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에서 외적 방비책을 시급히 강구할 것을 아뢰다
헌부가 아뢰기를,
"온 나라가 황황하여 조석을 보장할 수 없는데 구중 궁궐에 아무 말없이 깊이 앉아 있기를 전과 다름없이 하고 있으며, 묘당의 신하들이 아무렇지 않게 편안히 있는 것을 지난날과 다름없이 하고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오랑캐의 수족을 묶을 계책이 서 있습니까, 아니면 별도로 제압할 수 있는 계략이 서 있는데 신들이 모르고 있는 것입니까. 황제를 참칭하는 말을 통렬히 배척했고 사신의 행차를 준열히 거절하여 한서(汗書)를 전하지 못하고 예단(禮單)을 받지 않았으니, 말꼬리를 잡을 단서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침략해 올 화가 있을 것은 불을 보듯 환합니다.
도적들의 침범에 대해서는 그 시기의 조만을 점치기 어려운데, 외방 포수(砲手)가 서울에 올라오는 것은 4월이 기한이니, 신들 역시 지나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훈국(訓局)에서 양성한 군사가 4천 명이 넘는데 지금 조발한 것은 수백 명뿐이고, 사방의 정예들은 모두 각 아문의 군관에게 소속되어 있으면서 수자리를 면하는 도피처로 삼고 있습니다. 이에 설혹 변란이 있더라도 물가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그치는 데 지나지 않으니, 이것이 어찌 국가가 군사를 양성한 본 뜻이겠습니까. 속히 각 아문의 군관을 더 뽑아 모두 원수에게 붙여 주어 먼저 강역의 급함을 구제하게 하소서. 그리고 다시 묘당으로 하여금 속히 군사를 조발하고 군량을 이어 댈 계책을 강구하되, 불에 타는 자를 구제해 주고 물에 빠진 자를 건져 주듯이 하게 하소서. 그리고 평안 병사 유림(柳琳)을 속히 출발하도록 하고 각 아문에 명하여 일체 그가 조발하여 사용하는 대로 따르도록 하되 피하기를 꾀하는 자가 있으면 먼저 효시하여 군율을 엄하게 하도록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훈국의 군병을 더 뽑는 일은 불가한 듯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26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憲府啓曰: "擧國遑遑, 莫保朝夕, 而九重之淵默, 無異前日; 廟堂之晏安, 不殊曩時, 不知已有成算, 可以繫虜之手足乎? 抑別有制勝之略, 而臣等未之知耶? 僭逆之說, 已被痛斥; 行李之來, 亦見峻絶, 汗書不傳, 禮單不受, 執言之端, 不一而足, 荐食之禍, 明若觀火。 賊之豕突, 難卜早晩, 而外方砲手, 來詣京中者, 期在四月, 臣等亦不無過慮。 訓局養兵, 已過四千, 而今之調發, 止於數百。 四方精銳, 皆屬於各衙門軍官, 自作免戍、藏身之所。 設有變亂, 不過逍遙河上而止, 此豈國家養兵之本意? 請急速加抄各衙門軍官, 悉付元帥, 先救壃場之急, 更令廟堂, 速講調兵、繼餉之策, 一如救焚拯溺。 平安兵使柳琳, 不日辭朝, 請令各衙門, 一聽其調用, 如有謀避者, 先命梟示, 以嚴軍律。" 答曰: "依啓。 訓局軍兵加抄事, 似不可矣。"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26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