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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보궐정오 21권, 숙종 15년 5월 4일 기해 2번째기사 1689년 청 강희(康熙) 28년

전 응교 박태보의 졸기

전 응교(應敎) 박태보(朴泰輔)를 죽였다. 박태보오두인(吳斗寅) 등과 더불어 상소하여 왕비를 폐하는 것을 간쟁하다가 임금의 위엄과 노여움에 저촉되었는데, 박태보는 상소를 짓고 썼기 때문에 오두인·이세화(李世華) 등과 함께 정국(庭鞫)을 당했다. 박태보는 직언(直言)으로 항거하고 조금도 굽히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형(刑)을 받음이 더욱 혹독하였다. 이미 여러 차례 엄형(嚴刑)을 받고, 또 화락(火烙)020) 과 압슬(壓膝)을 가하여 형벌의 독함이 다 갖추어지고 지독하여 몸이 모두 문드러졌으나, 정신은 끝내 흐트러지지 아니하여 대답하고, 서명(署名)하는 데 있어서도 반드시 꿇어 앉고 행동을 절도에 맞게 하였다. 밤이 깊어서 임금이 굽히지 아니할 것을 알고는 국문을 파하였는데, 곧 대신(大臣)의 말로써 절도(絶島)에 위리 안치(圍籬安置)하라고 명하였으나, 노량(露梁) 육신사(六臣祠) 옆 길에서 죽었고, 오두인도 극변(極邊)으로 귀양가다가 길에서 죽었으며, 홀로 이세화만 귀양갔다가 살아 돌아와서 신사년021) 에 이르러 인현 왕후(仁顯王后)가 승하하기 하루 전에 졸(卒)하였다.

박태보는 청명 특절(淸明特絶)한데다 경술(經術)까지 뛰어나 이치를 봄이 밝고 의(義)를 행함에 용감하며, 자율(自律)의 엄함은 척폭(尺幅)을 끊은 듯하고 자신(自身)의 독실함은 분육(賁育)022) 도 빼앗을 수 없었다. 아는 것이 뛰어나고 말과 의논이 강하고 과감하며, 상소하고 일을 논하는 데에 권귀(權貴)를 용서하지 아니하니, 맑은 이름과 곧은 도(道)는 경신년 사류(士類) 가운데서 첫번째가 되었고, 문장(文章)과 정사(政事)는 다만 그 곧은 도(道)의 찌꺼기에 불과하다. 세상과 합치됨이 적어서 벼슬길에 어긋났는데, 변고를 당함에 미쳐서 7척의 몸을 버리고 곤극(坤極)을 붙들어, 의연(毅然)히 강상(綱常)의 중함을 맡아서 뇌정(雷霆)에 부닥치고 정확(鼎鑊)023) 이 늘어 있는 데에도 편안한 자세로 떳떳한 법을 잃지 아니하였으며, 조용히 죽음에 나아가기를 낙지(樂地)에 나아가는 것과 같이하였으니, 세상에서 모두 그 충성을 가여워하고 그 절개를 장하게 여겼으며, 비록 평소에 망령되게 비난한 자라고 하더라도 모두 슬퍼하며 심복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우연히 창졸간에 이루어진 것이겠는가? 대저 가정 학문의 바름과 본래 수양의 돈독함을 속일 수 없음이 있는 것이다. 박태보의 형 박태유(朴泰維)도 문장에 능하고 대성(臺省)에 있으면서 곧은 이름이 있었는데, 당로(當路)024) 를 거슬러서 외방으로 내쳐졌다가 갑자기 죽으니, 아는 이가 그 명이 짧음을 애석하게 생각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2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211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사법-행형(行刑)

  • [註 020]
    화락(火烙) : 단근질하는 형벌.
  • [註 021]
    신사년 : 1701 숙종 27년.
  • [註 022]
    분육(賁育) : 맹분(孟賁)과 하육(夏育). 춘추 전국 시대의 용사(勇士)임.
  • [註 023]
    정확(鼎鑊) : 형구(刑具).
  • [註 024]
    당로(當路) : 집정자(執政者). 또는 요로(要路).

○殺前應敎朴泰輔泰輔吳斗寅等, 疏爭廢妃, 觸上威怒。 泰輔以製寫疏, 同斗寅李世華, 被庭鞫。 泰輔抗直, 言不少撓, 故受刑尤酷。 旣被累次嚴刑, 又加火烙壓膝, 楚毒備至, 體皆糜爛, 而神精終不迷。 置對署名必跪, 動止中節。 夜深, 上度不屈, 罷鞫。 旋以大臣言, 命栫棘絶島, 路死露梁六臣祠傍。 斗寅亦竄極邊, 道死。 獨世華赴謫生還, 至辛巳, 前仁顯賓天一日卒。 泰輔淸明特絶, 輔以經術。 明於見理, 勇於爲義, 自律之嚴, 尺幅截然, 自信之篤, 莫奪。 識解超詣, 言議剛果, 投匭論事, 不饒權貴, 淸名直道, 爲庚申士類中第一流。 文章政事, 特其糠粃, 與世寡合, 宦道蹇連, 及當變故, 捐七尺扶坤極, 毅然任綱常之重。 雷霆震薄, 鼎鑊森列, 而夷然不失常度, 從容就死, 如赴樂地。 世皆愍其忠而壯其節。 雖平日妄加雌黃者, 亦莫不懣然心服。 然此豈邂逅成就於倉卒間者哉? 蓋其家學之正, 素養之厚, 有不可誣矣。 泰輔泰維, 亦長於詞翰, 居臺省有直聲。 忤當路, 黜外遽歿, 識者惜其無年。


  • 【태백산사고본】 23책 2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211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