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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45권, 인조 22년 2월 9일 무진 3번째기사 1644년 명 숭정(崇禎) 17년

영의정 심열 등이 세자빈이 부모를 찾아 뵙는 것이 인정상 마땅할 것이라고 아뢰다

영의정 심열, 좌의정 김자점, 우의정 이경여가 아뢰기를,

"세자빈이 이역(異域)에서 나그네로 붙여 있다가 뜻밖에 어버이의 상을 만났으니 슬픈 마음으로 궤연(几筵)에 임하고 또 모친을 살펴보는 것이 인정이나 예의로 보아 폐할 수 없는 일인데 돌아갈 기일은 임박하고 어버이를 살펴보았다는 말은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세상에 어찌 8년 동안 서로 막혀 있다가 천리 거리에서 귀국하여 지척에 계신 어버이를 만나보지 않고 그냥 되돌아가는 이치가 있겠습니까. 부자간의 정은 천성에 뿌리를 박고 있고 정이 있는 곳에는 예의도 변경하는 때가 있는 법이므로 제후의 부인이 ‘부모를 찾아뵙는다.[歸寧父母]’는 말이 성경(聖經)의 가르침에 실려 있고 어버이를 사제(私第)로 찾아가 살펴 뵙는 것도 조종조의 고사가 있습니다. 빈궁의 사체는 국모(國母)에 비해 다르고 현재 당한 변고도 태평한 세상과 같지 않으며, 더구나 후비(后妃)가 신하의 상에 친히 임하는 일이 옛날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면 부모의 상은 더욱 가서 곡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자께서 당초에 빈궁과 함께 돌아가겠다고 청할 때 부친은 죽고 모친은 병중에 있다는 것을 아울러 거론하여 그 이유로 내걸었는데, 이제 찾아가 곡하고 모친을 살펴보는 절차가 없으면 저쪽 나라가 그 말을 들을 때 또한 반드시 의아해 할 것입니다. 신들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때 아무래도 미안한 바가 있으므로 감히 소견을 아룁니다."

하니, 답하기를,

"과인이 지금 재변이 참혹하고 민심이 안정되지 않은 것을 걱정하느라 법 밖의 예나 외람한 거조는 생각이 미칠 틈이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5책 45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173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외교-야(野)

○領議政沈悅、左議政金自點、右議政李敬輿啓曰: "世子嬪羈寓異域, 奄遭親喪, 哀臨几筵, 展省偏親, 情禮之所不可廢者, 而回轅之期已迫, 省親之擧無聞。 安有八年阻絶, 千里歸國, 咫尺不相見, 便然旋返之理哉? 父子之情, 根於天性, 情之所在, 禮有時而變, 故諸侯夫人歸寧父母, 載在經訓, 省親私第, 亦有祖宗朝故事。 嬪宮事體, 比國母有異, 所値變故, 與平世不同, 況后妃之俯臨臣喪, 古亦有之, 父母之喪, 尤不可不哭。 世子當初請與嬪宮偕來時, 兼擧父亡母病爲辭, 而今無往哭省親之節, 則彼國聞之, 亦必怪訝。 臣等反覆思惟, 終有所未安, 敢陳所懷。" 答曰: "寡昧方以災異孔慘, 民志不入爲憂, 法外之禮, 猥濫之擧, 不暇念及也。"


  • 【태백산사고본】 45책 45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173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