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옥천의 유학 김엽이 윤증이 송시열을 구날하였음을 상소하다
충청도(忠淸道) 옥천(沃川)의 유학(幼學) 김엽(金曄)이 응지(應旨)하여 상소하기를,
"지금의 여러 신하가 봉조하(奉朝賀) 송시열(宋時烈)이 자기들과 생각을 달리하여서 그들의 의논과 맞지 않는다고 하여 겉으로는 높이면서 뒤로는 공격함을 면치 못하며, 박태유(朴泰維)·박태보(朴泰輔) 이래로 능멸하고 헐뜯은 적이 또한 한두번만이 아니니, 이것이 어찌 유현(儒賢)을 존신(尊信)하여서 천노(天怒)에 삼가는 뜻이겠습니까? 전(傳)에 이르기를, ‘어진이를 높이면 도(道)가 선다.’하고, 또 말하기를, ‘어진이를 믿지 않으면 나라가 공허(空虛)하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을 가지고 본다면 인군(人君) 된 자가 유현(儒賢)을 존신(尊信)하여서 뭇소인으로 하여금 모멸하지 못하게 함이 오늘날의 재앙을 사라지게 하는 첫번째 일이 아니겠습니까? 송시열은 곧 여러 임금께서 예우(禮遇)하던 바이고 전하(殿下)께서 존신하시는 바이니, 그 자신이 영화롭고 욕됨을 보아서 국가의 성쇠(盛衰)를 점칠 수 있습니다. 어찌 참소하는 입에 곤욕(困辱)을 당하여서 그 도(道)를 세상에 밝히지 못하게 한단 말입니까? 그때에 간흉(奸凶)들이 송시열을 죽이기를 꾀함에 다만 ‘오례(誤禮)’라는 두 글자를 기화(奇貨)로 삼고 감히 다른 말로써 죄안(罪案)을 만들지 못하였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 윤증(尹拯)이란 자가 나와서 감히 의리(義利)·왕패(王伯)·권수(權數)384) ·본원 가의(本源可疑)385) 등의 말을 글로 써서 전(前) 참판(參判) 박세채(朴世采)와 왕복(往復)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상정(常情)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옛날에 적신(賊臣) 정인홍(鄭仁弘)이 문순공(文純公) 이황(李滉)을 모욕(侮辱)하였었는데, 이것은 정인홍의 스승 조식(曹植)이 이황과 더불어 조금 소견이 같지 않음이 있어 정인홍은 이황이 조식을 헐뜯은 것으로 오인(誤認)하여서 조식을 위하여 이황을 모욕한 일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윤증은 까닭없이 곧장 그 스승을 욕하였으니, 이는 실로 정인홍에게 죄인이 됩니다. 대저 윤증이 송시열을 노여워하여 구날(構揑)386) 한 것은 실로 그 아비의 갈문(碣文)387) 에 바탕을 둔 것인데, 송시열이 갈문을 지은 것이 10여년 전의 일입니다. 어찌하여 전에는 노여워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비로소 노여워하는 것이며, 송시열이 과연 진작 윤선거의 말에 불만이 있었다면 윤증이 어찌하여 그때의 발언(發言)하지 않고 오늘날 비로소 노여워한단 말입니까?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윤증이 시사(時事)가 크게 변하여 온나라의 태반의 사람이 송시열을 보는 것이 전일만 같지 못하고 또 간세(奸細)한 무리가 따라서 뜬소문을 만들어 윤증을 종용(慫慂)함을 보고, 시배(時輩)와 합세(合勢)하여 연횡(連橫)하여서 송시열을 죽여 마음을 쾌하게 할 계책을 행하는 것이니, 이 화(禍)가 어찌 다만 송시열 한 사람에 그치고 말겠습니까? 매우 두려워할 만합니다."
하니, 임금이 우악(優渥)한 내용으로 비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15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9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인물(人物) / 역사-전사(前史)
- [註 384]권수(權數) : 권모 술수(權謀術數).
- [註 385]
○忠淸道 沃川幼學金曄應旨上疏曰:
今之諸臣, 以奉朝賀宋時烈爲異己, 而與渠之論議不合也, 未免陽尊而陰攻。 自朴泰維ㆍ泰輔以來, 侵侮詆毁, 亦非一二, 此豈尊信儒賢, 以敬天怒之意哉? 《傳》曰: "尊賢則道立。" 又曰: "不信仁賢, 國空虛。" 以此觀之, 爲人君者, 尊信儒賢, 無使群小侵侮, 非今日弭災之第一務耶? 時烈卽累朝之所禮遇, 殿下之所尊信, 觀厥躬之榮辱, 占國家之盛衰, 則豈可使困辱乎讒口, 而不能明其道於世耶? 曩時奸兇之謀殺時烈也, 只以誤禮二字爲奇貨, 而不敢以他言作其罪案矣。 至於今日尹拯者出, 而敢以義理、王伯、權數、本源可疑等說, 筆之於書, 往復於前參判朴世采, 此豈常情所可測者乎? 昔賊臣仁弘侮辱文純公 李滉, 此則仁弘之師曹植, 乃與滉少有所見之不同, 仁弘誤認滉非毁植也, 爲植而有侮辱滉之事。 今拯則無故直辱其師, 此實仁弘之罪人也。 大抵拯之怒時烈而構捏者, 實本於其父之碣文, 則時烈之製碣文, 十餘年前事也。 何不怒於前, 而始怒於後耶? 時烈果早有不滿宣擧之言, 則拯何不發言於其時, 而始怒於今日耶? 此無他, 拯也見時事之大變, 擧國太半之人, 視時烈不如前日, 且奸細之徒, 又從以做作浮言, 慫慂於拯, 欲與時輩, 合勢連橫, 爲甘心時烈之計, 此禍豈但止於一時烈而止哉? 甚可懼也。
上優批答之。
- 【태백산사고본】 16책 15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9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인물(人物) / 역사-전사(前史)
- [註 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