磬之玉、造律之黍, 亦應時而生矣。" 上曰: "南陽之玉、海州之黍, 亦其時所生也。" 景夏曰: "然矣。 至於朴堧, 則叩胸腹以叶樂律云矣。" 上曰: "予亦聞之。" 洪重孝曰: "臣年前奉命儐, 久留東萊, 詳聞壬辰亂時宋象賢死節事, 與巡無異。" 景夏曰: "宋象賢開城府人也。 朱子曰, ‘將相、貴戚, 頓顙賊庭, 起兵討賊, 殺身湛宗者, 卽遠方下邑人主不識面目之人。’ 此言誠是矣。" 上曰: "予亦見《宋書》, 至此未嘗不慨然也。"


  • 【태백산사고본】 53책 71권 2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360면
  • 【분류】
    인사(人事)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