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정 최석정이 견책을 청하다
우의정 최석정이 선천(宣川)으로 돌아와 상소하여 견책(譴責)을 청하며 아뢰기를,
"개시(開市)를 청한 것은 만부득이하였지만, 나라를 욕되게 하고 폐를 끼친 것이 이처럼 극도에 이르렀고, 더욱이 그 명첩(名帖) 가운데 있는 한 글자를 보니 그 통분함이 어찌 한정이 있겠습니까? 극력 다투고 찢어 버리는 것이 마음에 쾌함을 모르지 않았지만, 다만 저들의 일이란 정상적인 관례로 대할 수 없으므로, ‘의당 좋은 말이라 하여 족히 기뻐할 것이 없고, 나쁜 말이라 하여 노여워할 것도 없다.109) ’는 의리로 대처하였습니다. 지금 만약 극력 다투게 되면 저들이 반드시 성을 내어 한없는 근심을 만들어 낼 것이니, 차라리 극력 다투지 못한 죄를 조정으로부터 받을지언정 감히 나라의 중대사를 무심하게 볼 수 없었으므로, 끝내 극력 다투어 물리치지 못하였으니, 이는 실로 신의 죄입니다."
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뜻하지 않은 사람의 말을 가지고 깊이 혐의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2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494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외교-야(野) / 무역(貿易)
- [註 109]‘의당 좋은 말이라 하여 족히 기뻐할 것이 없고, 나쁜 말이라 하여 노여워할 것도 없다. : 한(漢)나라 초기 여태후(呂太后) 집전 당시 흉노의 선우(單于)가 국서를 보내 태후를 능멸하는 언사를 쓰자, 모두 격노했을 때 계포(季布)가 한 말.
○右議政崔錫鼎, 還到宣川上疏, 請譴曰:
請市之擧, 萬不獲已, 而辱國貽弊。 至於此極, 況其名帖中一字, 看來痛惋, 庸有極哉? 非不知苦爭裂壞之爲快於心, 而第彼人之事, 不可待以常例, 宜以善言不足喜, 惡言不足怒之義處之。 今若力爭, 彼必生怒, 有無限作梗。 寧受不能苦爭之罪於朝廷, 不敢恝視於國家重事, 終不得退却爭執, 此實臣罪也。
上以意外人言, 不必深嫌爲批。
- 【태백산사고본】 34책 32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494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외교-야(野)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