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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34권, 인조 15년 1월 8일 무신 1번째기사 1637년 명 숭정(崇禎) 10년

대신을 인견하고 구원병, 강화, 군량의 문제에 대해 하문하다

상이 대신을 인견하고 하문하기를,

"요즈음 묘당에서 계획하는 것이 있는가?"

하니, 김류가 아뢰기를,

"신들이 밤낮으로 생각하고 헤아려 보아도 지려(智慮)가 얕고 부족하니, 무슨 모책(謀策)이 있겠습니까. 단지 외부의 구원만 기다릴 뿐입니다."

하고, 홍서봉이 아뢰기를,

"구원병의 수효가 적병에 비교해서 당연히 10배 이상이 될텐데 발판을 마련하기도 전에 모두 꺾여 버렸고, 이제 믿을 곳은 민성휘(閔聖徽)서우신(徐佑申)이 합세하여 전진해 오는 것뿐인데, 성 안의 사기가 점점 위축되고 있으니, 이러한 처지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계책을 세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이홍주(李弘胄)가 아뢰기를,

"두 원수가 가까운 거리까지 진군했을 것으로 추측되니, 만약 제진(諸鎭)을 잘 절제(節制)하여 합세해서 전진해 온다면, 적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횃불을 올려도 응하지 않고 호령이 통하지 않으니, 매우 안타깝습니다."

하고, 김류가 아뢰기를,

"지난번 국서(國書)를 보냈을 적에 적들이 회답하는 말이 있었으니 다시 사람을 보내 물어 보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성첩을 지키는 군졸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굳게 지키는 계책을 삼는 것이 오늘의 급선무이다."

하였다. 홍서봉이 아뢰기를,

"이 적이 필시 무단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니, 우선 사신 보내는 길을 끊지 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김류가 아뢰기를,

"나가서 싸울 수 없다 하더라도 꼴과 양식이 여유가 있으면 지킬 수도 있는데 전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싸울 수도 없고 또 지킬 수도 없다면 화친뿐입니다."

하고, 이홍주가 아뢰기를,

"고금 천하에 어찌 만전을 기할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의 날랜 군사를 뽑아 적의 허술한 틈을 타서 나가 공격한다면 저들도 반드시 낭패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른바 포위를 뚫는다는 것은 마병(馬兵)으로 보병(步兵)을 공격할 때나 해당된다. 보병으로 마병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적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하였다. 김류가 아뢰기를,

"만에 하나 차질을 빚게 되면 성을 지키는 것도 어렵게 될 것인데, 외간(外間)의 논의가 날이 갈수록 격렬해지니, 오늘밤 달이 진 뒤에 각영(各營)의 날랜 군사를 대강 뽑아 송책(松柵)을 공격하여 깨뜨리기로 이미 제장(諸將)과 의논하여 정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잘 지휘하도록 하라."

하자, 김류가 아뢰기를,

"적의 군사는 배가 부르고 말은 날렵한데, 우리 군사는 날마다 더욱 피폐해지기만 하니, 이런 상태로 저들을 대적한다는 것이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관량사(管粮使) 나만갑(羅萬甲)을 명소(命召)하여 이르기를,

"이미 방출한 군량은 얼마이고 남아 있는 군량은 얼마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원래의 수효는 6천여 석(石)이었는데, 현재는 2천 8백여 석이 남았습니다."

하였다. 나만갑이 인하여 날을 헛되이 보내며 지구전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뜻을 진달하니, 상이 이르기를,

"관향(管餉)의 책임을 맡은 자는 이런 마음을 내지 말고 언제나 지구전을 벌일 수 있는 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6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戊申/上引見大臣, 問曰: "近日廟堂, 有所籌畫耶?" 金瑬曰: "臣等日夜思度, 而智慮淺短, 有何謀策? 只待外援而已。" 洪瑞鳳曰: "援兵之數, 比賊兵, 當不啻十倍, 而未及立脚, 盡皆挫折。 今之所恃, 只閔聖徽徐佑申合勢前進, 而城中士氣, 日漸消縮。 到此地頭, 未知何以爲計也。" 李弘冑曰: "兩元帥想已進迫。 若能節制諸鎭, 合勢前來, 則賊不足恤, 而擧火不應, 號令不通, 甚可悶也。" 曰: "前送國書, 彼有回答之語, 請更遣人問之。" 上曰: "撫恤守堞軍卒, 以爲固守之計, 乃今日急務也。" 瑞鳳曰: "此賊必不無端退去, 姑不絶送差之路如何?" 曰: "雖不能出戰, 芻糧有餘則可以守之, 而斷無所恃。 旣不能戰, 又不能守, 則和而已。" 弘冑曰: "古今天下, 寧有萬全之理? 揀我精銳, 乘虛出擊, 則渠必狼顧矣。" 上曰: "所謂決圍者, 以馬攻步之謂也。 以步兵攻馬軍, 豈有却敵之理乎?" 曰: "萬一蹉跌, 則城守亦難, 而外間之論, 日以益激。 欲於今夜月落後, 略抄各營精銳, 攻破松柵, 已與諸將議定矣。" 上曰: "善爲指授。" 曰: "賊士飽馬騰, 而我軍日益疲困, 以此敵彼, 豈不難乎?" 上命召管糧使羅萬甲曰: "軍餉已放幾何, 餘在幾何?" 對曰: "原數六千餘石, 而見在之數, 二千八百餘石矣。" 萬甲仍陳不可曠日持久之意, 上曰: "任管餉者, 勿生此心, 常爲持久之計可也。"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6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