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 조빈이 묘호 문제를 다시 의논할 것을 상소하다
사간 조빈(趙贇)이 상소하기를,
"신이 듣건대, 지난번에 묘호에 관해 진언한 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진언자의 말에 ‘조(祖)의 호칭이 타당하지 않다.’고 한 말이 있습니다. 한(漢)·당(唐)·송(宋)의 계세(繼世)한 임금 중에는 모두 조(祖)의 호칭이 없고 오직 광무(光武) 한 사람 뿐이며, 송 고종(宋高宗)의 시호를 의논할 때 조정이 모두 조로 칭하고자 하였으나 유독 우무(尤袤)만이 ‘한 광무(漢光武)는 위로 계승한 바가 없지만 지금 대행(大行)하신 황제는 휘종(徽宗)의 대통(大統)을 이었으니 조로 호칭할 수 없다.’고 반대하였는데, 저 효종(孝宗)이 어찌 효성이 부족해서 단호하게 우무의 설을 따랐겠습니까. 의리에 크게 옳지 않음이 있어서였을 것입니다. 진언자의 말에 ‘인(仁)자가 미안하다.’고 한 것은 조손(祖孫)이 같은 글자를 거푸 시호로 쓰는 것이 과연 타당하지 않다는 뜻에서였을 것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성조(聖祖)의 묘호에 이미 세종(世宗)이 있는데 또 세조(世祖)가 있으므로 오늘날 논하는 자들이 이를 전거로 삼고 있는 듯합니다. 신이 감히 알 수 없습니다마는, 세조 대왕의 시호를 의논할 때 누가 이를 주장했습니까. 과연 후세에 비난이 없겠습니까. 옛사람도 일찍이, 조종조의 훌륭했던 정치는 준수하지 않으면서 잘못했던 정령(政令)을 가지고 선왕의 고사라고 고집하는 잘못에 대해서 논한 적이 있습니다. 신이 감히 알 수 없습니다마는, 세조 때의 훌륭했던 정치를 지금 다 거행하고 있는지요? 무엇 때문에 전혀 적당하지 않은 묘호만을 서둘러 먼저 따르고자 하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말하는 자들의 심정은 생각이 있으면 반드시 아뢰어 잘못되는 거조가 없기를 바라는 데 불과할 뿐입니다. 전하께서 만약 언로(言路)를 생각하신다면, 쓸 만하지 못한 말일 경우 그냥 버려두는 것이 옳은데, 한 마디 말에 기를 꺾고 배척하심이 너무 심하시니, 신이 감히 알 수 없습니다마는 그렇게 하시는 것이 공심(公心)입니까, 사심(私心)입니까? 우리 태묘에 이미 조(祖)의 묘호를 가지신 분이 셋이 있는데 지금 또 조로 호칭할 경우 한 종묘 안에 네 분의 조(祖)가 있어 위로 존속(尊屬)인 선왕을 핍박하고 서로 압제(壓制)하게 될 것이니 매우 미안한 일입니다. 이것은 세조의 시호를 논해 정한 자들의 잘못입니다. 선조(宣祖)를 조로 칭한 것은 당시 소인들의 아첨에서 나온 것인데, 지금 어찌 다시 그 전철을 밟아서야 되겠습니까. 신의 생각에는 전하께서 공사(公私)의 사이를 정미롭게 살피지 못하시어 호오(好惡)하시는 바가 도리어 사(私)에 이끌려 그러하신 듯하니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반드시 자신을 반성하여 오직 공(公)만을 힘쓰소서.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공(公)은 인(仁)의 이치이다.’고 하였으니, 이는 인이 반드시 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전(傳)에 말하기를 ‘임금이 되어서는 인에 그친다.’ 하였으니, 지금 전하께서 어렵고도 큰 왕업을 받으시어 억조의 백성을 어루만져 다스리시면서 인을 덕으로 삼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인을 하고자 하시면 공을 버리고 다른 데서 구할 수가 없습니다. 전하의 오늘날의 일이 비록 관과지인(觀過知仁)015) 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정치 교화를 새롭게 하시는 이때에 병통됨이 크니,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두려워하여 삼가소서. 오늘날 세도(世道)는 사의(私意)만이 세상에 가득하고 공도(公道)는 메아리마저 끊겼으니 전하께서 비록 공도로 아랫사람을 다스려도 오히려 미치지 못할까 두려운데 하물며 일신의 호오로써 경시하고 중시하는 바가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신은 전하를 위하여 매우 애석하게 여깁니다.
신이 인(仁)에 대한 설을 부연하여 전하를 위해 올리겠습니다. 주자(朱子)는 ‘인은 천리(天理)의 공변됨을 온전히 하고 일호의 사사로운 인욕(人欲)도 없는 것이다.’고 하였고, 정자(程子)는 ‘인의 도는 요컨대 하나의 공(公)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을 사람이 체득하기 때문에 인(仁)이 된다.’ 하였는데, 섭채(葉采)가 해석하기를 ‘인자(仁者)는 천지 만물을 하나로 여기니 그 이치가 공(公)일 뿐이다. 능히 지공 무사함을 사람에게 체득시키면 관평(寬平), 부박(溥博)한 속에서 절로 측달 자애(惻怛慈愛)의 뜻이 있게 된다.’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공하면 인하고 사(私)하면 불인한 것입니다. 진실로 인하면 사물을 접할 때 항상 관평 보박한 마음이 보존되어 시행하는 사이에 측달 자애의 뜻이 성하게 생겨나서 절로 갑자기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병통이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자가 말하기를 ‘공하면 상대와 나를 모두 비출 수 있기 때문에 인은 서(恕)할 수도 있고 애(愛)할 수도 있다.’ 하고, 또 말하기를 ‘드넓고 크게 공하면 오는 사물을 그 사물의 실정에 맞게 순응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된다면 어찌 희로(喜怒)가 중도를 지나쳐서 바르게 되지 않음이 있겠습니까. 임금의 덕은 반드시 관평 보박으로 근본을 삼고 측달 자애로 용(用)을 삼기 때문에 절로 기울어 위태롭거나 넘쳐 흐르게 되지 않는 것입니다. 공사의 구분은 관계되는 바가 크니, 시비가 천리의 공(公)에서 어긋나고 호오(好惡)를 일신의 편견(偏見)에 따른다면 국가의 치란이 여기에서 결정될 것인데 비록 백명의 대간이 있더라도 장차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그대가 언로(言路)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니 탄식스럽고 다시 매우 두렵다. 나를 병들었다 하여 말하지 않을 생각을 말고 힘써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도를 진술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367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궁관(宮官)
- [註 015]관과지인(觀過知仁) : 허물을 보고서 그가 어진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말. 여기서는 굳이 조(祖)자로 묘호를 올리려 하는 효종의 행위로 보아 효자임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쓰였음.
○司諫趙贇上疏曰:
臣竊聞, 頃者以廟號, 進言者有之, 其曰祖號未安者。 漢、唐、宋繼世之君, 皆無祖號, 惟光武一人而已, 宋 高宗議謚之日, 朝廷皆欲稱祖, 獨尤袤曰: "漢之光武, 上無所承, 今大行繼徽宗之統, 不可稱祖。" 夫孝宗豈不足於誠孝, 而斷然從袤說也? 於義有大不可焉耳。 其曰仁字未安者, 祖孫疊謚, 果未妥當。 恭惟聖朝廟號, 旣有世宗, 又有世祖, 今之論者, 以此爲據。 臣不敢知世祖大王議謚之際, 孰主張, 是果無後世之譏議乎? 古人亦嘗論祖宗朝嘉謨善政, 未克遵守, 至於疵政秕令, 則執以爲先王故事之失。 臣不敢知世祖朝善政嘉謨, 今皆擧行乎否, 何以非萬分的當之廟號, 遽先遵用乎? 然則今之爲說者, 不過曰有懷必達, 冀無過擧也。 殿下如以言路爲念, 則其不可用者, 置之可也。 一言之間, 摧沮斥絶之已甚, 臣不敢知所以然者, 乃公耶, 私耶? 惟我太廟, 已有三祖號, 今日又稱祖號, 則是一廟之中有四祖焉, 逼尊相壓, 亦已未安, 此則世祖議謚者之過也。 至於宣廟之稱祖, 出於曩時群小之導諛, 今豈宜復蹈其轍乎? 臣恐殿下於公私之際, 察之未精, 其所好惡, 反爲私意所牽而然也。 伏願殿下, 必反諸己, 惟公是務焉。 程子曰: "公者, 仁之理。" 言仁必由公做出來。 《傳》曰: "爲人君, 止於仁。" 今殿下受艱大之業, 撫億兆之民, 其不以仁爲之德乎? 夫欲仁, 則不可外公而他求也。 殿下今日之事, 雖曰觀過知仁, 然於新化, 受病大矣。 伏願殿下, 惕若焉。 今之世道, 私意滔天, 公道響絶。 殿下雖以至公御下, 猶懼不曁, 況可以好惡, 有所輕重哉? 臣深爲殿下惜之。 臣請推演仁之說, 爲殿下獻焉。 朱子之言曰: "仁者, 全天理之公, 而無一毫人欲之私者也。" 程子之言曰: "仁之道要之, 只消道一公字。 公而以人體之, 故爲仁。" 葉氏解之曰: "仁者以天地萬物爲一, 其理公而已。 能至公無私, 而體之以人, 則其寬平溥博之中, 自然有惻怛慈愛之意。" 然則公則仁矣, 私則不仁矣。 苟仁矣, 遇事接物, 常存寬平溥博之心, 而施措之際, 惻怛慈愛之意, 油然而生, 自無遽好遽惡之病。 故程子曰: "只爲公, 則物我兼照, 故仁, 所以能恕, 所以能愛。" 又曰: "擴然而大公, 物來而順應。" 夫如是, 則豈有喜怒之過中, 而不得其正哉? 人君之德, 必以寬平溥博爲之本, 惻怛慈愛爲之用, 故自無傾危泛溢之歸矣。 公私之分, 所繫極大, 是非拂于天理之公, 而好惡循於一己之偏, 則國之治亂, 於斯決矣。 雖有百臺諫, 將安有所補哉?
答曰: "爾以不念言路爲言, 不覺嗟歎, 更切瞿然。 勿以予爲受病而不言, 懋陳治病之道。"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367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궁관(宮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