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유편》의 판본을 헐어 버리고 윤회를 사판에서 삭거하도록 하다
정언(正言) 이교악(李喬岳)이 아뢰기를,
"주자(朱子)가 일생 동안 공부한 것은 오로지 《중용(中庸)》·《대학(大學)》 두 편(編)에 있었으니, 말학(末學)102) 의 존신(尊信)하는 도리에 있어서 감히 망령되이 변동(變動)하는 일이 있지 않았는데, 분류하여 편집(編輯)한 책자는 한결같이 임의로 천착(穿鑿)한 소견을 가지고 사사로이 스스로 찢어발겨서 정문(正文)을 올리고 내리며 장구(章句)를 뒤바꾸어 놓았고, 성학(聖學)을 배치(背馳)하면서 사설(邪說)을 자행하고는, 인하여 중외(中外)에 간행(刊行)하여서 법강(法講)103) 에 참고하기를 청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사문(斯文)의 큰 변고이고 세도(世道)의 깊은 근심입니다. 힘껏 배척을 더하여 경서를 존신(尊信)하고 도리를 지키는 뜻을 보이지 않을 수 없으니, 청컨대 빨리 《예기유편(禮記類編)》의 판본(板本)을 헐어 없애도록 명하소서.
유편(類編)의 한 책자는 실로 사문의 변괴가 되니, 몸이 대각(臺閣)에 있는 자는 마땅히 힘껏 배척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할 것인데, 전(前) 장령(掌令) 윤회(尹會)는 대신에게 아첨[諂媚]하여 소매를 걷어 올리고 우뚝 일어서서 사역(使役)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고, 강력히 정당한 의논을 배척하면서 먼저 간신(諫臣)과 재신(宰臣)에게 후려치는 칼날을 더하였고, 잇따라 관학(館學)의 유생(儒生)들에게 마구 욕설을 퍼붓는 등, 전후에 마음씀이 지극히 참람하고도 악독하였습니다. 또 지난번 통문(通文)의 사의(辭意)가 그 조선(祖先)을 침척(侵斥)하였는데, 신구(伸救)하는 말이 먼저 다른 사람에게 미치고, 스스로 변명하는 말이 도리어 자신(自身)의 일에 소홀하므로, 세상에서 침을 뱉어 비루하게 여겼으니, 사람축에 낄 수가 없습니다. 청컨대 사판(仕版)104) 에서 삭거(削去)하소서."
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논한 바가 이미 엄정(嚴正)한데, 어찌 미룰 필요가 있겠는가? 맨 끝의 일과 아울러 아뢴 바에 의거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5책 48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34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출판-서책(書冊) / 사상-유학(儒學) / 사법-탄핵(彈劾)
- [註 102]
○正言李喬岳啓曰: "朱子一生用功, 專在《庸》、《學》二編, 在末學尊信之道, 宜不敢妄有變動, 而《類編》之書, 一任鑿見, 私自割裂, 上下正文, 顚倒章句, 背馳聖學, 恣行邪說, 仍請刊行中外, 參考法講, 此實斯文之大變, 世道之深憂。 不可不痛加觝排, 以示尊經衛道之義。 請亟命毁去《禮記類編》板本。 《類編》一書, 實爲斯文之變怪, 則身居臺閣者, 所當痛斥之不暇, 而前掌令尹會, 諂媚大臣, 攘臂突起, 甘心使役, 力排正議, 而搏擊之鋒, 先加於諫臣、宰臣, 醜詆之辱, 繼及於館學章甫, 前後用意, 俱極憯毒。 且伊時通文辭意, 侵斥其祖先, 而伸救之說, 先及於他人, 自明之辭, 反忽於己事, 擧世唾鄙, 不齒人類。 請削去仕版。" 上答曰: "所論旣嚴且正, 何必持難? 竝與末端事而依啓。"
- 【태백산사고본】 55책 48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34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출판-서책(書冊) / 사상-유학(儒學)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