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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개수실록 25권, 현종 13년 1월 24일 신미 2번째기사 1672년 청 강희(康熙) 11년

우의정 송시열이 소를 올려 사직하다

우의정 송시열(宋時烈)이 소를 올려 사직하였다. 그 대략에,

"대간(臺諫)이 매양 ‘전하께서 대신을 신임하여 대신의 자임(自任)이 무겁다.’고 한다는데, 이는 성현(聖賢)의 교훈을 강구하지 않고 한갓 세속의 견해에만 이끌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의 상소에서 이른바 ‘그 잘못을 똑바로 말해야 한다.’고 하고 그 아래에 ‘대신을 바꾸어야 한다.’고 운운하였는데 이는 가설적인 말로서, 대개 대신이 적임자가 아닐 경우 대간이 왜 곧바로 배척하여 바꾸자고 청하지 않고 도리어 말할 듯하다가 말하지 않으면서 마치 입에 아교나 옻을 머금은 것처럼 우물쭈물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는 간신(諫臣)의 대체를 개략적으로 말한 것이지, 대신이 꼭 적임자가 아니라고 여겨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비록 가설적인 말이라 하더라도 역시 말할 수는 없을 성싶은데, 끝내 감히 말을 꺼낸 데에는 연유가 있었습니다. 고 판서 서필원(徐必遠)은 지금 상신(相臣)의 지기지우(知己之友)입니다. 【상신은 곧 허적을 지목한 것이다.】 그가 빨리 닮기를 원하는 마음을 심지어 도부(桃符)003) 의 축문에 드러내기까지 하였으니, 그의 의(義)를 사모함이 무궁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불충하다고 상소를 올려 배척하고 말았습니다. 대체로 불충이란 신하의 큰 죄입니다. 보통 인정으로 말한다면, 지기지우가 이런 말로 뒤집어 씌웠을 경우 그 유감스러움이 필시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할 것인데, 상신(相臣)은 침착한 얼굴빛과 태연한 마음으로 조금도 개의치 않고 편안히 받아들였습니다. 신이 일찍이 그의 넓은 도량에 감복하여 대신의 체통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감히 상소 끝에 언급하면서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마음 속으로 말하기를 ‘비록 내가 그의 결점을 곧장 공박하더라도 필시 그 일을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이 ‘운운’한 말은 그리 크게 비판하는 것이 아니니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하고는 솔직하게 써서 올렸던 것입니다.

신의 상소가 들어갔다고 들은 지 이미 여러 날이 되었으나 과연 아무 말이 없기에 신은 스스로 예상했던 바가 빗나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들으니, 그가 인피하고 들어간 일이 있었고 성상께서 이는 사실 신이 망령된 말을 한 것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여기신다고 하니, 신의 죄는 이미 말할 수 없이 크게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윤경교(尹敬敎)의 상소가 불쑥 나와 그를 한껏 공격하고 배척하였는데, 이는 실로 신이 아는 바가 아니었고 또 신이 예상한 바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성상께서는 또 그 말이 신의 뜻과 부합한다고 여기시고, 신이 ‘입에 아교나 옻을 머금은 것처럼 우물쭈물한다.’고 비난한 데서 격발된 것으로 여기셨습니다. 그렇다면 그 죄는 경교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기실 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의논하는 자들이 성상의 말씀을 빌미삼아 고슴도치 털이 곤두서듯 비난하면서 신은 부리이고 경교는 가지라고 하는데, 그 형적을 따져 보면 진실로 누가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성상의 분부에 이른바 ‘경교는 흉악하고 교활하다.’는 것은 바로 신이 흉악하고 교활하다는 것이고, ‘경교는 간사하다.’는 것은 바로 신이 간사하다는 것이고, ‘경교는 금수(禽獸)와 같다.’한 것은 바로 신이 금수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신을 욕하는 자들은 심지어 신이 은밀히 경기도 부근에 와서 경교와 서로 약속을 하고 돌아갔다고까지 말합니다. 이와 같이 하였다면 이는 신이 경교와 함께 귀신이나 물여우 같은 짓을 한 것이니, 실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신의 말이 과연 어리석고 망령되어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분란만을 일으킬 뿐이라면, 성상께서는 마땅히 불가하다는 뜻을 보이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도리어 짐짓 너그럽게 총애를 해주시니, 대성인(大聖人)이라면 아랫사람을 이와 같이 대해서는 안 됩니다. 빨리 신을 체직하시고 이어 신의 죄를 다스려 편안한 마음으로 죽게 하는 것이 시종 생성(生成)해 주시는 은혜입니다."

하였는데, 상이 우대하는 비답을 내리고 사관을 보내 전유하였다. 【3월 갑자일에야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9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 / 왕실-사급(賜給)

  • [註 003]
    도부(桃符) : 입춘날 문이나 기둥에 써서 붙이는 글.

○右議政宋時烈上疏辭職, 略曰:

臺諫每以殿下信任大臣, 而大臣自任之重爲言, 此則不講乎聖賢之訓, 而徒牽乎世俗之見也。 故臣疏所謂正言其非, 而其下易去大臣云云者, 是乃假設之辭。 蓋曰大臣非其人, 則臺諫何不直斥請易, 而顧乃似說不說, 爲口含膠漆之習也? 此乃槪言諫臣之大體也, 非以大臣爲定非其人, 而必可改易也。 然此雖假設之辭, 似亦不敢言, 而終於敢言者, 有由然矣。 故判書徐必遠, 乃今相臣之知己友也。 【相臣卽許積。】 其速肖之願, 至形於桃符之祝, 則其慕義, 可謂無窮矣。 然而不忠之斥, 乃發於章疏。 夫不忠, 人臣之大罪也。 自常情言之, 則知己之友, 以此而加之, 其憾恨之意, 必有甚焉者。 而相臣乃悠然於色, 泰然於心, 略無芥蔕, 安而受之。 臣嘗服其弘量以爲, 大臣之體, 當如是也。 以故敢於疏末及之, 略無顧慮, 而心口相語曰: "雖使我直攻其闕, 必不以爲意, 況此云云之說, 無甚譏切。" 於是率意寫出, 而封進矣。 竊聞, 臣疏之入, 已多日矣, 而果無所言, 則臣自幸所料之不妄矣。 其後乃聞有引入之擧, 而聖明以爲, 寔由於臣之妄言, 臣罪已不可言。 而尹敬敎之疏, 闖然而發, 攻斥之言無所不至, 此實非臣之所知, 而亦非臣之所料也。 然聖明又以其言爲符合臣意, 且意其激於膠漆之剌, 然則其罪不在於敬敎, 而實在於臣也。 今之議者, 旁緣聖敎, 詆訶蝟起, 謂臣爲本根, 而敬敎爲枝葉, 究其形迹, 誠亦然矣。 然則聖敎所謂敬敎之兇狡, 卽臣之兇狡; 敬敎之奸狀, 卽臣之奸狀, 而敬敎之禽獸, 卽臣之所以爲禽獸也。 今之罵臣者, 至謂臣潛詣近畿, 與敬敎相約而歸。 如此則是臣與敬敎, 爲鬼爲蜮之狀, 實不忍掛諸齒牙。 臣言果若騃妄, 不足有補, 而適以生亂, 則聖明當示不可之意, 而乃反假借褒寵, 大聖人待下, 不當如是也。 乞亟遞臣職, 仍治臣罪, 俾得安意沒齒, 終始生成之恩也。

上優批, 遣史官傳諭。 【三月甲子始下。】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9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司法)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