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인조실록 33권, 인조 14년 9월 5일 병오 1번째기사 1636년 명 숭정(崇禎) 9년

판윤 최명길이 척화론에 부화 뇌동하는 사간원을 상차하다

판윤 최명길이 상차하기를,

"요즈음 대각(臺閣)에서는 사람마다 모두 척화(斥和)를 주장하고 있으나 유독 간원의 차자만은 언론이 몹시 정당하고 방략(方略)이 채택할 만하니, 대중을 따라 부화 뇌동하는 데 비길 것이 아닌 듯싶습니다. 참으로 묘당의 뜻이 오로지 척화에 있다면 회계하는 말을 어찌 모두 몽롱하게 엄호하여 한 가지도 시행함이 없게 한단 말입니까. 이것은 원래 정산(定算)은 없고 다만 지연시키기 위한 계책에 불과할 뿐입니다.

대체로 간원의 의논을 받아들여 나가 싸우거나 물러가 지킬 계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또 신의 말을 받아들여 병화를 완화시킬 계책을 세우지 않으니, 하루아침에 노기(虜騎)가 휘몰아 오면 체신(體臣)은 강도로 들어가 지키고 수신(帥臣)은 정방(正方)에 물러가 있으면서 청북(淸北)의 여러 고을은 버리어 도적에게 주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필시 안주성만 홀로 온전할 수 없어서 생령이 어육이 되고 종사가 파천(播遷)하게 될 것이니, 이런 지경에 이르면 그 잘못은 누가 책임을 지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대가(大駕)가 진주(進駐)하는 것은 경솔히 의논할 수 없으나 체신과 수신은 모두 평안도에 개부(開府)하고 병사(兵使)도 의주에 들어가 거처하여, 진격만 있고 퇴각은 없다는 것을 제장(諸將)들과 약속하는 것이, 전수(戰守)의 상도(常道)에 부합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심양(瀋陽)에 서찰을 보내어 군신의 대의를 모두 진달하고 이어 추신(秋信)을 보내지 못한 이유를 말하여 한편으론 오랑캐의 정황을 탐색하고 또 한편으론 저편의 답서를 관찰하여, 저편이 다른 생각이 없고 그대로 형제의 예를 쓰면, 호씨(胡氏)가 논한 것을 따라 우선 전약(前約)을 지키고 안으로 정사를 닦아서 후일을 도모해 후진(後晋)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힘쓰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용만(龍灣)을 고수하여 성을 등지고 한바탕 싸워서 안위(安危)를 변상(邊上)에서 결정하는 것이 혹 만전지책은 되지 못하더라도 대책없이 망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겨집니다. 이것을 놓아두고 도모하지 않고 한결같이 우물쭈물하여, 나아가 싸우자고 말하고 싶으나 의구심이 없지 않고, 기미할 계책을 말하고 싶으나 또 비방하는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하여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여 진퇴가 분명치 않은 것입니다. 강물이 얼게 되면 화가 목전에 닥칠 것이니 소위 ‘너의 의논이 결정될 때는 나는 벌써 강을 건넌다.’는 말과 불행히도 가까우니, 신은 매우 통탄스럽습니다. 지금은 이미 늦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해볼 만하니,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신의 이번 차자를 묘당에 내리시어 혹 지난번처럼 묻어두지 말고, 속히 의논하고 복계하여 후회하는 일이 없게 하면 몹시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는데, 차자가 들어갔으나 답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45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丙午/判尹崔鳴吉上箚曰:

近日臺閣之上, 人人皆言斥和, 獨諫院一箚, 言論甚正, 方略可採, 似非隨衆和附之比。 誠使廟堂之意, 專在於絶和, 則回啓之辭, 一何朦朧回護, 遂無一言一策之見施? 不過元無定算, 特爲遷就之計耳。 夫旣不能用諫院之論, 以決戰守之計; 又不能用臣之言, 以爲緩禍之謀, 一朝虜騎長驅, 不過體臣入守江都, 帥臣退處正方, 北列邑, 固將委而與賊。 安州一城, 勢必不能獨全, 生靈魚肉, 宗社播越。 到此地頭, 咎將誰任? 臣之愚意, 大駕進駐, 雖不可輕議, 體臣、帥臣, 皆當開府於平安道, 兵使亦宜入處於義州, 約束諸將, 有進無退, 方合於戰守之常道。 且移書瀋陽, 備陳君臣大義, 仍言秋信不送之由, 一以探情形, 一以觀彼所答, 彼無他心, 仍用兄弟之禮, 則依胡氏所論, 姑守前約, 內修政事, 以爲後圖, 務反石晋之前轍。 如其不然, 則固守龍灣, 背城一戰, 決安危於邊上, 雖或計非萬全, 猶愈於束手待亡。 捨此不圖, 一向媕婀, 欲言進戰, 不無疑懼之念; 欲言羈縻, 又恐謗議之來, 彼此不及, 進退無據。 江氷將合, 禍近目前, 所謂待汝議論定時, 我已渡江者, 不幸近之, 臣竊痛焉。 今雖已晩, 猶或可爲, 伏乞殿下, 下臣此箚于廟堂, 無或如前淹置, 趁速議覆, 俾無後悔, 幸甚。

箚入不報。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45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