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원·이태좌를 화해시키기 위해 이들과 그 아들 민형수·이종성에게 선온을 내리다
기로소[耆社]의 신하 봉조하(奉朝賀) 민진원(閔鎭遠), 판부사(判府事) 이태좌(李台佐), 지사(知事) 이기익(李箕翊)을 희정당(熙政堂)에서 인견(引見)하였다. 임금이 《오례의(五禮儀)》의 향로의(享老儀)에 ‘여러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면 찬자(贊者)가 일어나기를 청한다.’는 절목이 있다 하여 두 대신(大臣)에게는 각기 그 아들을 시켜 붙들고 들어오도록 명하고, 이기익은 액례(掖隷)106) 로 하여금 붙들고 들어오게 하였다. 이에 민진원의 아들 민형수(閔亨洙)와 이태좌의 아들 이종성(李宗城)이 각기 그 아비를 부축하여 섬돌에 올라 문에 이르자, 곡배(曲拜)하지 말도록 명하고 임금이 비로소 의자에 올라앉아 위유(慰諭)하고 관곡(款曲)하게 대접하였으며, 인해서 선온(宣醞)하였는데, 두 대신이 한 잔씩 마신 뒤에는 각기 그 아들로 하여금 대신 마시게 하니, 승지(承旨) 홍경보(洪景輔)가 아뢰기를,
"오늘은 바로 성대한 거사입니다. 두 대신의 아들이 이미 함께 들어왔으니, 청컨대 따로 한 잔씩 내려 주소서."
하니, 임금이 명하여 두 잔을 가져다가 그들로 하여금 마주 대하여 마시면서 유감을 풀도록 하고 이르기를,
"어찌하여 서로 다투느냐?"
하자, 이종성이 취하여 아뢰기를,
"민형수의 아비가 신의 아비와 함께 기로소에 들어갔으니, 신의 아비는 바로 그의 아비와 같습니다. 그의 상소에 신의 아비를 기롱한 말이 있었는데, 이는 불초(不肖)한 자식입니다."
하고, 이에 ‘저 당(黨)’이나 ‘이 당(黨)’이니 하면서 서로 용권(用權)하였다고 배척하면서 서로를 양보하지 않았는데, 이종성은 이미 너무 취하여 더 마실 수 없으므로 마침내 부축하여 나가도록 명하고, 민형수에게 두 잔을 모두 마시도록 명하고 이르기를,
"한 잔은 이종성을 대신하여 마시도록 하라."
하였다. 민형수가 어렵게 여기자, 임금이 민진원에게 권하도록 명하였다. 민진원이 아뢰기를,
"신이 본래 술을 좋아하니, 신이 신의 자식을 대신하여 마시는 것이 적당하겠습니다."
하니, 민형수가 어쩔 수 없이 두 잔을 모두 마셨다. 자리를 파(罷)함에 이르러 임금이 민진원·이태좌에게 의자 앞으로 나와서 서도록 명하고 손을 잡고 위유(慰諭)하고는 인해서 문피(文皮)를 내렸는데, 이기익에게도 내렸다. 세 신하가 물러나자 임금이 또 의자에서 내려와 전송하였다. 행 사직(行司直) 이의만(李宜晩)이 상소하여 늙고 병(病)이 들어 등대(登對)할 수 없다고 아뢰자, 임금이 부축하여 들어와도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비답하니, 이의만이 마침내 추후로 들어왔다. 임금이 위유(慰諭)하고 선온(宣醞)하고 문피(文皮)를 내리기를 모두 처음과 같이 하였다. 그리고 또 기해년107) 기로소의 여러 신하의 아들과 손자로서 사적(仕籍)에 있는 자는 각기 한 자급(資級)을 더하게 하고 자궁자(資窮者)108) 는 아마(兒馬)를 내려 주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1책 41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49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사급(賜給) / 인사-관리(管理) / 윤리-강상(綱常)
- [註 106]액례(掖隷) : 액정서(掖庭署)의 하례(下隷).
- [註 107]
기해년 : 1719 숙종 45년.- [註 108]
자궁자(資窮者) : 자급(資級)이 다한 자라는 뜻으로, 당하관(堂下官)의 제일 높은 품계에 있는 자를 이르는 말.○引見耆社臣奉朝賀閔鎭遠、判府事李台佐、知事李箕翊于熙政堂。 上以《五禮儀》 《享老儀》, 有群老扶杖入, 贊者請興之節, 命兩大臣各使其子扶入, 李箕翊則令掖隷扶入。 於是, 鎭遠之子亨洙、台佐之子宗城, 各扶其父, 陞階至戶, 命勿曲拜, 上降椅立俟。 三臣入就位, 上始升椅坐, 慰諭款接, 仍宣醞。 兩大臣一爵之後, 各使其子代飮。 承旨洪景輔曰: "今日乃盛擧。 二大臣之子, 旣同入, 請別賜一杯。" 上命取兩爵, 使之對飮以釋憾曰: "何爲相鬨耶?" 宗城醉曰: "亨洙之父, 與臣父同入耆社, 臣父卽其父。 渠疏有譏臣父語, 是不肖子也。" 於是, 以彼黨此黨, 互斥用權, 不肯相下, 而宗城業已醉甚不能飮, 遂命扶出, 命亨洙竝飮兩爵曰: "一爵代宗城飮之。" 亨洙難之。 上命鎭遠勸之, 鎭遠曰: "臣本嗜酒, 臣當代臣子飮之。" 亨洙不得已盡飮二杯。 臨罷, 上命鎭遠、台佐, 進立椅前, 握手慰諭, 仍賜以文皮, 竝及箕翊。 三臣退出, 上又降椅送之。 行司直李宜晩疏言, 老病不可登對, 上批以扶入何傷, 宜晩遂追入。 上慰諭宣醞, 賜皮竝如初。 又命己亥耆社諸臣子與孫在仕籍者, 各加一資, 資窮者賜兒馬。
- 【태백산사고본】 31책 41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42책 49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사급(賜給) / 인사-관리(管理) / 윤리-강상(綱常)
- [註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