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왕이 철군하면서 왕세자와 빈궁, 봉림 대군과 부인을 데려가자 전송하다
구왕(九王)이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면서 왕세자와 빈궁, 봉림 대군과 부인을 서쪽으로 데리고 갔다. 상이 창릉(昌陵)의 서쪽에 거둥하여 전송하였다. 길 곁에 말을 머물게 하고 구왕과 서로 읍(揖)하니, 구왕이 말하기를,
"멀리 오셔서 서로 전송하니 실로 매우 감사합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가르치지 못한 자식이 지금 따라가니, 대왕께서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였다. 구왕이 말하기를,
"세자의 연세가 벌써 저보다 많고, 일에 대처하는 것을 보건대 실로 제가 감히 가르칠 입장이 못 됩니다. 더구나 황제께서 후하게 대우하시니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자식들이 깊은 궁궐에서만 생장하였는데, 지금 듣건대 여러 날 동안 노숙(露宿)하여 질병이 벌써 생겼다 합니다. 가는 동안에 온돌 방에서 잠을 잘 수 있게 하면 다행이겠습니다."
하자, 구왕이 말하기를,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만리 길을 떠나 보내니 필시 여러모로 마음을 쓰실텐데 국왕께서 건강을 해칠까 매우 두렵습니다. 세자가 간다 하더라도 틀림없이 머지않아 돌아올 것이니, 행여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군대가 갈 길이 매우 바쁘니 하직했으면 합니다."
하였다. 세자와 대군이 절하며 하직하고 떠나자, 상이 눈물을 흘리며 전송하기를,
"힘쓰도록 하라. 지나치게 화를 내지도 말고 가볍게 보이지도 말라."
하니, 세자가 엎드려 분부를 받았다. 신하들이 옷자락을 당기며 통곡하자, 세자가 만류하며 말하기를,
"주상이 여기에 계신데 어찌 감히 이렇게들 하는가."
하고, 인하여 말하기를,
"각자 진중하도록 하라."
하고, 마침내 말에 올라 떠났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74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戊寅/九王撤兵還, 以王世子及嬪宮、鳳林大君及夫人西行。 上幸昌陵西以送之。 駐馬于路傍, 與九王相揖。 九王曰: "遠來相送, 實切感謝。" 上曰: "不敎之兒, 今將隨往, 願大王指敎之。" 九王曰: "世子年歲, 旣加於俺, 而觀其處事, 實非俺之所敢指敎。 況皇帝厚遇之, 願勿慮焉。" 上曰: "諸子生長於深宮, 而今聞露宿累日, 疾恙已作。 幸於道路, 使得寢處於房堗。" 九王曰: "謹奉敎。 萬里之別, 必費心慮, 深恐國王之致傷也。 世子雖往, 亦必不久還來, 幸勿過慮。 師行甚忙, 請辭焉。" 世子、大君拜辭而行, 上涕泣而送之曰: "勉之哉! 勿激怒, 勿見輕。" 世子伏而受敎, 群臣牽裾慟哭。 世子止之曰: "主上在此, 何敢乃爾?" 仍曰: "各自珍重。" 遂上馬而去。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7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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