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학 이민적이 왕세자의 대례 논의를 중지하자고 차자를 올리다
부제학 이민적(李敏迪) 등이 차자를 올리기를,
"제왕가의 예법이 사서인과는 다르나, 성인의 혈기는 보통 사람과 같은 것입니다. 왕세자가 타고난 자질이 숙성하고 드높으나 나이로 말하면 겨우 10세인데, 어찌 아내를 둘 나이라고 하겠습니까? 신들도 대례(大禮)의 차례와 절목을 알고 있으므로 왕세자의 화려한 합방(合房)의 기일이 올해가 아니라는 것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호(名號)가 일단 정해져 절차를 진행시킨다면 2, 3년을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송(宋)나라 철종(哲宗) 때에 유모 10명을 구하였는데, 범조우(范祖禹)가 태황태후(太皇太后)에게 글을 올려 말하기를 ‘천금의 재산이 있는 집안도 13세 된 아들이 있으면 오히려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도록 하는데, 더구나 만승(萬乘)의 임금에 있어서이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어릴 때의 혈기는 장년이 되어서야 성하게 되는 것이니, 범조우의 말은 장구한 앞을 내다본 염려라고 하겠습니다. 13세에 여색을 가까이 하는 것도 경계로 삼았는데, 왕세자의 춘추가 얼마나 되었기에 별안간 이런 의논을 한단 말입니까?
신들은 감히 고사를 멀리 인용하지 않겠습니다. 삼가 선조 대왕과 인조 대왕을 두고 보더라도, 모두 잠저(潛邸)에서 들어와 왕통을 이었으므로 혼인을 모두 어린 나이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라를 다스린 지가 40년이 되기도 했고, 혹은 30년이 되기도 했습니다. 채침(蔡沈)의 무일편(無逸篇) 서문에 ‘문왕(文王)을 상세히 말한 것은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였는데, 신들도 삼가 이 뜻을 붙여 감히 이렇게 아룁니다."
하니, 상이 답하기를,
"너희들이 걱정하는 것을 내가 어찌 생각하지 않았겠느냐. 너희들은 지나치게 염려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660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종친(宗親)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副提學李敏迪等上箚曰:
帝王家禮, 雖異於士庶, 而聖人血氣, 亦同於常人。 王世子雖天資夙成, 玉質岐嶷, 而語其春秋, 亦僅十歲耳, 此豈有室之年哉? 臣等亦知大禮次第節目, 繁縟天合之期, 想不在於今歲。 而名號旣定, 節次推排, 則亦不出三二年之內矣。 宋 哲宗時, 覓乳媪十人, 范祖禹上書于太皇太后曰: ‘千金之家, 有十三歲之子, 猶不宜近女色, 而況萬乘之主乎。’ 童年血氣, 待壯而盛, 而祖禹之言, 爲長久慮也。 十三歲近內, 猶以爲戒, 則王世子春秋幾許, 而遽有此議耶? 臣等不敢遠引古事。 伏惟宣祖大王、仁祖大王, 皆以潛邸入承, 大婚之年, 皆不在於童歲。 故享國或過四十年, 或幾三十年。 蔡沈序《無逸》曰: ‘詳文祖者, 耳目之所逮也。’ 臣等亦竊附於此義, 敢此申復。
上答曰: "爾等之憂, 予豈不思。 爾等勿爲過慮。"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660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종친(宗親)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