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한 산성이 함락되자 분조할 준비를 하다
평안 병사(平安兵使) 남이흥(南以興) 등이 치계하기를,
"적병이 능한(凌漢)을 공격하여 함락시켰습니다. 신 등이 제장과 상의하여 사람을 모집해서 들어가 정탐하였고 또 강홍립과 박난영에게도 서신을 보냈습니다."
하였는데, 상이 대신·비국·양사 장관을 인견하였다. 이원익이 아뢰기를,
"이 성이 이미 함락된 뒤라면 이들 적병이 반드시 전진할 것이니 사태가 너무도 급박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였다. 이원익이 아뢰기를,
"오직 강도(江都)만을 지키다가 명령이 통하지 못하게 되면 남한 산성 또한 어찌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감사나 수령도 또한 지탱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만일 분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종묘 사직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니, 신흠이 아뢰기를,
"이원익의 말이 옳습니다."
하였다. 윤방이 아뢰기를,
"세자가 비록 어리지만 만일 남방으로 내려간다면 인심이 의뢰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세자는 나이가 어리다. 그래서 결단을 못 내리는 것이다. 대신 한 사람이 남방으로 가서 인심을 수습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이원익이 아뢰기를,
"대신이 비록 간다 하더라도 어찌 여망이 매인 동궁만 하겠습니까."
하고, 제신이 합사하여 애써 청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영부사가 마땅히 같이 가야 할 것이다."
하였다. 이원익이 아뢰기를,
"신은 이미 죽고 사는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으니 어디를 가건 가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반드시 성명을 얻은 뒤에야 신들은 물러가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들이 물러간 뒤에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하였다. 이원익이 아뢰기를,
"지금 만일 자전이나 궁중에 의논한다면 결코 성사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어찌 궁중에 의논하고자 해서이겠는가. 지금 이렇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비단 정애(情愛)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 경들이 대계(大計)로써 간쟁하니, 마땅히 애써 따르도록 하겠다."
하였다. 이원익이 아뢰기를,
"이제 장차 분조를 하자면 마땅히 호종해 갈 사람을 의정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좌상도 마땅히 같이 가야 할 것이다."
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파하고 나갔다가 잠시 후 다시 입시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재신들은 몇 명이 가야 하겠는가? 강관이나 익위사도 다 갈 필요가 있겠는가?"
하니, 이원익이 아뢰기를,
"선왕조(先王朝)에서 분조할 때에는 대신 한 명과 이조와 병조에서 각각 한 명씩이 배종하였습니다."
하였다. 신흠이 아뢰기를,
"호패의 일로 인해서 전가 사변한 자들이 많습니다. 만일 동궁의 명령으로 이들을 모두 석방한다면 인심을 위열(慰悅)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그렇다고 하였다. 신흠이 아뢰기를,
"이식(李植)은 ‘먼저 내포(內浦)로 가야 된다.’ 하는데 내포는 지역이 치우쳐 있으니 공주(公州)로 갔다가 그대로 전주(全州)로 향하는 것만 못합니다."
하고, 이원익이 아뢰기를,
"남방의 사자(士子)들을 평소에는 비록 호강하다고 지목하지만 우리 나라는 명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니 만일 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면 신자(臣子)된 자들은 반드시 국가와 더불어 고락을 같이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비록 국가를 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들 자신의 자위책(自衞策)을 위해서도 역시 반드시 이와 같이 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공주는 너무 가까우니 아무래도 곧바로 전주로 가는 것만 못하다."
하였다. 신흠이 아뢰기를,
"윤지경(尹知敬)을 이미 검독 어사(檢督御史)로 결정하였기에 묘당이 불러다 그 계책을 물었더니 강개 분발하였습니다. 참으로 가상한 일입니다. 이서에게 분급한 군병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성패의 일은 알 수 없으나 그 뜻이 매우 가상하다. 또 삼군의 군병은 선전관을 보내서 재촉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김류가 아뢰기를,
"도체찰사가 분조로 가고 나면 신이 혼자서 중임을 책임져야 합니다. 찬획사가 없을 수 없으니 대신으로 하여금 차출하도록 하소서."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병판은 군병의 숫자를 아는가? 도감군과 수원(水原)의 군병이 얼마나 되는가?"
하니, 이정구가 아뢰기를,
"도감군을 각처로 나누어 보낸 이후에 남아 있는 군병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수원군의 숫자도 신에게 보고하여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병무를 총괄하는 판서가 군병의 숫자를 몰라서야 되겠는가?"
하였다. 이원익이 아뢰기를,
"일찍이 선묘조에도 국가에 변란이 있을 경우는 반드시 광탕지전(曠蕩之典)016) 을 베풀었습니다. 죄가 있거나 없거나를 물론하고 다 탕척을 베푼다면 인심을 위로하여 기쁘게 해 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석방시킨 숫자는 너무 적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죄를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 폐모론(廢母論)을 주장했던 자들이어서 일시에 석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이다."
하였다. 이원익이 아뢰기를,
"만일 제배를 허락한다면 이조와 병조의 관원이 마땅히 따라가야 합니다. 곧바로 제수해야 되겠습니까, 가관(假官)을 내야 되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적병이 이미 도성에 진입한 뒤에는 비록 감사·병사라도 곧바로 제수해야 한다."
하였다. 신흠이 아뢰기를,
"도감군 1초를 분조로 인솔해 갔으면 합니다."
하니, 상이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김류가 아뢰기를,
"윤휘가 비록 죄과는 있으나 사람들이 모두 등용할 만하다 합니다. 지금 만일 하자를 버리고 녹용한다면 찬획사로 데리고 가고자 합니다."
하니, 상이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분조에 재신 한 명을 추가로 보내도록 하라. 또 이조와 병조의 당상 각 한 명, 시강원과 익위사 각 2명, 이조와 병조의 낭청 각 한 명씩이 배행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이원익이 아뢰기를,
"신에게 찬획사가 한 사람 있었으면 합니다. 이식이 승지로서 겸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62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 왕실-종친(宗親) / 사법-행형(行刑)
- [註 016]광탕지전(曠蕩之典) : 대사(大赦) 또는 특사(特赦)의 은전.
○己丑/平安兵使南以興等馳啓曰: "賊兵攻陷凌漢。 臣等與諸將相議, 募人入探, 亦遺書於姜、朴矣。" 上引見大臣、備局、兩司長官。 李元翼曰: "此城旣陷之後, 此賊必前進, 事機已急矣。" 上曰: "何爲而可?" 元翼曰: "獨守江都, 命令不通則南漢亦何可恃乎? 然則監司、守令, 亦不能支保。 若不分朝, 何能久保宗社乎?" 申欽曰: "元翼之言是矣。" 尹昉曰: "世子雖幼沖, 若向南方, 則人心有所依賴矣。" 上曰: "世子年幼, 以此持難。 大臣一人, 可往南方, 收拾人心。" 元翼曰: "大臣雖往, 豈如東宮之有所係望乎?" 諸臣合辭力請, 上曰: "然則領府事當同往矣。" 元翼曰: "臣則已置死生於度外, 不擇所往矣, 但必得成命而後, 臣等乃退矣。" 上曰: "卿等退去後, 當更思焉。" 元翼曰: "今若議於慈殿及宮中, 則決不成矣。" 上曰: "豈欲議諸宮中乎? 今此持難, 非特出於情愛。 卿等以大計爭之, 當勉從焉。" 元翼曰: "今將分朝, 當議定扈往之人。" 上曰: "左相亦當同往矣。" 諸臣罷黜, 俄復入侍。 上曰: "宰臣幾員當往乎? 講官及翊衛司, 亦何必盡往?" 元翼曰: "先朝分朝時, 大臣一員、吏ㆍ兵曹各一員陪從矣。" 欽曰: "以號牌事, 全家徙邊者多矣。 若以東宮命令, 盡釋此輩, 則人心可以慰悅矣。" 上曰: "然。" 欽曰: "李植謂: ‘宜先向內浦’, 而內浦地偏, 不如往公州, 仍向全州也。" 元翼曰: "南方士子, 平日雖目之以豪强, 而我國名分甚重, 若臨急難, 則爲臣子者, 必有與國同休戚之心。 雖不爲國, 而在渠自衛之計, 亦必如此。" 上曰: "公州太近, 恐不如直往全州也。" 欽曰: "尹知敬已定檢督御史, 廟堂招問其計策, 則慷慨奮發, 誠可嘉尙。 李曙分給之軍, 未知幾許也。" 上曰: "成敗則未可知, 而其志極可嘉也。 且三道軍兵, 遣宣傳官, 催促可矣。" 瑬曰: "都體察使旣往分朝, 臣獨當重任, 不可無贊畫使, 須令大臣差出。" 上曰: "兵判知軍兵數乎? 都監軍、水原兵, 幾許耶?" 廷龜曰: "都監軍分送各處之後, 未知留在者幾許。 水原軍數, 亦不報知于臣矣。" 上曰: "主兵之長, 不知軍兵之數可乎?" 元翼曰: "曾自宣廟朝, 若有變亂, 必施曠蕩之典矣。 勿論有罪、無罪, 皆施蕩滌, 人心可以慰悅。 今番放釋之數, 太小矣。" 上曰: "被罪之人, 多爲廢母之論者, 不可一時放釋, 故如此耳。" 元翼曰: "若許除拜, 則吏、兵曹官員, 當從行。 直爲除拜乎? 出假官乎?" 上曰: "賊旣入都之後, 則雖監、兵使, 直宜除拜。" 欽曰: "都監軍一哨, 欲率往分朝矣。" 上曰: "可矣。" 瑬曰: "尹暈雖有罪過, 人皆曰可用云, 今若棄瑕錄用, 則欲以贊畫使率去矣。" 上曰: "可矣。" 上曰: "分朝宰臣, 一員加送。 且吏、兵曹堂上各一員, 侍講院、翊衛司各二員, 吏、兵曹郞廳各一員, 陪往可矣。" 元翼曰: "臣欲得贊畫使。 李植以承旨兼任如何?" 上曰: "可矣。"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62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 왕실-종친(宗親)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