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재가 언서 내용이 민암 부자에게서 나온 것을 들어 자신을 변명하다
이때에 승정원에서 기주(記注)를 맡은 자가 남구만이 입대(入對)했을 때 장희재를 논핵한 일을 기록해 국청(鞫廳)에 내려보냈는데, 알 수 없는 것이 많았다. 남구만이 그전 말로 임금에게 나아가 아뢰니, 임금이 말하기를,
"말을 지어낸 자는 민암(閔黯)이고 말을 전한 자는 장희재이니 경중(輕重)에 구별이 있다. 이제 비록 바른대로 말하더라도 조가(朝家)에서 죽음을 면제해 주는 뜻이야 전후가 어찌 다르겠는가? 이런 뜻으로 묻도록 하라."
하였다. 국청(鞫廳)에서 장희재에게 그렇게 묻자 장희재가 비로소 대답하기를,
"언젠가 민암 부자를 찾아가 보았는데, 그때에 민종도(閔宗道)도 자리에 있어, 김정열(金廷說)의 옥사(獄事)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민종도가 말하기를, ‘항간에 떠도는 말로는 은화(銀貨)를 모아 환국(換局)을 꾀하는 자가 있는데, 폐비(廢妃)와 귀인(貴人)도 은화를 냈다고 한다.’ 하자, 민암의 부자가 하는 말이 ‘폐비나 귀인이 은화를 내려고 한다면 무엇이 어렵겠는가?’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미 이런 말을 지어낸 사람이 있으리라 의심하였고 희빈(禧嬪)이 항시 나라에 옥사(獄事)가 있을까 걱정하여 가끔 편지로 물어왔으므로, 과연 민암에게서 들은대로 써서 궁중에다 들여보냈습니다. 그것은 희빈에게 비록 이런 말을 듣더라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라고 조심을 시킨 것뿐이었고, 실제로 한마디 말도 침핍(侵逼)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판결하기를,
"장희재의 말은 언서(諺書)의 내용과 다른 것이 없다. 당초에 판부(判付)하기를, ‘그 말을 전한 것이 장희재의 죄이니 「모해국모(謀害國母)」란 네 글자는 꼭 들어맞는 데 부족함이 있다.’고 했는데, 이제 만약 민암의 부자처럼 말을 만들어 모해한 자와 같이 논죄한다면 그 정상(情狀)을 참작함이 못된다. 감사(減死)하여 위리 안치(圍籬安置)토록 하라."
하였다. 헌납 윤성교(尹誠敎)와 정언 이정겸(李廷謙)이 논핵하기를,
"언서(諺書)의 내용이 비록 민암 등이 지어낸 데서 나왔다 하더라도 장희재가 또한 어찌 감히 이처럼 차마 듣거나 말할 수 없는 말을 글로 써서 예람(睿覽)에까지 오르게 한단 말입니까? 또 전하께서 당초에는 국모(國母)를 모해한 것이 장희재의 죄라고 하시고서는, 이제 와서 춘궁(春宮)246) 의 사속(私屬)이라 하여 갑자가 구별을 하시니, 아마도 춘궁의 효심이 불안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저기에 있지 않을 줄로 압니다. 이제 이미 사실대로 자백한 뒤에도 왕법을 시원하게 바로잡지 않으시면 이륜(彛倫)이 어두워지고 여정(輿情)이 답답하게 여길 것입니다. 청컨대 법대로 처단을 하소서."
하고, 장령 심극(沈極)도 또한 논핵했지만 임금이 말하기를,
"나의 뜻을 이미 알렸으니 결단코 윤종(允從)할 수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26권 63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32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사법-행형(行刑) / 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 / 정론-간쟁(諫諍)
- [註 246]춘궁(春宮) : 세자.
○時政院掌記注者, 書南九萬入對時論張希載事, 以下鞫廳, 而多有未詳。 九萬又用前說, 入白于上。 上曰: "造言者黯, 傳言者希載, 輕重有別。 今雖直告, 朝家貸死之意, 前後何殊? 其以此問之!" 鞫廳問希載, 希載始對曰: "嘗往見閔黯父子, 宗道亦在坐, 說金廷說獄事。 宗道曰: "閭閻傳言, 有聚銀貨謀換局之人, 廢妃貴人, 亦出銀貨云矣。" 黯父子曰: "廢妃貴人, 欲出銀貨, 何難之有? 俺旣疑人有做出此言者, 禧嬪常憂國有獄事, 有時書問。" 故果以聞於黯等者, 書入禁中。 蓋戒禧嬪以雖聞此言, 愼勿出口而已, 實無一語侵逼者耳。 上判曰: "希載之言, 與諺書無異同。 當初判付, 以傳其說, 爲希載之罪。 謀害國母四字, 有欠稱停。 今若與黯父子造言謀害者, 同論之, 非所以原情也, 減死圍籬安置。" 獻納尹誠敎、正言李廷謙: "論諺書辭意, 雖出於閔黯等之所作爲, 而希載亦安敢以不忍聞不忍言之說, 筆之於書, 至徹睿覽乎? 且殿下初以謀害國母, 爲希載之罪。 而今以春宮私屬, 遽有區別, 則恐春宮止孝之心, 所以不安者, 在此而不在彼也。 今旣承款之後, 猶不快正王法, 彝倫晦塞, 輿情憫鬱, 請按法處斷。" 掌令沈極亦論之。 上曰: "予意已諭, 斷無允從之理。"
- 【태백산사고본】 28책 26권 63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32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사법-행형(行刑) / 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