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가 백성들에게 출자시켜 군수 돕기를 건의하니 윤허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호로(胡虜)가 강화하고서 다른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예전부터 있어온 상사입니다. 오늘날 오랑캐의 정세가 전일과 같지 않으니 유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후로는 만일 호인(胡人)들이 나오는 일이 있으면 성을 지키고 있는 변경에서는 절대로 성문을 열고 곧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호인의 수가 수백천 명이 넘으면 화호(和好)를 칭탁하고 오더라도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만일 듣지 않고 그냥 들어오면 비록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무방할 듯합니다. 이 뜻을 미리 변신(邊臣)에게 알려 만에 하나 조심성이 부족하여 그르치는 일이 없게 하소서.
그리고 오랑캐와 기미한 것이 이제 10년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자강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으니, 국가를 경영하는 방법이 참으로 한심스럽습니다. 오늘날 자강책은 의주성(義州城)을 수축하고 변방의 수비를 튼튼히 하여 급한 일이 생길 때에 대비하는 것만한 것이 없는데, 재력이 잔약하여 일을 착수하기가 쉽지 않으니 신들은 민망스럽게 생각합니다. 군량과 병기는 이미 경영하였으나 마련한 수는 많지가 않습니다. 어제 성지(聖旨)를 받건대 내부(內府)에 비축한 궁전(弓箭)의 재료를 내리기까지 하셨으니, 보고 듣는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여 감동하고 있습니다. 신들의 생각에는, 위로는 사대부로부터 아래로 서인에 이르기까지 힘에 따라 출자하여 군수(軍需)를 돕는 일은 그만둘 수 없을 듯하니, 이런 내용을 중외에 효유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그러나 원하지 않는 자에게는 강요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53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乙卯/備邊司啓曰: "胡虜之以和誤人, 自古常事。 今日虜情, 異於前日, 不可不致念。 此後如有胡人出來之事, 邊上守城之處, 切勿開門輒納, 而胡人之數, 多過數百千人, 則雖稱和好而來, 勿許深入。 如不從而來, 則雖干戈從事, 亦似無妨。 以此意, 預先知會于邊臣, 保無萬一踈虞之患。 且與虜羈縻者, 十年于玆, 而自强之策, 尙未講究, 爲國之道, 誠可寒心。 今日自强之策, 莫如修義州, 壯固邊圉, 以備緩急, 而財力殘薄, 未易就緖, 臣等竊悶焉。 軍糧、軍器, 旣已經營, 而措辦之數不多。 昨承聖旨, 至下內府所儲弓箭之材, 凡在瞻聆, 莫不聳動。 臣等之意, 上自士大夫, 下至庶人, 隨力捐資, 以助軍需, 似不可已。 以此事意, 曉諭中外爲當。" 答曰: "依啓。 不願者, 其勿强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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