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소대하다. 검토관 오수채가 《대학연의》를 읽다. 파할 때 감귤을 내리다
밤에 소대(召對)하였다. 유신(儒臣)인 검토관(檢討官) 오수채(吳遂采)가 《대학연의(大學衍義)》를 읽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연전에 보양관(輔養官) 이진망(李眞望)이 《소학(小學)》에 있는 성현의 아름다운 말을 초록(抄錄)하여 올렸으므로 원량(元良)에게 읽혔다. 지난번 원량이 저녁밥을 먹을 때에 내가 마침 원량을 불러오게 하였는데 입 안의 음식을 뱉어 내므로 옆에 있던 자가 물으니, ‘음식이 입에 있으면 뱉는다.’고 대답하였다. 능히 《소학》의 말을 거론하였으니, 참으로 기특하다."
하자, 오수채가 말하기를,
"동궁의 나이가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이미 글을 읽고 몸소 행하는 보람이 있으니, 예지(睿知)가 보통보다 뛰어남을 상상할 만합니다."
하였다. 오채수가 읽다가, ‘부모가 허물이 있으면’이라는 구절에 이르러 아뢰기를,
"군신 사이는 부자 사이와 같으나, 간쟁(諫諍)할 때에는 임금과 아버지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개 군신 사이에서는 의를 주장하므로 바른 것을 주장하여 범하는 것이 있을지언정 숨기는 것이 없는 것이니, 동렬(同列) 이하에 대해서도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을 감히 임금 앞에서 아뢰는 것은 다 임금을 사랑하는 정성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어버이에게 효성한 자는 반드시 임금에게 충성할 것이니, 그 마음은 한가지이다."
하자, 오수채가 말하기를,
"그 마음은 한가지일지라도 그 의리를 분별하여 지키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신하가 임금에게 대해서는 맞지 않으면 떠나고 잦으면 욕된다는 경계가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난번 풍원(豐原)003) 이 영기(營妓)를 쇄환(刷還)할 것을 아뢰었는데, 염치를 힘쓰게 하니 도리로서는 막지 않을 수 없었지마는, 상방(尙方)004) ·내국(內局)005) 소속도 첩으로 거느린 자가 있다 하니, 그 폐단이 어찌 단지 영기일 뿐이겠는가?"
하니, 참찬관(參贊官) 이중경(李重庚)이 말하기를,
"관기(官妓)를 첩으로 거느리는 것은 참으로 그릅니다. 그러나 햇수가 오래 지난 뒤에 혼인한 남녀도 쇄환을 면할 수 없다면 가엾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자녀를 낳은 자는 이미 논하지 말라고 하였다. 또 시종(侍從)·선전(宣傳) 이상이 천첩(賤妾)에게서 낳은 자식이 있으면 천구(賤口)를 대신 세우고 천역(賤役)을 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찌 법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이중경이 이어서 고성(高城)·용안(龍安)·봉화(奉化) 세 고을의 호장(戶長)이 말한 진상(進上)을 위한 무역(貿易)과 백성이 적고 군사가 많은 폐단을 아뢰니, 임금이 말하기를,
"호장은 미천할지라도 이미 민폐를 물었으니, 어찌 버려둘 수 있겠는가? 비국(備局)을 시켜 본도(本道)에 묻게 하라."
하였다. 파할 때에 임금이 감귤(柑橘) 한 반(盤)을 내리자, 여러 신하들이 각각 소매에 넣었다. 오수채가 이어서 성묘(成廟) 때에 성희안(成希顔)에게 감귤을 내린 고사(故事)를 아뢰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제 유신의 말을 들으니 나도 감동이 일어난다. 연신(筵臣) 중에서 누가 늙은 어버이가 있는가? 내일 다시 그 보낼 것을 마땅히 내리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48권 2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61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사급(賜給) / 왕실-종친(宗親) / 신분-천인(賤人) / 호구(戶口) / 정론(政論) / 윤리-강상(綱常) / 사법-법제(法制) / 군사-군정(軍政) / 재정-진상(進上)
- [註 003]
○夜召對。 儒臣檢討官吳遂采讀《大學衍義》。 上曰: "年前輔養官李眞望抄上《小學》聖賢徽言, 令元良讀之。 向日元良夕食時, 予適命呼元良, 吐哺以出, 在傍者問之, 答曰: ‘食在口則吐之。’ 能與《小學》, 語誠可奇也。" 遂采曰: "東宮年齡, 今纔五歲, 已有讀書體行之效, 可想睿知之出尋常也。" 遂采讀至父母有過句, 奏曰: "君臣猶父子, 而至於諫諍, 則君與父有異。 蓋君臣主義, 故以直爲主, 有犯無隱, 於敵以下, 不敢言者, 敢陳於君前者, 皆出於愛君之誠也。" 上曰: "然。 孝於親者, 必忠於君, 其心一也。" 遂采曰: "其心雖一, 其處義則不同。 臣之於君, 有不合則去, 數則斯辱之戒矣。" 上曰: "頃日豐原以營妓刷還事陳達, 其在勵廉恥之道, 不可不防閑, 而聞尙方、內局所屬, 亦有率畜者, 此其弊奚但營妓而已?" 參贊官李重庚曰: "官妓率畜, 誠非矣。 然年久之後, 男女嫁娶者, 亦不免刷還則可矜矣。" 上曰: "生産子女者, 已令勿論矣。 且侍從宣傳以上, 有賤産則許令代口免賤, 豈非法典乎?" 重庚仍奏高城、龍安、奉化三邑戶長言, 進上貿易及民少軍多之弊, 上曰: "戶長雖微, 旣詢民瘼, 何可置之? 令備局問于本道。" 臨罷, 上下柑橘一盤, 諸臣各納于袖。 遂采仍奏成廟朝成希顔賜橘故事, 上曰: "今聞儒臣言, 予亦興感。 筵臣誰有老親者乎? 明日更當頒賜, 其歸遺也。"
- 【태백산사고본】 36책 48권 2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6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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