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의 사형수를 삼복하다
상이 희정당에 나아가 서울과 지방의 사형수를 삼복(三覆)하였다. 이날 사형으로 결단한 자가 20명이었다. 수안(遂安) 사람 이지휼(李枝恤)이라는 자는 병신년 봄에 그의 처형 김애격(金愛格)의 집에 가서 물건을 추심하여 돌아오던 길에 도주하였는데, 그의 아비 이승립(李承立)이 ‘애격이 재리(財利)를 가지고 서로 다투다가 몰래 나의 아들을 죽인 것이다.’는 말로 관에 고발하여 소송을 걸었다. 지휼의 숙부인 이호림(李豪林)과 지휼의 아내 선합(先合)이 또 그것을 증언하였다. 애격이 해명하지 못하고 마침내 곤장을 맞다가 죽었다. 애격의 아내 봉생(奉生)이 비명에 간 남편을 애통해 하여 원수를 갚고자 이리저리 종적을 찾기를 14년이나 하다가 비로소 지휼을 찾아내어 관가에 고소하였다. 지휼과 그의 아내 선합은 모두 살인 음모죄로 조율하여 결단할 참이었는데, 살인 음모죄는 사형에 해당하지 않는 죄였다. 좌상 허적이 아뢰기를,
"지휼이 무단 도주한 것이 이미 매우 의심스럽고 그 한 사람 때문에 무고하게 죽은 사람이 다섯 명이나 됩니다. 그리고 선합은 애격과 친동기 간인데 다른 사람의 시신을 남편의 시신이라고 증언하였는가 하면 온갖 방법으로 술수를 부려 마침내 곤장을 맞다가 죽게 하였습니다. 선합의 속셈은 재물을 차지하려는 것으로서, 인정과 법으로 논해 보건대 절대로 용서할 만한 단서가 없습니다."
하였다. 드디어 사형으로 결단하였다. 죄인 이옥명(李玉明)이란 자는, 열세 살 된 아이로서 율옥(栗玉)이 남편을 죽일 때에 곁에서 돌멩이를 집어준 자이다. 처음에는 일을 도왔다는 이유로 사형에 의율했는데, 여러 신료들이 다들 억울한 일이라고 하였다. 계집종 연옥(然玉)이란 자는, 시집가기 전에 어떤 사람과 사통(私通)하였는데, 남편에게 시집간 뒤에 사통했던 자가 그 남편을 죽였다. 처음에는, 간부(奸夫)와 함께 본남편을 죽였다는 이유로 사형에 해당시켰는데, 사람들이 모두들, ‘사통한 일이 시집가기 전에 있었으니 간부라고 할 수 없으며, 또한 그러한 사정도 몰랐으니, 사형을 감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기명(起命)이란 자는, 광질(狂疾)이 있어서 까닭없이 칼을 뽑아들고 네 살 된 아이를 죽인 자이다. 여러 사람들이, ‘술에 취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장난을 하다가 사람을 죽인 경우에 모두 사형을 시키니, 비록 미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죽인 죄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였다. 허적은, ‘미친 사람을 용서해준 것은 선조(先朝) 때에 이러한 전례가 있다.’ 하였다. 석종(石宗)과 말립(末立)은, 배를 만들 목재용 나무를 기르는 산에 불을 낸 자인데, 나라의 금법에 사형에 해당하였다. 여러 의논이, ‘법이 평소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 우선 죄를 견감시켜 주고, 지금부터는 거듭 밝혀서 사람마다 모두 알게 한 뒤에 사형으로 처단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였다. 모두 감사(減死)로 논죄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23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4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사법-행형(行刑) / 윤리(倫理)
○丁酉/上御熙政堂, 三覆京外死囚。 是日, 斷死刑二十人。 遂安人李枝恤, 曾於丙申春間, 往推其器物於妻兄金愛格家, 歸路逃走。 其父承立以爲, 愛格因爭財, 潛殺其子, 告官成獄, 枝恤之叔豪林及其妻先合, 從而證之。 愛格不能自明, 竟死杖下。 愛格之妻奉生, 痛夫非命, 欲爲報仇, 遍迹遠近, 積十四年而始得枝恤, 就官告狀。 枝恤及其妻先合, 俱以謀殺人之律, 將爲照斷, 謀殺人, 非一罪也。 左相許積曰: "枝恤之無端逃走, 已極可疑, 而以渠一人之故, 枉死者多至五人。 先合之於愛格, 旣是同氣之親, 而至以他人之屍, 證爲夫屍, 百般鍜鍊, 終使杖斃。 其計出於爭財, 論以情法, 斷無可恕之端。" 遂斷以死刑。 罪人李玉明者, 以十三歲兒, 栗玉弑父時在傍, 取石塊以給之。 初以加功擬死, 群臣多以爲冤。 婢然玉者, 未嫁前爲人所私, 及嫁夫之後, 所私者殺其夫。 初以與奸夫, 殺本夫當死。 諸議皆以爲: "所私者旣在嫁前, 則不可謂奸夫, 且不知情, 宜減死。" 起命者有狂疾, 無端拔劍, 殺四歲兒。 群議以爲: "醉殺戲殺, 皆償命, 雖狂人, 殺人之罪不可貸。" 許積以爲: "狂人貸死, 先朝有此例。 石宗、末立者, 發火於船材長養之山, 國禁有應死之律。 諸議以爲: "法不素明, 姑宜減律。 自今申明, 使人人曉知而後, 處以死律。" 皆得減死論。
- 【태백산사고본】 23책 23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4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사법-행형(行刑)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