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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34권, 인조 15년 1월 3일 계묘 3번째기사 1637년 명 숭정(崇禎) 10년

홍서봉 등이 오랑캐 진영에 가지고 간 국서

다시 홍서봉·김신국·이경직 등을 파견하여 국서(國書)를 받들고 오랑캐 진영에 가게 하였다. 그 글에,

"조선 국왕 성(姓) 모(某)는 삼가 대청(大淸) 관온 인성 황제(寬溫仁聖皇帝)에게 글을 올립니다. 소방이 대국에 죄를 얻어 스스로 병화를 불러 외로운 성에 몸을 의탁한 채 위태로움이 조석(朝夕)에 닥쳤습니다. 전사(專使)에게 글을 받들게 하여 간절한 심정을 진달하려고 생각했지만 군사가 대치한 상황에서 길이 막혀 자연 통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듣건대 황제께서 궁벽하고 누추한 곳까지 오셨다기에 반신반의하며 기쁨과 두려움이 교차하였습니다. 이제 대국이 옛날의 맹약을 잊지 않고 분명하게 가르침과 책망을 내려 주어 스스로 죄를 알게 하였으니, 지금이야말로 소방의 심사(心事)를 펼 수 있는 때입니다.

소방이 정묘년에 화친을 맺은 이래 10여 년간 돈독하게 우의를 다지고 공손히 예절을 지킨 것은 대국이 아는 일일 뿐만 아니라 실로 황천(皇天)이 살피는 바인데, 지난해의 일은 소방이 참으로 그 죄를 변명할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소방의 신민이 식견이 얕고 좁아 명분과 의리를 변통성 없이 지키려고 한 데 연유한 것으로 마침내는 사신이 화를 내고 곧바로 떠나게 하고 만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방의 군신이 지나치게 염려한 나머지 변신(邊臣)을 신칙하였는데, 사신(詞臣)이 글을 지으면서 내용이 사리에 어긋나고 자극하는 것이 많아 모르는 사이에 대국의 노여움을 촉발시키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신하들에게서 나온 일이라고 하여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명나라는 바로 우리 나라와 부자(父子) 관계에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전후에 걸쳐 대국의 병마(兵馬)가 관(關)에 들어 갔을 적에 소방은 일찍이 화살 하나도 서로 겨누지 않으면서 형제국으로서의 맹약과 우호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토록까지 말이 있게 되었단 말입니까. 그러나 이것 역시 소방의 성실성이 미덥지 못해 대국의 의심을 받게 된 데서 나온 것이니, 오히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지난날의 일에 대한 죄는 소방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죄가 있으면 정벌했다가 죄를 깨달으면 용서하는 것이야말로 천심(天心)을 체득하여 만물을 포용하는 대국이 취하는 행동이라 할 것입니다. 만일 정묘년에 하늘을 두고 맹서한 언약을 생각하고 소방 생령의 목숨을 가엾이 여겨 소방으로 하여금 계책을 바꾸어 스스로 새롭게 하도록 용납한다면, 소방이 마음을 씻고 종사(從事)하는 것이 오늘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대국이 기꺼이 용서해 주지 않고서 기필코 그 병력을 끝까지 쓰려고 한다면, 소방은 사리가 막히고 형세가 극에 달하여 스스로 죽기를 기약할 따름 입니다. 감히 심정을 진달하며 공손히 가르침을 기다립니다."

하였는데, 최명길이 지은 것이다. 청나라의 연호(年號)를 쓰자는 의논이 있었으나, 삼사가 간하여 중지시켰다. 당시 문장을 대부분 최명길이 작성했는데, 못할 말없이 우리를 낮추고 아첨하였으므로, 보고는 통분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62면
  • 【분류】
    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復遣洪瑞鳳金藎國李景稷等, 奉國書如營。 其書曰:

    朝鮮國王姓某, 謹上書于大 寬溫仁聖皇帝。 小邦獲戾大國, 自速兵禍, 栖身孤城, 危迫朝夕。 思欲專使奉書, 道達衷悃, 而兵戈阻絶, 無路自通。 昨聞皇帝, 臨曁僻陋, 疑信相半。喜恐交至。 玆蒙大國, 不忘舊盟, 明賜誨責, 俾自知罪, 此正小, 邦心事得伸之秋也。 小邦自從丁卯結好以來, 十餘年間, 情好之篤, 禮節之恭, 不但大國所知, 實是皇天所鑑, 而上年之事, 小邦誠有不得辭其罪者, 亦緣小邦臣民, 識見淺隘, 膠守名義, 終致使臣, 發怒徑去。 小邦君臣, 不免過慮, 申飭邊臣, 而詞臣撰文, 語多乖刺, 不覺觸犯大國之怒。 其敢曰事出群臣, 而非我所知乎? 皇是我父子之國, 而前後大國兵馬之入關也, 小邦未嘗以一鏃相向, 無非以兄弟盟好爲重也。 謀害之言, 奚爲而至哉? 然此亦出於小邦誠信未孚, 見疑大國而然也, 尙誰尤哉? 往日之事, 小邦已知罪矣。 有罪而伐之, 知罪而恕之, 此大國所以體天心, 而容萬物者也。 如蒙念丁卯誓天之約, 恤小邦生靈之命, 容令小邦改圖自新, 則小邦之洗心從事, 自今日始矣。 若大國不肯加恕, 必欲窮其兵力, 小邦理窮勢極, 以死自期而已。 敢陳肝膈, 恭竢指敎。

    崔鳴吉所撰也。 有欲用淸國年號之議, 爲三司所爭而止。 時, 文書多出於鳴吉之手, 而卑辭謟語, 無所不至, 見者莫不扼腕流涕。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62면
    • 【분류】
      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