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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18권, 숙종 13년 3월 20일 무술 3번째기사 1687년 청 강희(康熙) 26년

부제학 최석정이 나양좌의 구원을 청하는 상소하다

부제학(副提學) 최석정(崔錫鼎)나양좌(羅良佐)를 구원하려고 상소하기를,

"대로(大老)의 상소의 말이 절박하게 윤선거(尹宣擧)를 몰아세웠으니, 문생(門生)들의 마음에 몹시 박절하게 여겨 한 번 변명해 보려고 함은 천리(天理)와 인정(人情)에 그만둘 수 없는 일입니다. 오직 말을 해가는 사이에 실로 화평한 면은 없고 거의 과격한 말이 많았으니 진실로 잘못한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마는, 서서히 따져보지 않고 무거운 율(律)을 내리어 위엄과 노심(怒心)의 진동이 겹치게 되면 몰골이 수참(愁慘)하게 됩니다. 오도일(吳道一)에게 있어서는 생각이 있으면 반드시 주달(奏達)하는 일을 한 것인데 죄를 주었으니, 이 이후로는 비록 지나친 일이 있으시더라도 다시는 말하는 사람이 없게 될 듯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봉조하(奉朝賀)의 상소는 그전에 규계(規戒)한 말들을 가져다 그 원위(源委)를 진달(陳達)한 것이고, 본래 지금에 와서야 새 말을 만들어내어 터무니없는 말로 공격하고 배척하려는 뜻이 아니었다. 이른바 ‘절박하게 몰아세웠다.’는 말은 어떤 일이고, ‘몹시 박절하다.’는 말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이미 변명해야 할 만한 원통한 일이 없었으니, 나양좌의 무리들의 심술이 간사함은 알기 어렵지 않은 일이다. 봉조하(奉朝賀)는 여러 대의 조정에서 예우(禮愚)하던 대로(大老)이니, 조야(朝野)에서 평소에 추앙하고 긍식(矜式)이 됨이 어떠했겠느냐? 한번 의논이 마구 터져 붕당(朋黨)이 갈려서 대립하게 된 뒤부터는, 자기 자신 하나의 사심(私心)에 가려 병이 지심(秉彛之心)126) 을 잃어버리고, 얼굴을 바꾸어 번갈아 나와서 겉으로는 존경하는 체하며 속으로는 배척하다가, 오늘날에 와서는 침해하여 모욕하고 업신여겨 헐뜯는 짓을 하기를 조금도 아낌없이 하여 평소에 존경하고 사모하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헌신짝 벗어 버리듯이 하고 있다. 의리(義理)가 막히고 시비(是非)가 혼동됨이 어찌 오늘날과 같은 때가 있겠는가? 진실로 천하 후세에 들리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윤선거(尹宣擧)는 본래 모함을 받은 일이 없는데도 급급하게 신변(伸辨)하기를 오히려 혹시라도 늦어지게 될까 염려하고, 대로(大老)가 소소한 관원들에게 모함받음이 그처럼 참혹하고 심각했는데도, 곡진하게 구원하면서 오히려 견벌(譴罰)을 받게 될까 걱정한다. 한 가닥이라도 악(惡)을 싫어하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다면 어찌 부끄러운 짓임을 알지 못하겠느냐? 이와 같이 공정을 배반하고 당(黨)에 죽을 힘을 다하는 의논은 내가 차마 바로 보지 못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18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97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註 126]
    병이 지심(秉彛之心) : 상도(常道)를 굳게 지키는 마음.

○副提學崔錫鼎疏救羅良佐以爲: "大老疏語, 切逼於尹宣擧, 門生之心懷痛迫, 欲一辨白, 天理人情之之不容已, 惟其遣辭之際, 實欠和平, 率多磯激, 誠不無所失, 而不加舒究, 施以重律, 威怒震疊, 氣象愁慘, 至於吳道一, 有懷必達, 加之以罪, 恐從今以往, 雖有過擧, 無復有言之者也。" 答曰: "奉朝賀之疏, 不過引曾前規戒之說, 陳其源委, 本非到今辦出新語, 構虛攻斥之意, 則所謂切逼者何事? 痛迫者何事耶? 旣無可辨之冤, 則良佐輩心術之回邪, 不難知矣。 奉朝賀以累朝禮遇之大老, 朝野之平日景仰矜式, 爲如何? 而一自論議橫潰, 分朋角立之後, 蔽於一己之私, 喪其秉彝之心, 換面迭出, 陽尊陰斥, 及到今日, 侵辱慢罵, 略無顧惜, 以平生尊慕之人, 一朝棄之如脫弊屣, 義理之晦塞, 是非之淆亂, 安有如今日者乎? 誠不可使聞於天下後世也。 尹宣擧元無被誣之事, 而汲汲申辨, 猶恐或後, 大老之被誣於小官, 若是其慘刻, 而曲加救解, 猶恐獲譴, 一端惡惡之心未泯, 則寧不知愧怍乎? 如此背公死黨之論, 予不忍正視也。"


  • 【태백산사고본】 20책 18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97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