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의 세견이 왔는데, 문위 역관 박재흥 등이 같이 돌아오다
대마도(對馬島)의 세견 17선(歲遣十七船)이 왔는데, 문위 역관(問慰譯官) 박재흥(朴再興) 등이 같이 돌아왔다. 이에 앞서, 대마 도주(對馬島主) 평의진(平義眞)의 글에 ‘동녕(東寧)의 정금사(鄭錦舍)가 기병(奇兵)을 크게 모아 풍박(風舶)으로 만릿길을 와서 귀국(貴國)의 지방을 침범하려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중외(中外)가 잇달아 소요하고 와언(訛言)이 날로 커져서 해구(海寇)가 아침저녁 사이에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조정(朝廷)에서 왜국(倭國)의 사정을 정탐하고자 하여, 박재흥이 도해(渡海)할 때에 겉으로는 문위(問慰)라 이름하고 은(銀)을 많이 가져가서 그 글의 뜻이 참된 것인지 거짓인지를 알아보게 하였다. 박재흥이 대마도에 가서 봉행(奉行) 【곧 대마 도주의 집정(執政)인데, 우리 나라의 재추(宰樞)와 같은 자의 관호(官號)이다.】 등과 잔치를 벌여 담소할 때에 정금사의 일을 넌지시 물으니, 봉행 평진행(平眞幸)이 말하기를, ‘지난해 장기(長奇) 【곧 일본의 섬 이름이다.】 의 한상(漢商)124) 이 그런 말을 하였으므로, 서계(書契)를 만들어 귀국에 보낸 것이고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삼계(吳三桂)가 살아 있을 때에는 과연 어지러운 말이 있었으나, 오삼계가 죽은 뒤로는 들리는 말이 아주 없다. 정금사가 죽은 뒤에 그 아들 정진사(鄭秦舍)가 갈음하여 그 무리를 거느리고 지금 동녕도(東寧島)에 있다 하나, 땅이 좁고 사람이 적을 뿐더러 동녕에서 되[胡]의 지경까지는 몇 천리의 바닷길인지 모를 만큼 머니, 정진사가 큰 뜻을 가졌더라도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니, 한상의 말이 허망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하였다. 대개 도이(島夷)는 속이는 일도 많고 작은 꾀로 우리를 속이기를 좋아하는데, 조정에서는 그 간사한 정상을 알아서 깨지 못하고 또 따라서 뇌물을 주고 비밀히 염탐하여 스스로를 깔보이니, 식자가 한탄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1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82면
- 【분류】외교-왜(倭) / 외교-야(野)
- [註 124]한상(漢商) : 중국 상인.
○對馬島歲遣十七船來, 問慰譯官朴再興等同還。 先是, 馬島主平義眞書中有東寧 鄭錦舍丕募奇兵, 風舶萬里, 侵于貴國地方之語。 中外繹騷, 訛言日盛, 以爲海寇朝夕必至。 朝廷欲探倭中事情, 再興之渡海也, 外以問慰爲名, 令多齎白金, 以覘其書意之誠僞。 再興至馬島, 與奉行 【卽馬島主之執政, 如我國宰樞者官號。】 等宴語之際, 微問鄭錦舍事, 奉行平眞幸曰: "去年因長崎 【卽日本島名。】 漢商之有所云云, 修送書契於貴國, 非他意也。 吳三桂生時, 果有紛紜之說, 三桂死後, 了無所聞。 錦舍死後, 其子秦舍代領其衆, 時在東寧島云, 而非但地狹人寡, 自東寧距胡境, 不知其幾千里滄波, 則秦舍雖有大志, 力所不及。 漢商之說虛妄必矣。" 云。 蓋島夷多詐, 好以小謀瞞我, 而朝廷不能識破其奸情, 又從而行賂密探, 自取輕侮, 識者恨之。
- 【태백산사고본】 16책 1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82면
- 【분류】외교-왜(倭)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