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인조실록 30권, 인조 12년 11월 5일 정사 1번째기사 1634년 명 숭정(崇禎) 7년

헌부가 강학년을 삭탈 관작하도록 청하다

헌부가 아뢰기를,

"음란하고 잔학했던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종국(宗國)을 전복시켰을 뿐이었고, 미치광이 같은 창읍왕(昌邑王)058) 도 임금 자리에 마땅하지 않을 따름이었으니, 어찌 모비(母妃)를 폐한 못된 행위까지 한 광해군(光海君)과 같겠습니까. 우리 선후(先后)059) 께서는 어미로서 자식을 폐하였고 우리 전하께서는 성모(聖母)의 명에 따라 대통(大統)을 계승하여 대의(大義)를 일으키고 윤기(倫紀)를 바로 잡으셨으니, 천명(天命)과 인심에 부합될 뿐만이 아닙니다. 가령 식견이 높은 백이(伯夷)하후승(夏侯勝)이 오늘날 다시 나와 의리의 경중을 따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자신들의 명예를 구하고 정직함을 내세우기 위해 멋대로 크게 떠들어대지는 않을 것입니다.

폐세자 지(祬)는 강도(江都)로 내쫓기만 하고 용서하여 죽이지 않았는데 땅굴을 파 달아나려고 하여 스스로 형벌을 불러들였습니다. 역적 인성군(仁城君) 공(珙)윤기에 죄를 짓고060) 여러 차례 역적들의 공초에 나왔으나 곡진하게 은혜를 베풀어 용서하였는데, 역모를 꾀한 정상이 탄로나 사람과 귀신이 함께 분노하자 성상께서도 끝내 법을 굽혀 은혜를 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형(正刑)을 적용하지 않아 처자를 살려 두었으니 이미 독독하게 우애를 하는 도에 극진하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장령 강학년은 뻔뻔스럽게도 소장을 올려 ‘백이가 있었더라면 포악한 자를 갈아치웠다는 비난을 할 것이다.’는 말까지 하였는 바, 그 소장을 보니 저절로 머리털이 쭈뼛해졌습니다. 강학년은 의견이 본래 이와 같았다면 의당 백이서산(西山)에서 고사리 캐던 것을 본받아 꿋꿋한 절조를 우뚝이 세웠어야 할텐데, 그는 오랫동안 내외의 관직을 두루 거쳤고 말하는 것 또한 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지금 조정이 그에게 심한 무고를 당했는데도 굽혀 부른다면 그는 도리어 기고만장하여 거리낌없이 지껄이며 군신의 의리를 생각하지 않고 망령된 의견을 마구 낼 것입니다. 그의 속셈은 정직하다는 명예를 구하려는 것을 뿐입니다. 이와 같이 임금을 무시하고 세상을 속이는 무리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사하여 멋대로 논의하는 습성을 다스리지 않을 수 없으니, 관작을 삭탈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강학년은 자신의 의견이 그와 같기 때문에 곧바로 숨김없이 아뢰었을 뿐이다. 비록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이라 하더라도 무슨 해될 것이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30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576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왕실-국왕(國王)

  • [註 058]
    창읍왕(昌邑王) : 유하(劉賀)를 가리킴.
  • [註 059]
    선후(先后) : 인목 대비(仁穆大妃).
  • [註 060]
    윤기에 죄를 짓고 : 광해군이 폐모의 논의를 할 때 인성군 공이 종척(宗戚)을 데리고 참여하여 인목 대비(仁穆大妃)를 폐하자고 청한 사실을 가리킨다.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권20 폐주광해조 고사본말(廢主光海朝故事本末).

○丁巳/憲府啓曰: "殷紂之淫虐, 顚覆宗國而已; 昌邑之猖狂, 不合大位而已, 豈若光海之兼有廢母之惡哉? 我先后, 以母廢子, 我殿下, 以聖母之命, 光承丕緖, 倡大義, 而正倫紀, 不獨天命、人心之去就而已。 雖使伯夷夏侯勝高見、達識, 再生於今日, 劑量義理之輕重, 則必不沽名、市直, 妄論大言矣。 廢放之江都, 貸以不死, 掘地跳出, 自速刑章。 逆得罪倫紀, 屢出逆口, 曲施恩貸, 而至於逆狀敗露, 人神共憤, 聖上終不得屈法伸恩, 而正刑不加, 孥戮之典不擧, 其於敦睦之道, 亦已盡矣。 掌令姜鶴年, 偃然陳疏, 至擧伯夷易暴之說, 看來, 不覺竪髮。 鶴年意見, 本來如許, 則宜效西山採薇, 特立不屈, 而歷官內外, 爲日已多, 辭氣亦無異同。 朝廷受其厚誣, 枉加旌招, 則反引而自高, 肆言不忌, 罔念君臣之義, 橫生怪妄之論。 其心所在, 不過沽名、市直而已。 如此無君罔世之徒, 不可不重究, 以懲橫議之習, 請削奪官爵。" 答曰: "姜鶴年意見如彼, 故直陳無隱耳。 雖不中倫, 庸何傷乎?"


  • 【태백산사고본】 30책 30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576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