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송시열의 사직 상소
우상 송시열(宋時烈)이 소를 올려 사직하였다. 그 대략에,
"대간(臺諫)이 매양 ‘전하께서 대신을 신임하여 대신의 자임(自任)이 무겁다.’고 한다는데, 이는 성현(聖賢)의 교훈을 강구하지 않고 세속의 견해에만 이끌려서 그런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의 상소에서 이른바 ‘곧바로 그 잘못을 말해야 한다.’고 하고 그 아래에 ‘대신을 바꾸어야 한다.’고 운운하였는데 이는 가설적인 말로서 대개 대신이 적임자가 아닐 경우 대간이 왜 곧바로 배척하여 바꾸자고 청하지 않고, 말할 듯하다가 말하지 않으면서 마치 입에 아교나 옻칠을 머금은 것처럼 우물쭈물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는 간신(諫臣)의 대체를 개략적으로 말한 것이지 대신이 꼭 적임자가 아니라고 여겨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비록 가설적인 말이라 하더라도 역시 말할 수 없는 것인데 끝내 감히 말하고 만 것은 연유가 있었습니다. 고 판서 서필원(徐必遠)은 지금 상신(相臣)의 지기지우(知己之友)입니다. 【상신은 곧 허적을 지목한 것이다.】 그가 빨리 닮기를 원하는 마음을 심지어 도부(桃符)004) 의 축문에 드러내기까지 하였으니, 그의 의(義)를 사모함이 무궁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불충하다고 상소를 올려 배척하고 말았습니다. 대체로 불충이란 신하의 큰 죄입니다. 보통 인정으로 말한다면, 지기지우가 이런 말로 뒤집어 씌웠을 경우 그 유감스러움이 필시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할 것인데, 상신(相臣)은 유연한 얼굴빛과 태연한 마음으로 조금도 개의치 않고 편안히 받아들였습니다. 신이 일찍이 그의 넓은 도량에 감복하여 대신의 체통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감히 상소 끝에 언급하면서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마음 속으로 말하기를 ‘비록 내가 그의 결점을 공박하더라도 필시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이 운운한 말은 그리 크게 비판하는 것이 아니니,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하고는 솔직하게 써서 올렸던 것입니다. 신의 상소가 들어갔다고 들은 지 이미 여러 날이 되었으나 과연 아무 말이 없기에 신은 스스로 예상했던 바가 빗나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들으니, 그가 인피하고 들어간 일이 있었고 성상께서는 이는 사실 신이 망령된 말을 한 것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여기신다고 하니, 신의 죄는 이미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윤경교(尹敬敎)의 상소가 틈을 타고 나와 그를 이루 말할 수 없이 공격 배척하였는데, 이는 실로 신이 아는 바가 아니었고 또 신이 예상한 바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성상께서 또 그 말이 신의 뜻과 부합되며 또 신이 ‘입에 아교나 옷칠을 머금은 것처럼 우물쭈물한다.’고 비난한 데서 격발된 것으로 여기셨습니다. 그렇다면 그 죄는 경교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실로 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의논하는 자들이 성상의 말씀을 빌미삼아 비난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나, 신은 뿌리이고 경교는 가지라고 하는데, 그 형적을 따져 보면 진실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성상의 분부에 이른바 경교의 흉악하고 교활함은 바로 신의 흉악하고 교활함이고, 경교의 간사함은 바로 신의 간사함이고 경교가 금수(禽獸)와 같다 함은 바로 신이 금수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신을 욕하는 자들은 심지어 신이 은밀히 경기도 부근에 와서 경교와 서로 약속을 하고 돌아갔다고들 합니다. 이와 같이 하였다면 이는 신이 경교와 함께 물여우와 같은 짓을 한 것이니 실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신의 말이 과연 어리석고 망령되어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분란만을 만들 뿐이라면, 성상께서는 마땅히 불가하다는 뜻을 보이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도리어 짐짓 너그럽게 봐주고 총애해 주시니, 대성인(大聖人)이 아랫사람을 이와 같이 대해서는 안 됩니다. 빨리 신을 체직하시고, 이어 신의 죄를 다스려 편안히 죽게 함으로써 생성(生成)해 주신 은혜를 끝까지 하소서."
하니, 상이 답하기를,
"아, 내가 경의 일에 대해,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분란만 만든다고 여겼다면, 어찌 너그럽게 봐주고 총애만 한 채 성심으로 말하지 않고, 경교로 하여금 이런 잘못된 행동을 하게 하였겠는가. 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경은 어찌하여 헤아려 보지 않고 이렇게까지 의심한단 말인가? 경에 대해서 조금도 의심하는 바가 없는데, ‘그 말이 부합한다.’든가 ‘바로 신을 이른다.’는 등의 말로 깊이 자책하여 피혐하고 있으니, 이게 어찌 내가 경에게 바라는 바이겠는가? 모름지기 내 뜻을 체득하여 마음을 가라앉혀 사양하지 말고 뜻을 바꾸어 올라 오라."
하고, 사관을 보내 전유하였다.
삼가 살피건대, 시열은 자부심이 매우 높아서 옛날의 어진이로 자처하였는데 당류의 추앙이 정자(程子)나 주자(朱子)에 못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상소에 간사한 꾀를 부려 올렸다 내렸다 늘렸다 줄였다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서필원의 말을 끌어다가 상신의 넓은 도량으로는 반드시 노여워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 이 말을 했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임금을 속이고 한편으로는 필원을 공격 배척하였으니 그 교묘한 말솜씨와 아첨하는 본 모습이 이에 모두 드러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공자가 아첨하는 자를 미워한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9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註 004]도부(桃符) : 입춘날 문이나 기둥에 써서 붙이는 글.
○辛未/右相宋時烈上疏辭職, 略曰:
臺諫每以殿下信任大臣, 而大臣, 自任之重爲言, 此則不講乎聖賢之訓, 而徒牽乎世俗之見也。 故臣疏所謂正言其非, 而其下易去大臣云云者, 是乃假說之辭, 蓋曰, 大臣非其人, 則臺諫何不直斥請易, 而顧乃似說不說, 爲口含膠漆之習也。 此乃槪言, 諫臣之大體也, 非以大臣爲定非其人, 而必可改易也。 然此雖假說之辭, 似亦不敢言, 而終於敢言者, 有由然矣。 故判書徐必遠, 乃今相臣之知己友也。 【相臣卽指許積也。】 其速肖之願, 至形於桃符之祝, 則其慕義, 可謂無窮矣。 然而不忠之斥, 乃發於章疏。 夫不忠, 人臣之大罪也。 自常情言之, 則知己之友, 以此而加之, 其憾恨之意, 必有甚焉者, 而相臣乃悠然於色, 泰然於心, 略無芥滯, 安而受之。 臣嘗服其弘量, 以爲大臣之體, 當如是也。 以故敢於疏末及之, 略無顧慮, 而心口相語曰, 雖使我直攻其闕, 必不以爲意, 況此云云之說, 無甚譏切? 於是率意寫出而封進矣。 竊聞臣疏之入, 已多日矣, 而果無所言, 則臣自幸所料之不妄矣。 其後乃聞, 有引入之擧, 而聖明以爲, 寔由於臣之妄言, 臣罪已不可言。 而尹敬敎之疏, 闖然而發, 攻斥之言, 無所不至, 此實非臣之所知, 而亦非臣之所料也。 然聖明又以其言, 爲符合臣意, 且意其激於膠漆之刺。 然則其罪不在於敬敎, 而實在於臣也。 今之議者, 旁緣聖敎, 詆訶蝟起, 謂臣爲本根, 而敬敎爲枝葉, 究其形跡, 誠不然矣。 然則聖敎所謂, 敬敎之兇狡, 卽臣之兇狡, 敬敎之奸狀, 卽臣之奸狀, 而敬敎之禽獸, 卽臣之所以爲禽獸也。 今之罵臣者, 至謂臣潛詣近畿, 與敬敎相約而歸。 如此則是臣與敬敎, 爲鬼爲蜮之狀, 實不忍掛諸齒牙。 臣言果若騃妄, 不足有補, 而適以生亂, 則聖明當示不可之意。 而乃反假借褒寵, 大聖人待下, 不當如是也。 乞亟遞臣職, 仍治臣罪, 俾得安意沒齒, 終始生成之恩也。
上答曰: "噫! 予之於卿事, 有不足有補, 而適以生亂, 則豈用假借褒寵, 不以誠心以誥, 而使敬敎有此無狀之擧哉? 是必不然之理, 卿胡不量, 疑之至此? 少無相疑於卿, 而以其言符合卽臣之謂等語, 深加引嫌, 此豈予之所望於卿者哉? 須體予意, 安心勿辭, 幡然上來。 遣史官傳諭。
【謹按時烈, 自許甚高, 以古賢者自居, 其黨推仰之, 不下於程、朱。 而今此疏語, 闔闢回譎, 抑揚申縮, 至引徐必遠之言, 以爲相臣弘量, 不必怒, 而發此言, 一以欺罔天聰, 一以攻斥必遠, 其巧令本色, 於是畢露。 此夫子之所以惡夫佞者也。】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9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