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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35권, 숙종 27년 9월 23일 정미 1번째기사 1701년 청 강희(康熙) 40년

대행 왕비를 무고한 죄인 장희재를 처형하라는 비망기를 내리다

밤에 임금이 비망기(備忘記)를 내려 이르기를,

"대행 왕비(大行王妃)가 병에 걸린 2년 동안에 희빈(禧嬪) 장씨(張氏)는 비단 한 번도 기거(起居)222)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궁전(中宮殿)’이라고 하지도 않고 반드시 ‘민씨(閔氏)’라고 일컬었으며, 또 말하기를, ‘민씨는 실로 요사스러운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취선당(就善堂)의 서쪽에다 몰래 신당(神堂)을 설치하고, 매양 2, 3인의 비복(婢僕)들과 더불어 사람들을 물리치고 기도(祈禱)하되, 지극히 빈틈없이 일을 꾸몄다. 이것을 참을 수가 있다면 무엇인들 참지 못하겠는가? 제주(濟州)에 유배(流配)시킨 죄인 장희재(張希載)를 먼저 처형하여 빨리 나라의 형벌을 바로잡도록 하라."

하였다. 이보다 앞서 대행 왕비(大行王妃)가 병들어 누워 있을 때에 민진후(閔鎭厚) 형제가 입시(入侍)하니, 왕비가 하교(下敎)하기를,

"갑술년223) 에 복위(復位)한 뒤 조정의 의논이 세자(世子)의 사친(私親)을 봉공(俸供)하는 등의 절목(節目)을 운위하면서, ‘마땅히 여러 빈어(嬪御)224) 들과는 구별(區別)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때부터 궁중(宮中)의 사람들이 모두 다 다 희빈에게로 기울어졌다. 궁중(宮中)의 구법(舊法)에 의한다면 빈어에 속한 시녀(侍女)들은 감히 대내(大內)225) 근처에 드나들 수가 없는데, 희빈에 속한 것들이 항상 나의 침전(寢殿)에 왕래하였으며, 심지어 창(窓)에 구멍을 뚫고 안을 엿보는 짓을 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침전의 시녀들이 감히 꾸짖어 금하지 못하였으니, 일이 너무나도 한심했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지금 나의 병 증세가 지극히 이상한데,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반드시 귀신의 재앙[所祟]이 있다.’고 한다. 궁인(宮人) 시영(時英)이란 자에게 의심스러운 자취가 많이 있고, 또한 겉으로 드러난 사건도 없지 아니하였으나, 어떤 사람이 주상께 감히 고(告)하여 주상으로 하여금 이것을 알게 하겠는가? 다만 나는 갖은 고초(苦楚)를 받았으나, 지금 병이 난 두해 사이에 소원(所願)은 오직 빨리 죽는 데 있으나, 여전히 다시 더하기도 하고 덜하기도 하여 이처럼 병이 낫지 아니하니, 괴롭다."

하고, 이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이때에 이르러 무고(巫蠱)의 사건이 과연 발각되니, 외간(外間)에서는 혹 전하기를,

"숙빈(淑嬪) 최씨(崔氏)가 평상시에 왕비가 베푼 은혜를 추모(追慕)하여, 통곡(痛哭)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임금에게 몰래 고(告)하였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0책 35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610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註 222]
    기거(起居) : 문병(問病) 문안(問安).
  • [註 223]
    갑술년 : 1694 숙종 20년.
  • [註 224]
    빈어(嬪御) : 빈첩(嬪妾).
  • [註 225]
    대내(大內) : 내전(內殿).

○丁未/夜, 下備忘記曰:

大行王妃遘疾二載, 而禧嬪 張氏, 非但一不起居, 不曰中宮殿而必稱閔氏, 又曰: "閔氏實妖人。 不特此也。 潛設神堂於就善堂之西, 每與二三婢僕, 屛人祈禱, 極其綢繆。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濟州栫棘罪人張希載, 爲先亟正邦刑。

先是, 大行王妃寢疾時, 閔鎭厚兄弟入侍, 妃敎曰: "甲戌復位之後, 朝議謂世子私親供奉等節, 當與諸嬪御有別。 自是宮中人, 率皆傾嚮於禧嬪。 宮中舊法, 嬪御所屬侍女, 無敢出入於大內近處, 而禧嬪所屬, 則常常往來於寢殿, 至有穴窓窺見之擧, 而寢殿侍女, 莫敢呵禁, 事極寒心, 而無可奈何。 今予病證形極怪, 人皆謂必有所祟。 宮人時英者, 多有可疑之迹, 亦不無現露之事, 而何人敢告於主上, 使主上知之乎? 只予備受苦楚, 今至兩年, 所願惟在速化, 而猶復進退, 如是彌留, 苦哉!" 仍泫然下淚。 至是, 巫蠱事果發, 外間或傳, 淑嬪 崔氏, 追慕平日逮下之恩, 不勝痛泣, 密告於上云。


  • 【태백산사고본】 40책 35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610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