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에 나아가니 우의정이 청국의 실정과 형세를 아뢰다
주강(晝講)에 나아갔다. 우의정(右議政) 김석주(金錫胄)가 새로 청국(淸國)으로부터 돌아와 저들 국중의 실정과 형세를 나아가 아뢰기를,
"지난날 청주(淸主)204) 가 친히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서 대주(代州)를 순행한 것은 그 뜻이 대개 서쪽의 달자(㺚子)를 염려한 것인데, 순행을 나갈 때 그 형을 시켜 나라를 감독하게 하고 모든 큰 일이 있으면 반드시 주문(奏問)하여 시행하라 하였으니,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기강이 크게 문란하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남방 사람으로 높은 벼슬에 오른 이가 많고, 절강(浙江) 사람으로 이부 상서(吏部尙書)가 된 자는 곧 명(明)나라 조정에 사절(死節)한 신하 송학주(宋學周)의 후손이며, 양연(楊漣)의 후손과 손각로(孫閣老)의 후손이 모두 청나라 조정에 벼슬하니, 천하가 명(明)나라를 잊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설령 참된 영웅이 나타나서 하나로 통합한다고 하더라도, 태조 황제(太祖皇帝)의 한번 군사를 일으켜 사막(沙漠)까지 몰아낸 것 같은 일은 역시 쉽게 기약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보건대, 인심이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남방 군사로 돌아오지 못한 자가 겨우 7분의 1이고, 경정충(耿精忠) 부자(父子)와 상지효(尙知孝) 형제가 그 가족 여러 백명과 함께 모두 사로잡혀 경정충과 상지효 등 여러 사람은 저자에서 참형을 당하였으나, 그의 가동(家童)들은 안치(安置)시켜 두었으니, 이것으로 보면 병력이 아주 약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오직 해안 방어의 우려가 예측할 수 없으나, 혹은 정금(鄭錦)이 이미 죽고 그 동생이 대신하여 그 무리를 거느린다고도 하는데, 그의 말을 꼭 믿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본(日本)에서 통보한 것을 보면 오히려 믿을 만합니다. 우리 나라의 지형이 중국과 매우 유사(類似)하여 서산(瑞山)과 태안(泰安)은 중국의 청주(靑州)·제주(齊州)와 같고, 강진(康津)과 해남(海南)은 회수(淮水)·사수(泗水) 지방과 같으며, 제주(濟州)는 절강(浙江)과 같습니다. 우리 나라가 일본과는 비록 강화(講和)에 매여 있어서 아직 틈이 벌어진 것은 없으나, 연해(沿海) 방면의 변고가 닥치기 전에 미리 대비하여 십분 유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또 대흥 산성(大興山城)은 천마산(天磨山)에 있는데, 지세가 대단히 험준하며 적이 마음대로 들어오지는 못합니다만, 매우 궁벽한 지역이라 한갓 스스로 지킬 수는 있으나 성원(聲援)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형세가 원대함이 남한 산성(南漢山城)보다 못합니다. 그러나 승려의 무리를 많이 모집하여 편안히 성중에 머물게 하고, 남한 산성의 예와 같이 환곡(還穀)의 출납을 완전히 승도(僧徒)에게 책임 지웁니다. 또 승도들에게 가자첩(加資帖)을 많이 내어 주어 곡식을 모아 그 수를 채우게 하면 적합함을 얻을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14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40면
- 【분류】외교-야(野) / 왕실-경연(經筵) / 군사-군정(軍政) / 재정-잡세(雜稅) / 사상-불교(佛敎)
- [註 204]청주(淸主) : 강희제(康熙帝).
○辛丑/御晝講。 右議政金錫冑新自淸國還, 進白彼中情形曰: "向日, 淸主親率兵出巡代州, 其意蓋慮西㺚, 而出巡時使其兄監國, 凡有大事, 必奏聞而行之。 以此觀之, 紀綱不至大紊矣。 卽今南方人多爲達官, 浙江人爲吏部尙書者, 卽明朝死節臣宋學周之孫也。 楊漣之孫、孫閣老之孫皆仕於朝, 天下之忘大明久矣。 設令有眞英雄出而混一之, 若太祖皇帝之一擧而驅出沙漠, 亦未易期也。 以此觀之, 人心不至大危矣。 南方戰士之未得還者, 纔七分之一。 耿精忠父子、尙知孝兄弟, 竝其家累百口皆被獲, 斬耿、尙諸人於市, 而安置其家僮。 以此觀之, 兵力不至大弱矣。 惟海防之虞, 有不可測者, 或言鄭錦已死, 其弟代領其衆。 雖未知其言之必信, 而以日本所報觀之, 猶可信也。 我國地形, 大類中國, 瑞、泰猶靑、齊也, 康、海猶淮、泗也, 濟州猶浙江也。 我國之於日本, 雖羈縻講解, 姑無釁隙, 而沿海陰雨之備, 則不可不十分措意也。 且大興山城在天磨山, 地勢險絶, 賊不得來, 而但其地甚僻, 徒能自守, 而不能爲聲援, 故其形勢, 遠不及南漢矣。 然多募僧徒, 安頓城中, 糶糴之穀專責僧徒, 如南漢例, 而且多出僧徒加資帖, 募粟以實之似得。" 上從之。
肅宗顯義光倫睿聖英烈章文憲武敬明元孝大王實錄卷之十四上
肅宗顯義光倫睿聖英烈章文憲武敬明元孝大王實錄卷之十四下
- 【태백산사고본】 14책 14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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