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작통편》의 연강에 대해 검토관 임수간과 시강관 이관명 사이에 찬반 양론이 일다
주강(晝講)에 나아갔다. 이때 소대(召對)에 《절작통편(節酌通編)》을 연강(連講)하였는데 이날 강(講)을 마치니, 검토관(檢討官) 임수간(任守幹)이 진언하기를,
"《절작통편(節酌通編)》은 바로 주자(朱子)의 문자(文字)이니, 어찌 진강(進講)하기에 합당하지 않겠습니까마는, 이것은 친구 사이에 한만(閑漫)하게 수작(酬酌)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제왕(帝王)의 치평(治平)하는 방법[術]에는 절실하지 못합니다. 서기(序記)·제문(祭文)·묘지(墓誌) 등의 문자는 더욱 진강(進講)하기에 합당하지 못하지만, 그러나 이미 진강하였으니 잠정적으로 봉사(封事) 이상에 한(限)해서만 필강(畢講)하고, 그 이하는 정지(停止)하시되, 역대 명신(歷代名臣)의 주의(奏議)는 초출(抄出)하여 진강(進講)하게 함이 마땅하겠습니다."
하니, 시강관(侍講官) 이관명(李觀命)이 말하기를,
"대현(大賢)의 일언 일사(一言一事)와 일동 일정(一動一靜)은 모두 본받을 만한 것이며, 그리고 친구 사이에 수작(酬酌)하여 문답(問答)한 것도 병증(病證)에 따라 약을 쓰는 것과 같음이 있으므로, 모두 성찰(省察)하는 일에 간절한데, 어찌 한만(閑漫)하다고 해서 버릴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지사(知事) 이인엽(李寅燁)이 임수간의 말을 편드니, 이관명이 말하기를,
"주자(朱子)가 남긴 편언 척자(片言隻字)148) 는 의리(義理)가 있지 않은 것이 없는데, 후학(後學)이 어찌 감히 망녕되게 논평(論評)하겠습니까? 임수간(任守幹)과 이인엽(李寅燁)이 모두 지극히 무엄(無嚴)합니다."
하고, 물러나와 또 거듭 소(疏)를 올려 그 말을 힘껏 배척하니, 임수간의 상소 변명[疏辨]하는 말이 더욱 패리(悖理)하였다. 임금이 바야흐로 이인엽을 총임(寵任)하였는데, 이인엽은 임수간을 편드는 까닭으로 임금도 또한 임수간을 편들면서 이관명을 헐뜯고 책망하였다. 대개 윤휴(尹鑴)가 《중용(中庸)》을 개주(改註)하여 주자(朱子)를 무욕(誣辱)한 뒤로부터 남북(南北)149) 의 당(黨)이 모두 주자(朱子)를 존숭하지 않았는데, 박세당(朴世堂)과 최석정(崔錫鼎)이 주자(朱子)의 경서 주석(經書註釋)을 고치면서 더욱 방자하게 그 당(黨)을 비난하고 업신여겼다. 또 주자(朱子)는 송시열(宋時烈)이 존숭한다는 이유로써 마침내 원한이 주자에게 옮기어 모두 배척(排斥)을 더하니, 연소(年少)하고 패망(悖妄)한 무리들이 혹은 이름을 부르기까지 하면서 비방(誹謗)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으니, 송시열이 비록 한 무리들에게 미움을 당하였지마는 4, 5백 년 전의 중국의 선성(先聖)이 동국(東國)의 당론(黨論)에 어찌 참여시켜 그 재앙[危]을 함께 입혀야 하겠는가? 그것이 또한 괴이하다. 임수간은 소북(小北) 사람이고, 이인엽은 바로 최석정의 당(黨)이었으므로 그 말이 이와 같았으니, 사문(斯文)의 변괴(變怪)가 이에 이르러 극도에 달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46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292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출판-서책(書冊) / 사상-유학(儒學) / 정론-간쟁(諫諍)
○甲戌/御晝講。 時於召對, 連講《節酌通編》, 是日講訖。 檢討官任守幹進曰: "《節酌通編》, 乃朱子文字, 豈不合進講, 而此不過朋儕間閒漫酬酢, 不切於帝王治平之術。 序、記、祭文、墓誌等文字, 尤不合進講, 然旣已進講, 姑限封事以上畢講, 其下則停止, 抄出歷代名臣奏議, 進講爲宜。" 侍講官李觀命曰: "大賢一言一事, 一動一靜, 皆可慕則, 而朋儕間酬酢問答, 有同對證命藥, 皆切於省察之工, 豈可謂之閒漫而棄之?" 知事李寅燁右守幹言, 觀命曰: "朱子片言隻字, 莫非義理所在, 後學安敢妄論? 任守幹、李寅燁, 俱極無嚴。" 退又申疏, 力斥其說, 守幹疏辨之語, 益悖。 上方寵任寅燁, 而寅燁右守幹也, 故上亦右守幹, 而非責觀命。 蓋自尹鑴改註《中庸》, 誣辱朱子之後, 南北之黨, 皆不尊朱子, 而朴世堂、崔錫鼎, 改朱子經書註釋, 益肆譏侮, 其黨又以朱子, 是宋時烈所尊也, 遂移仇朱子, 竝加排斥, 年少悖妄之徒, 至或名呼, 而詆訾無忌。 時烈雖見嫉於一隊, 四五百載前, 中國先聖, 何與於東國黨論, 而同被其厄哉? 其亦怪矣。 守幹是小北, 寅燁乃錫鼎之黨, 故其言如此。 斯文變怪, 至此而極矣。
- 【태백산사고본】 53책 46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40책 29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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