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덕 윤지경이 임진강을 지킬 군사를 청하고 피난하지 말 것을 아뢰다
보덕 윤지경(尹知敬)이 상소하기를,
"적병이 승승장구하는데 한 사람도 용감히 나서서 죽음을 각오하고 국가를 위해 방어하는 자가 없으니 신은 가슴이 아픕니다. 임진은 천연의 요새[天塹]이니 누가 이 강을 지켜야 된다는 것을 모르겠습니까마는 지키지 못하는 것은 대개 군병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신으로 하여금 득실을 면전에서 진달하게 하여 신의 계책을 시행하신다면, 신은 청컨대 5백 명의 군졸로 적이 내려오는 길을 차단하여 건너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만일 승전하지 못하면 원컨대 군법에 따라 처형을 받겠습니다."
하니, 상이 소견하여 이르기를,
"그대의 소장을 보고 몹시 가탄(嘉嘆)하였다."
하였다. 윤지경이 아뢰기를,
"이서의 군병으로 도성에 모인 자가 거의 3천 명에 이르고 근왕병도 또 이를 것이니 군병이 부족할까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대장을 이미 유림(柳琳)으로 강정하였다. 모르겠다마는 어느날 쯤 임진으로 가야 되겠는가?"
하였다. 윤지경이 아뢰기를,
"장강(長江)의 위와 아래에 울짱[柵]을 세우고 복병을 설치한 뒤에라야 바야흐로 방어를 할 수가 있습니다. 옛사람은 칼 한 자루로 천하를 평정한 이도 있는데 우리 나라의 병력으로 어찌 앉아서 멸망하기를 기다리겠습니까. 적은 천리 밖에 있는데 먼저 도성을 떠날 계책을 강구하신다면 사람들에게 어찌 굳건한 의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삼전(三殿)께서 비록 먼저 떠나 피난하시더라도 전하께서는 경솔히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종전과 같은 군색하고 급박한 환란이 있을까 두려워하여 주사(舟師)를 정돈하도록 하였으니 인심의 소요가 있을 것은 당연하다."
하였다. 윤지경이 아뢰기를,
"오늘날의 일은 성상의 계책에 따라서 결정이 됩니다. 경솔히 도성을 떠나지 말고 사력을 다해 지켜야 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62면
- 【분류】군사-관방(關防)
○輔德尹知敬上疏曰:
賊兵長驅, 無一人奮身忘生, 爲國捍禦者, 臣竊痛之。 臨津, 天塹也, 孰不知此江之可守? 其不能守者, 蓋以兵不足也。 令臣面陳得失, 行臣之計, 臣請以五百之卒, 截賊來路, 使不得渡。 如其不克, 願伏軍法。
上召見曰: "觀爾疏章, 極爲嘉歎。" 知敬曰: "李曙之軍, 會於都城者, 幾至三千, 勤王之兵, 行且至矣, 不患兵不足也。" 上曰: "大將旣以柳琳講定, 未知何日, 當至臨津?" 知敬曰: "長江上下, 立柵設伏然後, 方可捍禦。 古人有以一劍, 定天下者。 以我國兵力, 豈可坐而待亡乎? 賊在千里, 先講去邠之策, 人豈有固志哉? 三殿雖先出避, 殿下則不可輕動也。" 上曰: "恐有如前窘迫之患, 使之整頓舟師, 宜人心之騷擾也。" 知敬曰: "今日之事, 決定聖算。 毋輕去國, 效死而守之也。"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62면
- 【분류】군사-관방(關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