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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33권, 인조 14년 12월 18일 무자 4번째기사 1636년 명 숭정(崇禎) 9년

전 참봉 심광수가 최명길을 베길 청하다. 하교하여 전승의 결의를 다지다

상이 행궁의 남문에 거둥하여 백관을 교유(敎諭)하였다. 전 참봉 심광수(沈光洙)가 땅에 엎드려, 한 사람을 목베어 화의를 끊고 백성들에게 사과할 것을 청하였다. 상이 하문하기를,

"그 한 사람은 누구를 가리키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최명길입니다."

하자, 상이 유시하기를,

"너의 뜻은 내가 이미 알고 있다."

하였다. 이때 최명길이 반열(班列)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는 바로 자리를 피하였다. 상이 하교하기를,

"내가 덕이 없어 이 같은 비운(否運)을 만나 노로(奴虜)가 침략하였다. 정묘년에 변란이 생겼을 때에 임시방편으로 강화를 허락하여 치욕을 달게 받아들였으나 이는 부득이한 계책으로서 마음은 역시 편치 않았다. 이번에 오랑캐가 대호(大號)를 참칭하고 우리 나라를 업신여기므로 내가 천하의 대의를 위해 그들의 사자(使者)를 단호히 배척하였으니, 이것이 화란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다.

지금 군신 상하가 함께 한 성을 지키고 있는데, 화의는 이미 끊어졌으니 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싸워서 이기면 상하가 함께 살고 지면 함께 죽을 것이니, 오직 죽음 가운데에서 삶을 구하고 위험에 처함으로써 안녕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 마음과 힘을 합하여 떨치고 일어나 적을 상대한다면 깊이 들어온 오랑캐의 고군(孤軍)은 아무리 강해도 쉽게 약화될 것이고, 사방의 원병이 계속하여 올 것이니 하늘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전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 같은 근심이 있는 사람이 서로 도와주고 같은 병을 잃는 사람이 서로 돌보아 주는 것은 이웃끼리도 그런 법인데, 더구나 부자와 같은 군신이며 한 성을 함께 지키며 생사를 같이 하는 사람이겠는가. 나는 그대들이 이 혹한 속에서 어려움을 함께 하며 허술한 옷과 보잘것 없는 음식으로 추위에 몸을 드러낸 채 성을 지키고 있음을 생각하고, 눈길이 닿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 온 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오직 바라건대 그대들은 각자 충의심을 분발하고 함께 맹세하여 기어코 이 오랑캐를 물리쳐 함께 큰 복을 도모하라. 그러면 훗날 작상(爵賞)을 어찌 조금이라도 아끼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59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행형(行刑)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上御行宮南門, 敎諭百官。 前參奉沈光洙伏地, 請斬一人, 以絶和議, 以謝人心。 上問: "一人爲誰?" 對曰: "崔鳴吉也。" 上諭曰: "汝意, 予已知之。" 時, 鳴吉方在班列聞之, 卽趨出。 上下敎曰: "予以寡德, 遭此否運, 奴虜侵陵。 變生丁卯, 權宜許和, 甘受恥辱, 計非得已, 心亦戚矣。 今者僭稱大號, 卑侮我國, 予爲天下大義, 斥絶其使, 此禍亂之所由生也。 目今君臣上下, 同守一城, 和議已絶, 唯有戰耳。 戰勝則上下俱存, 不勝則上下俱亡, 唯當死中求生危處求安, 協心齊力, 奮身當敵, 則彼孤軍深入, 其强易弱, 四方援兵, 相繼而至, 天若助順, 可以全勝。 嗚呼! 同患相救, 同病相恤, 在隣里且然。 況君臣之如父子乎; 況共守一城, 死生與同乎? 予念爾等當此苦寒, 相從險艱, 薄衣糲食, 暴露守堞, 觸目傷心, 有同刺痛在身也。 惟望爾等, 各奮忠義, 共爲約誓, 期於攘却此, 共圖大福, 則他日爵賞, 豈少恡哉?"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59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행형(行刑)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