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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실록 8권, 효종 3년 5월 13일 계미 2번째기사 1652년 청 순치(順治) 9년

경연을 열지 않는 것에 대해 신하들이 잘못되었음을 아뢰다

상이 대신 및 비국의 제신을 인견하였다. 좌의정 김육이 아뢰기를,

"삼가 듣건대, 전하께서 어제 특진관이 나오지 않은 것 때문에 경연을 아예 철폐해 버리고 수시로 소대(召對)하겠다고 하시니, 매우 불가합니다. 혹시 전하께서 깊이 생각하지 못하신 것은 아닙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지경연과 특진관이 모두 싫어하여 서로 미루는데 어찌 구차하게 하겠는가. 그래서 소대를 열어 간편하게 하고자 한 것일 따름이다."

하였다. 영의정 정태화가 아뢰기를,

"태만한 신하에게 죄를 주시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이 일 때문에 경연을 폐지하시려는 것은 결단코 불가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국가의 기강이 날이 갈수록 해이해지고 모든 관리가 전부 게을러졌다. 재신(宰臣)과 근시(近侍)도 오히려 이러한데 그 밖에는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는가. 대각(臺閣)에 몸담고 있는 자까지 한 마디도 규정하는 말을 하지 않으니, 매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하였다. 부제학 민응형(閔應亨)이 아뢰기를,

"윤강의 사람됨이 순박하고 정직한 것은 전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는 사실입니다. 그 당시 상황이 어쩔 수 없었던 것이지 어찌 태만해서 그랬겠습니까. 이에 가벼운 허물을 가지고 사패(司敗)에게 내리는 것은 아랫사람을 예로 대우하는 도리가 결코 아닙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은 이 일을 하찮은 일이라고 여기는가. 내가 스스로 존경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국가의 사체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였다. 민응형이 아뢰기를,

"《서전》에 이르기를 ‘아랫사람을 대할 때 공경할 것을 생각한다.’ 하였고 또, ‘군자를 업신여기지 말라.’라는 말로 경계하였습니다. 오늘날 조정에 있는 신하들 중에 강직한 자는 적고 연약한 자는 많으니, 전하께서 엄한 법으로 신하들을 다스리는 것을 보게 되면 누군들 두려워하여 구차하게 용납받으려 하지 않겠습니까. 임금과 신하는 의리를 주로 하지만 은혜가 그 가운데 있고, 아비와 자식은 은혜를 주로 하지만 의리가 그 가운데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비록 군신간의 체모를 중요시하시지만 신은 군신간의 성의를 귀하게 여깁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화평한 마음으로 이치를 살피시어 제각기 그 죄에 해당하는 벌을 주도록 하소서. 이일상(李一相)이 아뢴 것은 훌륭한 일이라 할 만한데 전하께서는 그가 당여(黨與)를 비호한다고 의심하여 너무 지나치게 배척하셨습니다. 이렇게 하신다면 국사가 날로 잘못되어 갈까 염려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은 비록 정성을 다하여 진언한다고 하지만 다시 망발을 하고 말았다."

하고, 이어 좌우에게 이르기를,

"부제학이 머리 하얀 늙은 신하로 생각한 바가 있으면 숨김없이 모두 진달하니, 비록 그가 한 말이 혹 전부 옳은 것은 아니지만 들어보면 진실로 아름답게 여겨진다."

하였다. 민응형이 아뢰기를,

"전하께서 윤강이 나오지 않은 것 때문에 경연을 아예 폐지하고자 하시니, 이는 진실로 너무 지나치게 노여워하신 것입니다. 목이 메인다고 하여 먹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 어찌 있을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하니, 상이 승지에게 이르기를,

"내가 단지 소대(召對)를 하고자 했던 것은 간편한 것을 취하려는 의도였는데 부제학이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힘주어 말하니,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66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555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上引見大臣及備局諸臣。 左議政金堉曰: "竊聞, 殿下以昨日特進官之不進, 至欲永輟經筵, 時賜召對, 甚不可也。 抑殿下或未之深思乎?" 上曰: "知經筵、特進官, 皆厭苦推諉, 何用苟焉爲之? 玆欲召對, 以就簡便耳。" 領議政鄭太和曰: "怠慢之臣, 罪之可矣, 因此而欲廢經筵, 則決不可也。" 上曰: "國綱日漸解弛, 百隷率皆怠惰。 宰臣、近侍, 尙且如此, 其他更何說乎? 職在臺閣者, 又不出一言糾正, 予甚駭歎。" 副提學閔應亨曰: "尹絳之爲人樸直, 殿下固已知之矣。 其時事勢, 有不及焉耳, 豈是怠慢而然哉? 乃以薄過, 下之司敗, 甚非待下以禮之道也。" 上曰: "卿以此事爲細故耶? 予非自尊, 誠以國家事體, 不宜如是故也。" 應亨曰: "《傳》云: ‘接下思恭。’ 又以狎侮君子爲戒。 今日朝臣剛直者寡, 輭懦者多, 見殿下嚴法御下, 則孰不畏怵而苟容哉? 君臣主義, 而恩在其中; 父子主恩, 而義在其中。 殿下雖以君臣間, 體貌爲重, 而臣則以君臣間, 誠意爲貴。 願殿下, 平心察理, 各以其罪罪之。 李一相之啓, 可謂善矣, 而殿下遂疑其護黨, 斥之太過。 如此則竊恐國事日非矣。" 上曰: "卿雖竭誠盡言, 亦復妄發矣。" 仍謂左右曰: "副提學以白首老臣, 凡有所懷, 悉陳無隱, 雖其所言, 或不盡是, 聽來誠可嘉矣。" 應亨曰: "殿下因尹絳之不進, 欲永廢講筵, 此誠激怒太過之致。 因噎廢食, 寧有是理?" 上謂承旨曰: "予只欲爲召對者, 取其簡便之意, 而副學力言其非, 可不從乎?"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66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555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