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실록38권, 숙종 29년 2월 4일 기묘 1번째기사
1703년 청 강희(康熙) 42년
평안도 영변 사람 김후남·은산 사람 함귀현이 족역을 못견뎌 목을 매어 죽다
평안도 영변(寧邊)사람 김후남(金後男)과 은산(殷山)사람 함귀현(咸貴賢)이 족역(族役)039) 을 견디기 어렵다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는데, 관찰사(觀察使) 이세재(李世載)가 그 일을 장문(狀聞)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일이 몹시 가엾고 슬프다. 본도(本道)에서 각별히 휼전(恤典)을 거행할 것이다. 인하여 생각하건대, 사람의 싫어하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이처럼 스스로 목을 매어 죽는 일이 있으니, 그 역(役)이 무거워서 지탱하기 어려운 형상을 상상할 만하다. 빨리 변통하여 백성의 곤란을 조금 풀어 주지 않을 수 없으니,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품처(稟處)하게 하라."
하였다. 이세재가 또 양덕(陽德)사람 박명익(朴明益) 등 5명이 굶어 죽은 일을 장문(狀聞)하고, 이어 대죄(待罪)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놀랍고 참혹한 일로 이보다 심한 것이 없다. 경(卿)은 모름지기 대죄하지 말고 구제하는 일을 엄하게 신칙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죽은 시체가 골짜기를 메우는 참혹함을 면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4책 38권 7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4면
- 【분류】구휼(救恤) / 재정-역(役) / 군사-군역(軍役)
- [註 039]족역(族役) : 백성이 도망하거나 사고가 있으면, 그 신역(身役)을 친족에게 대신하게 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