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 이제담이 스스로 성인으로 여기는 마음으로 신하들을 경시하지 말 것을 청하다
장령 이제담(李齊聃)이 상소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신이 듣건대, 이제 삼왕(二帝三王)166) 은 천하의 대성인(大聖人)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성인이라고 여기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임금은 말하기를, ‘나의 잘못을 그대가 바루어 주어야 하니, 그대는 면전에서 순종하고 물러가서 뒷말이 있어서는 안된다.’ 하였고, 그 신하는 말하기를, ‘마음에 게으름이 없고 일에 황탄스러움이 없게 하며 단주(丹朱)167) 처럼 오만함이 없게 하소서.’ 했으며, 심지어 걸주(桀紂)의 난폭함도 오히려 거론하여 경계하면서 숨길 줄을 몰랐습니다. 위에서는 스스로 성인이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고, 아래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을 하도록 권면(勸勉)하는 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상하가 서로 미덥게 되어 지치(至治)를 보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후세의 경우에는 비록 영철(英哲)한 임금이 대강 평안한 정치를 이룬 경우가 있었으나, 스스로 자신의 공을 높이고 스스로 자신의 덕을 과장하여 충간(忠諫)하는 사람을 지나치게 들추어 낸다고 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충애(忠愛)하는 것이라고 하고, 오만스럽게 스스로 즐거워 하며 아무도 지신의 뜻을 어기는 이가 없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국가를 상망(喪亡)시키는 원인이 몸소 자초한 데에서 오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 시초를 돌아보면 둘로 자른 것처럼 분명할 뿐만이 아니니, 사람은 스스로 성인으로 여기는 마음 때문에 해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삼가 살피건대, 전하께서는 바야흐로 이제 삼왕을 사범(師範)으로 삼고 후세의 중주(中主)를 감계(鑑戒)로 삼고 계십니다. 그러나 스스로 성인으로 여기는 마음 때문에 간혹 신하들을 경시하는 뜻이 없지 않은 탓으로 한 마디 말과 한 가지 일이라도 간혹 마음에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그때마다 위노(威怒)를 행하기가 일쑤입니다. 이런 때문에 말을 진달하는 신하가 감히 마음에 품은 것을 다 아뢰지 못하고, 일을 맡은 신하도 좌우를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장차 온 세상이 아첨하면서 구차스럽게 용납되려는 사람으로 빠르게 변해 가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스스로 성인으로 여기지 않으시더라도 신하들이 장차 모두 전하께서 스스로 성인이 되도록 만들 것입니다. 옛날 우리 선조(宣祖)께서 연신(筵臣)들에게 하문하시기를, ‘나를 어떠한 임금에게 견줄 수 있겠는가?’ 하니, 모두 대답하기를, ‘요순(堯舜)과 같은 임금입니다.’ 하였으나, 유독 정언 김성일(金誠一)만이 아뢰기를, ‘요순(堯舜)도 될 수 있고 걸주(桀紂)도 될 수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선조께서 하문하시기를, ‘무슨 뜻인가?’ 하니, 김성일이 대답하기를, 전하께서는 타고난 바탕이 영준(英濬)하니 요순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언을 거절하고 스스로 성인으로 여기는 병통이 있으니 이는 걸주가 망한 이유인 것입니다.’ 하자, 선조께서는 얼굴빛을 고치셨습니다. 대저 김성일의 말은 망령되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할 만합니다만 성조(聖祖)께서는 이에 노여워하지 않고 가납(嘉納)하셨습니다. 지금 전하께서도 성조(聖祖)의 마음을 마음으로 삼아 비록 김성일 같은 사람이 있을지라도 노여워하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기꺼이 듣는다면, 태평스럽고 형통한 정치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마땅히 유의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52권 6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672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 / 왕실-국왕(國王)
○掌令李齊聃上疏, 略曰:
臣聞二帝三王, 天下之大聖也, 然而未嘗有自聖之心, 故其君則曰: "予違汝弼, 汝無面從。" 其臣則曰: "無怠無荒, 無若丹朱傲。" 甚至於桀、紂之暴亂, 猶且擧而爲誡, 不知其爲諱也。 上無自聖之心, 下有責難之誠, 故上下交孚, 保其至治, 而若後世則雖有英哲之君, 能成粗安之治。 然自高其功, 自大其德, 忠諫者謂之激訐, 諂佞者謂之忠愛, 傲然自樂, 莫汝予違, 而凡可以喪亡者, 無不躬駕而隨之, 回視其初, 不啻若兩截, 人由其自聖之心害之也。 竊瞷殿下方將以二帝三王爲之師範, 以後世中主爲之鑑戒。 然以其自聖之心, 或不無輕視群下之意, 一言一事, 或有不合, 威怒輒加。 由是而進言之臣不敢盡懷, 任事之臣左右顧瞻, 將擧一世而駸駸爲阿諛苟容之人矣。 殿下雖不自聖, 而群下將共成殿下之自聖矣。 昔我宣祖嘗問筵臣曰: "予可方何主?" 皆對曰: "堯、舜之君也。" 獨正言金誠一曰: "可以爲堯、舜, 可以爲桀、紂。" 上問: "何謂也?" 誠一對曰: "殿下天資英睿, 可學堯、舜, 但有拒諫自聖之病, 此桀、紂所以亡也。" 上爲之改容。 夫誠一之言, 可謂狂妄, 而聖祖不以爲怒, 爲之嘉納。 今殿下以聖祖之心爲心, 雖有如誠一者, 不以爲怒, 虛心樂聞, 則可以成泰亨之治矣。
批曰: "當留意。"
- 【태백산사고본】 38책 52권 6장 B면【국편영인본】 42책 67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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