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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15권, 숙종 10년 1월 19일 을유 1번째기사 1684년 청 강희(康熙) 23년

대신과 비국의 재신들을 인견하여 재이에 대하여 묻다

임금이 대신(大臣)과 비국(備局)의 재신(宰臣)들을 인견(引見)하여 재이(災異)에 대하여 물었다. 청성 부원군(淸城府院君) 김석주(金錫胄)가 말하기를,

"근자에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바라보면 나쁜 기(氣)가 성 북쪽을 싸고 있는데, 이것은 좋은 기가 아니며, 새해 처음에 백홍(白虹)이 관일(貫日)하고 달이 태미원(太微垣)으로 들어간 것은 참으로 큰 재이인데, 근일처럼 거듭 나타난 일이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떤 재앙의 기미가 은미한 가운데에 엎드려 있는지 모르겠으니 놀랍고 염려스럽기 그지없다."

하였다. 임금이 신하들에게 묻기를,

"왜서계(倭書契)의 진위(眞僞)는 어떠한가?"

하니, 김석주가 말하기를,

"정금(鄭錦)063) 이 바다 만리를 건너서 남의 나라를 친다는 것은 사리(事理)가 반드시 어려울 것이고, 또 청인(淸人)이 이미 오삼계(吳三桂)064) 를 멸망시켰고, 또 해구(海寇)와 서로 치므로 정금은 바야흐로 청인을 막기에 겨를이 없을 것인데, 어떻게 우리 나라까지 올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근년에 남이성(南二星)이 연경(燕京)에 사행(使行)하였을 때에 우연히 정금의 글을 베낀 것을 얻었는데 ‘돛 하나만 달면 고려(高麗)까지 갈 듯한데, 어느 땅엔들 나라를 세울 수 없겠는가?’ 하였고, 또 예전에 동방의 땅을 다스린 자는 거의 다 다른 땅에서 왔는데 기자(箕子)·위만(衛滿)이 이것이며, 유복통(劉福通)은 중국에서 크게 일어나 곧바로 송경(松京)을 쳤고, 납합출(納哈出)은 북방에서 반란하여 자주 변방의 우환이 되었으니, 이것으로 보면 왜서(倭書)가 참된 것이 아닌지 어찌 알겠습니까?"

하고, 예조 판서(禮曹判書) 윤지완(尹趾完)이 말하기를,

"신은 어리석은 생각으로 결코 그것이 거짓인 줄 압니다. 신이 근년 일본에 사명을 받들고 갔을 때에, 등성시(登成始)·평성차(平成次)·타박(鼉泊) 등은 대마 도주(對馬島主) 평의진(平義眞)이 신임하는 자이고, 섬안의 일은 오로지 이 사람들의 손 안에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지극히 간사하고 외람하므로 반드시 이것으로 우리를 물고늘어져 따로 요구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결코 그것이 거짓이고 참되지 않은 줄 압니다."

하였다. 임금이 자강(自强)할 방책을 물으니, 호조 판서(戶曹判書) 정재숭(鄭載嵩)이 인심을 굳게 단결시키는 일로 먼저 하기를 청하고, 이조 판서(吏曹判書) 이익(李翊)은 인재를 수습하는 것을 힘쓰기를 청하고 이어서 경외(京外)에서 별천(別薦)한 사람중에서 쓸 만한 자를 뽑아내어 벼슬에 써 보기를 청하니, 【이에 앞서 박세채(朴世采)가 아뢴 바에 따라 중외로 하여금 인재를 별천하게 하였다.】 임금이 윤허하였다. 좌의정(左議政) 민정중(閔鼎重)이 수령(守令)이 환상(環上)065) 을 거짓 기록한 죄를 엄하게 세워 따로 과조(科條)를 만들어 일체 용서하지 말기를 청하니, 임금이 또한 윤허하였다. 김석주가 사관(史官) 김홍복(金洪福)을 서용(敍用)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또 말하기를,

"조지겸(趙持謙)·한태동(韓泰東)은 모두 청렴하고 문한(文翰)의 재주가 있으므로 끝내 아주 버릴 수 없으니, 곧 거두어 서용해야 하겠습니다."

하고, 민정중도 이어서 아뢰었으나, 임금이 끝내 윤허하지 않았다. 며칠 뒤에 도승지(都承旨) 유상운(柳尙運)이 다시 힘껏 청하여 마지않으니, 임금이 비로소 윤허하였다. 김석주가 말하기를,

"금위영 별대(禁衛營別隊)는 다 보군(步軍)인데, 해서(海西)066) 사람은 날세고 씩씩하여 마군(馬軍)에 더욱 적합하므로, 전 병판(兵判) 남구만(南九萬)이 신(臣)에게 와서 의논하기를, ‘어영청(御營廳)의 예(例)에 따라 그 가운데에서 마군에 고쳐 채워서 13초(哨)를 액수로 하기를 바란다.’ 하였습니다. 다만, 인수는 채우기 어렵지 않으나 전마(戰馬)는 쉽게 장만하지 못하니, 우선 5백을 액수로 정하여 단속해서 대오를 만드소서."

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민정중이 말하기를,

"호서(湖西)067)양전(量田)068) 은 이제까지 일을 시작하지 못하였으므로 앞으로 농사철 전에 끝낼 수 없을 것이니, 우선 멈추소서."

하니. 임금이 또한 윤허하였다. 얼마 안되어, 또 비변사(備邊司)에서 ‘충청 감사(忠淸監司) 윤이도(尹以道)는 조정의 명령을 봉행하기를 게을리하여 곧 양전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아룀에 따라 그 벼슬을 파면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15권 6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76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정론-간쟁(諫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군사-중앙군(中央軍) / 외교-왜(倭) / 외교-야(野) / 농업-양전(量田) / 구휼(救恤) / 과학-천기(天氣)

  • [註 063]
    정금(鄭錦) : 정지룡(鄭芝龍)의 후손. 명(明)나라 사람으로서 청(淸)나라에 대항하여 싸웠으며, 싸움에 크게 패하자, 중국 본토를 떠나 바다를 건너 대만(臺灣)으로 들어가서 여기에 웅거하였음. 그가 죽은 뒤 그 아들 정극상(鄭克塽)이 청나라에 항복하였음.
  • [註 064]
    오삼계(吳三桂) : 청(淸)나라 요동(遼東) 사람. 명(明)나라 때 총병(總兵)까지 올라가 평서백(平西伯)에 봉해졌음. 이자성(李自成)이 서울을 함락시키자 청(淸)나라 군대를 이끌고 그를 격파한 공으로 청나라로부터 평서왕(平西王)에 봉해졌고, 성조(聖祖)가 국경을 방치하였다고 책망하자 마침내 모반하여 주제(周帝)라 칭하고서 백관(百官)을 두었음. 그가 죽은 후 손자 오세번(吳世蕃)이 청나라에게 멸망되었음.
  • [註 065]
    환상(環上) : 춘궁기에 백성에게 대여한 곡물을 추수 후에 일정한 이자를 붙여 받아들이는 것. 환자(還子).
  • [註 066]
    해서(海西) : 황해도.
  • [註 067]
    호서(湖西) : 충청도.
  • [註 068]
    양전(量田) : 조선조 때 토지의 넓이를 측량하던 일. 토지를 6등급으로 나누어 20년에 한 번씩 측량하고 양안(量案)을 새로 작성하여 호조(戶曹)·본도(本道)·본읍(本邑)에 비치하였음.

○乙酉/上引見大臣、備局諸臣。 詢及災異, 淸城府院君 金錫冑曰: "近者升高望遠, 常有氛翳, 籠罩城北, 此非佳氣也。 歲首虹貫日月, 入太微, 實大災, 而莫有如近日之疊現者。" 上曰: "不知何樣禍機, 伏於冥冥, 驚慮曷已。" 上問諸臣曰: "書契, 誠僞何如?" 錫冑曰: "鄭錦之越海萬里, 而攻人國, 事理之所必難。 且淸人旣滅吳三桂, 又與海寇相搏, 鄭錦方將禦淸人之不暇, 何能至我國乎? 但頃歲南二星之使也, 偶得鄭錦文字, 謄本有云: ‘掛一帆, 則似可至高麗, 何地不可立國?’ 且古之主東土者, 率多自異域來, 箕子衛滿是也。 劉福通大創於中原, 而直擣松京; 納哈出叛亂於北方, 而數爲邊患。 由此觀之, 書又安知其非實也?" 禮曹判書尹趾完曰: "臣愚決知其詐也。 臣頃年奉使日本, 登成始平成次鼉泊等, 卽對馬島平義眞所信任者, 島中事專在此人等手裏, 而此類俱極奸濫, 必其意欲以是啗我, 而別有所希求。 臣愚決知其詐而不誠也。" 上問自强之策, 戶曹判書鄭載嵩請以固結人心爲先。 吏曺判書李翊請以收拾人才爲務, 仍請抄出京外別薦中可用者, 試之於官, 【先是, 因朴世采所白, 令中外別薦人才。】 上可之。 左議政閔鼎重請嚴立守令還上虛錄之罪, 別爲科條, 切勿饒貸, 上亦許之。 錫冑請敍用史官金洪福, 上允之。 又稱趙持謙韓泰東俱廉介, 有文翰才, 終不可永棄, 宜卽收敍。 鼎重亦繼陳, 而上終不許。 後數日, 都承旨柳尙運復力請不已, 上始允之。 錫冑言: "禁衛別隊, 皆是步軍, 而海西人物驍健, 尤合於馬軍, 故前兵判南九萬來議于臣, 欲依御營例, 就其中改充馬軍, 以十三哨爲額。 但人數不難充, 而戰馬未易辦, 姑先以五百定額, 團束作隊。" 上可之。 鼎重言: "湖西量田, 至今未能始役, 將不可以農前完畢, 請姑停止。" 上亦許之。 未幾, 又以備邊司所啓, 忠淸監司尹以道慢行朝令, 不卽始量, 罷其職。


  • 【태백산사고본】 16책 15권 6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76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정론-간쟁(諫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군사-중앙군(中央軍) / 외교-왜(倭) / 외교-야(野) / 농업-양전(量田) / 구휼(救恤)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