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시에 장원하고 사은하는 정유악을 소견하고 표피·지필묵을 하사하다
생원·진사가 방방(放榜) 뒤에 사은하였다. 상이 진사시에 장원한 정유악(鄭維岳)을 소견하고 승지 이일상(李一相)에게 이르기를,
"정뇌경(鄭雷卿)의 죽음을 내가 슬퍼하였는데 이제 이 아이가 장성한 것을 보니 슬픔과 기쁨을 견디지 못하겠다."
하고, 또 정유악에게 이르기를,
"너는 반드시 입신 양명하여 원대한 것을 기약해야 한다."
하였다. 정유악이 목이 메어 대답하지 못하고 이일상이 눈물을 흘리며 당시의 일을 말하니, 상이 또한 슬퍼서 탄식하며 이르기를,
"정뇌경이 죽을 때에 내가 심양에 있었는데 살리려 하였으나 할 수 없었고, 정뇌경도 1백 금(金)을 써서 용호(龍胡)118) 에게 선물을 주었으나 마침내 화를 면하지 못하였으니, 말하기에 참혹하다. 아마 그 고아와 과처(寡妻)가 살아갈 방도가 없을 것이니, 해조를 시켜 넉넉히 먹을 것을 내리고, 또 1백 금을 주어 빚진 것을 갚게 하라. 강원(講院)의 서리(胥吏) 중에도 억울하게 죽은 자가 있었는데 이름을 무엇이라 하는가?"
하였다. 이일상이 아뢰기를,
"강효원(姜孝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 처자에게는 전부터 늠료를 주었는데, 이제도 계속하여 그만두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정유악이 하직하고 물러가니, 상이 표피(豹皮)·지필묵(紙筆墨)을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573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왕실-사급(賜給)
- [註 118]용호(龍胡) : 용골대(龍骨大).
○生員、進士, 放榜後謝恩。 上召見進士狀元鄭維岳, 謂承旨李一相曰: "鄭雷卿之死, 予嘗惻念, 今見此兒長成, 不勝悲喜。" 又謂維岳曰: "汝須立揚, 以期遠大。" 維岳嗚咽不能對, 一相流涕爲言當時事, 上亦悲歎曰: "雷卿之死也, 予在瀋中, 欲救活而不能得, 雷卿亦費百金餽龍胡, 而終不免於禍, 言之慘矣。 想其孤兒、寡妻, 不能聊生, 其令該曹, 優賜食物, 且給百金, 以償其所費。 講院之吏, 亦有冤死者, 其名謂何?" 一相曰: "姜孝元也。" 上曰: "其妻子自前給廩料, 今亦仍令勿廢可矣。" 維岳辭退, 上賜豹皮、紙筆墨。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573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