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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실록 7권, 효종 2년 8월 28일 계유 1번째기사 1651년 청 순치(順治) 8년

인정전에서 세자 책례를 거행하다

상이 인정전에 나아가 세자 책례(世子冊禮)를 하였다. 교명문(敎命文)은 다음과 같다.

"왕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생각하건대, 하(夏)·은(殷)·주(周)가 오랫동안 나라를 보유한 것은 모두 어진 세자를 두었기 때문이며 열성(列聖)들께서 점차로 쌓아 올린 기업(基業)은 더욱 동궁에게 인망이 집중되는 것을 중히 여겼다. 더구나 위호(位號)가 이미 정해졌으니, 책명을 속히 선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서 상전(常典)에 따라 물채(物采)를 갖추노라. 아, 너 세자 이원(李棩)은 타고난 자질이 훌륭하여 날로 온화(溫和)하고 문아(文雅)해졌다. 왕세자 한 사람을 모두들 사직의 복이라 일컬었고, 선왕께서 사랑하여 일찍이 적사(嫡嗣)의 이름을 정하셨다. 그래서 내가 왕위에 오른 벽두에 주창(主鬯)148) 의 중책을 맡기었다. 옷을 겨우 이길 만한 어린 나이에 나의 음식상을 살피니, 어질고 효성스럽다는 칭찬이 더욱 퍼졌고 예를 익히고 시를 외우되 스승의 훈계를 번거롭게 하지 않았다. 인심이 쏠리고 신기(神器)149) 가 귀속되었다. 돌아보건대, 이 성대한 의식을 베푸는 것은 대개 관례(冠禮)의 끝남을 기다린 것이고 삼가(三加)150) 로 덕을 이루니 수고(壽考)의 복을 맞았고, 세자의 자리를 이어받으니 아름다운 예찬에 합할 만하다. 이에 너를 명하여 왕세자를 삼으니 너는 빛나게 보전(寶典)을 받고 경건히 가르친 말을 명심하라. 왕업의 어려움을 생각하여 공순하고 검소함으로써 몸을 신칙하고, 막대한 일의 부탁임을 생각하여 공경하고 두려움으로써 마음을 간직하라. 어진이를 친히 하고 간언을 받아들이며 혹시라도 아첨하는 사람을 가까이하지 말라. 덕을 닦고 학문을 주력하되 태만하고 황음함을 가장 경계하라. 밤낮으로 잘못하는 일이 없게 하고 잠시라도 반드시 근신하라. 그리하여 나의 뜻을 몸받아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길이 보전할 것을 기약하라. 그래서 이에 교시하노니, 잘 알 줄로 생각하노라." 【지제교 김익희(金益熙)가 지은 것이다.】

죽책문(竹冊文)은 다음과 같다.

"왕은 이렇게 말한다. 맏아들을 세워 세자에 봉하는 것은 대개 국가의 근본을 삼기 위함이고, 이름을 바르게 하고 지위를 정하는 것은 억조 창생의 마음을 붙잡아매기 위함이다. 이에 떳떳한 법칙을 따라 크게 아름다운 전장(典章)을 선양하노라. 아, 너 세자 이원(李棩)은 천성이 인자하고 효성스러우며 자질이 총명하고 준수하였다. 전후 좌우 사람들이 비록 바르게 보필하여 길렀다고 하겠으나, 점점 쌓아 광명한 학문은 열심히 가르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명성이 일찍이 드러나고 기쁘게도 덕기(德器)가 이미 성취되었다. 선왕께서는 독실하게 사랑하셨고, 과인은 날로 장성하기를 바랐다. 원(院)을 개설하고 글을 강론시키어 세상에 드문 성대한 일을 드러내고, 정사를 보시며 명을 내리어 세손에 책봉하셨다. 이왕 당시에 기대가 대단하였는데 내 어찌 부탁하는 일에 걱정을 하겠는가. 오늘날 누구나 우러러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니, 너는 진실로 왕세자의 지위에 어울리도다. 1년이 끝나갈 무렵에 노궁(魯宮)의 관례를 행하고, 3년의 복제를 마치고서 한정(漢庭)의 책의(冊儀)를 거행한다. 이에 너를 책봉하여 왕세자를 삼으니, 아, 그 자리는 편안하지 않고 천명을 보전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조정이 어렵게 이룬 크나큰 기업을 생각하여 제왕(帝王)의 원대한 계획에 힘쓰라. 한가하게 있을 때에는 혹시라도 방심하여 태만하지 말고, 첫닭이 울면 일어나서 반드시 몸을 신칙하여 온화하고 공순할 것을 생각하라. 선(善)의 도움을 받는 데는 어진이를 친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고, 일을 처리하는 것은 도의를 지키는 데 달려 있다. 위에서 법을 취하되 옛날 성현의 아름다운 교훈에 더욱 힘쓰고, 진실로 그 중도를 지키어 우리 집의 전수하는 유훈(遺訓)을 떨어뜨리지 말라. 그래서 이에 교시하노니, 잘 알 줄로 생각하노라." 【지제교 이일상(李一相)이 지은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7책 7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507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48]
    주창(主鬯) : 맏아들을 뜻함. 맏아들은 종묘(宗廟)의 제사를 받들어 제사에 쓰는 울창주(鬱鬯酒)를 주관한다. 주기(主器) 즉 제기(祭器)를 주관한다는 말과 같다.
  • [註 149]
    신기(神器) : 왕위(王位).
  • [註 150]
    삼가(三加) : 관례(冠禮)를 행할 때에 세 번 관을 갈아 씌우는 의식. 초가(初加)에는 입자(笠子), 재가(再加)에는 사모(紗帽), 삼가(三加)에는 복두(幞頭)를 썼다.

○癸酉/上御仁政殿, 行世子冊禮。 敎命文:

王若曰。 予惟三代久長之術, 率由宗儲之得賢, 列聖積累之基, 尤重國本之繫望。 矧位號之已定, 宜冊命之丞宣。 式遵彝章, 庸備物采。 咨爾世子, 天挺岐嶷, 日就溫文。 一人元良, 咸稱社稷之福; 先王奇愛, 早定世嫡之名。 故予踐阼之初, 畀以主鬯之重。 勝衣視膳, 益播仁孝之譽; 服禮誦詩, 不煩師傅之訓。 人心允屬, 神器有歸。 顧此縟儀之陳, 蓋待殷制之畢, 三加成德, 聿迓壽考之祺。 貳極承華, 可叶暉潤之贊。 玆命爾爲王世子, 爾其光膺寶典, 祗服訓辭。 思弘業之艱難, 以恭儉飭己; 念大事之付托, 以敬畏存心。 親賢納規, 無或昵於侫幸; 惇德典學, 最宜戒於怠荒。 夙夜罔愆, 造次必謹。 尙克體於予意, 期永保乎天休。 故, 玆敎示, 想宜知悉。 【知製敎金益熙所撰也。】

竹冊文:

王若曰。 樹嫡封儲, 蓋爲國家之本, 正名定位, 以繫億兆之心。 玆率彝章, 誕揚徽典。 咨爾世子, 仁孝爲性, 岐嶷之姿。 左右前後之人, 雖云輔養以正, 緝熙光明之學, 不待咨誨之勤。 肆令聞之夙彰, 喜德器之已就。 顧先王天篤撫愛, 繄寡躬日望長成。 設院講書, 式闡曠代之盛事; 臨軒錫命, 爰加世孫之顯封。 注意旣隆於當時, 予豈憂乎付托? 延頸擧切於今日, 爾允協於元良。 一星之躔將終, 纔行宮之冠禮; 三年之制甫畢, 斯擧庭之冊儀。 玆冊爾爲王世子, 於戲! 厥位匪安, 維命不易。 念祖宗艱大之業, 懋帝王宏遠之圖。 燕閑之居, 罔或放心而荒怠, 鷄鳴而起, 必思飭躬而溫恭。 惟資善莫如親賢, 惟制事在於主義。 取法乎上, 益勉往牒聖哲之嘉謨; 允執厥中, 毋替我家傳授之遺訓。 故, 玆敎示, 想宜知悉。 【知製敎李一相所撰也。】


  • 【태백산사고본】 7책 7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507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