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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14권, 인조 4년 12월 15일 계축 2번째기사 1626년 명 천계(天啓) 6년

사어 강학년이 왕도 정치를 행하도록 상소하다

사어(司禦) 강학년(姜鶴年)이 상소하기를,

"하늘과 같은 전하의 은혜를 갚을 길이 없으니 어리석은 생각에 터득한 한 가지를 말씀드려서 작은 정성을 바치고자 합니다.

신은 삼가 들으니 나라를 다스리는 도는 한 가지만이 아니지만 오직 하(夏)·은(殷)·주(周) 삼대(三代)를 본받아야 한다 합니다. 삼대의 법은 실로 성제(聖帝)와 명왕(明王)의 심법(心法)에서 나온 것이니 이를 따르지 않으면 모두 구차한 것입니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어진 덕화로 다스리지 못하여 은택이 아래에 미치지 못했고, 시행하고 다스리는 방도는 형정(刑政)의 말단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두서가 없이 어지러워도 가닥을 찾아 다스리지 못하며, 번다하고 과중한 부역이 중첩으로 나오는 것은 대체로 백성들의 신의를 잃은 데서 나온 처사로써, 천심(天心)을 어기고 인심에 거슬린 것이 많으니, 위란(危亂)의 조짐일까 두렵습니다. 전하께서 비록 어진 마음과 어진 명예를 지니셨지만 선왕의 도와 정사에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위에서 은혜를 베푸는 방도가 넓지 못하고 아래에서 덕화를 이어받아 널리 교화하는 일을 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신은, 전하께서 마음의 천리를 다 밝히지 못하시고 위임한 신하가 혹은 적임자가 아니기도 해서 치도(治道)의 요령을 터득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여깁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대중을 잃고서 오래도록 국가의 번영을 누린 경우는 없었으니, 이괄의 역변 때에도 조금은 증험이 되었습니다. 대가(大駕)가 서울을 떠나던 날 따르는 백성이 없었으니, 어찌 백성들만의 죄이겠습니까. 삼가 비교하건대, 백성은 창자이고 나라는 몸통입니다. 창자가 병들면 몸통은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고, 외부로부터의 병의 감염이 바로 그러한 때를 타게 되는 것은 형세나 사리로 보아 당연한 것입니다.

신의 망녕된 계책으로는, 반드시 후한 덕을 베풀어 인심을 수습해야 합니다. 근년 이래로 백성을 안정시키려 힘쓰는 정사는 들어보지 못하였고, 한갓 법으로만 단속하므로 민심이 날로 흩어져 안정되지 못하고 있으니, 목전에 방천(防川)이 무너지는 재난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크게 은혜를 베푸는 정사가 없고서는 국가의 형세가 장차 떨치고 일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근래 《맹자》를 진강(進講)하신 지가 이미 오래되었으나, 왕도의 정치로 백성을 보호하였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는 전하께서 책 속의 말만 부질없이 연구하셨을 뿐, 마음에 체득하고 행동으로 증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유(先儒)가 말하기를 ‘왕도(王道) 이외에는 모두가 가시밭이다.’고 하였습니다. 만일 성상께서 인술(仁術)을 실천하시어,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귀의하게 한 연후에 학교를 부흥하여 인륜을 밝힘으로써 교화해 간다면, 그것이 바로 선왕들이 사해(四海)를 보존한 치술(治術)인 것입니다. 위로는 인륜을 밝히고 아래로는 백성과 친하게 되면, 국가가 자연 안정되어 종사가 영원토록 번영할 것입니다. 옛날 맹자가 제(齊)나라와 양(梁)나라의 왕에게 왕도를 권하였는데, 제·양의 시대에도 맹자는 그러한 말을 하였으니, 이는 하지 못할 때가 없는 것입니다. 고인(古人)의 절반의 노력으로 갑절의 공을 수 얻을 있다는 것은 바로 지금이 그러한 때이니, 전하께서도 하시기에 달려 있습니다.

나라의 정치가 위로 왕도에 미치지 못하고 아래로 패업(霸業)에 미치지 못하고서 위태로움을 앉아서 보기만 한다면, 나라를 지니고서도 남을 두려워해야 함을 면치 못할 것이니, 진실로 그만한 덕이 없으면 진정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같은 배안의 사람이 모두 나의 적이다.’고 하는 말은 매우 두려운 말입니다. 하나의 사사로운 생각이 임금의 마음을 가리게 되면 그 폐단이 조정에 미치고 나아가 종당에는 국가 전체에 미치게 되는 것으로 망하게 하는 것은 도시 일개 ‘사(私)이니,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전하께서는 이 점에 힘쓰소서."

하였는데, 답하기를,

"상소의 내용은 잘 알았다. 그대의 정성을 매우 가상히 여긴다. 아뢴 내용이 모두가 바른 말이며 지론이니, 내 감히 체념하여 힘써 행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14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5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司禦姜鶴年上疏曰:

無以報殿下如天之恩, 思以一得之言, 冀效涓埃。 臣伏聞, 治國之道非一, 而惟三代可法。 三代有法, 實自聖帝、明王心術中來也, 舍是, 皆苟也。 殿下自臨御以來, 仁化未孚, 澤未下降。 其所以設施圖治, 不越乎刑政之末, 頭緖紛然, 罔有修理。 煩賦、重役, 疊見層出者多, 自失信中來, 其所以違天心、拂人意者居多, 而亦懼危亂之兆耳。 殿下雖有仁心、仁聞, 而先王之道、先王之政, 則未之得矣。 自上而推恩保惠之術未廣, 自下而承流宣化之擧未行, 臣恐殿下一心之天理未盡明, 倚任之臣, 或非其人, 制治之方, 未得其要領而然也。 自古及今, 未有失衆, 而能享國長遠, 亦可少驗於逆之時也。 大駕去之日, 民無有從之者, 豈獨民之罪耶? 竊譬之, 民者國之臟腑, 國者民之軀殼。 臟腑受病, 則軀殼乃廢, 而外感必乘時, 勢理之然也。 臣之妄計, 必施深仁厚澤, 思所以收拾人心者。 近年以來, 勞來安集之政未聞, 而徒以文法拘之, 民心日散, 罔有歸定, 目前防川之潰, 安保其必無也? 非有大霈之化, 國家之勢, 將無以振起也。 殿下近來, 進講《孟子》, 爲日已久, 未聞保民以王之政。 是殿下空鑽紙上語, 而未嘗體諸心, 驗諸行事而然也。 先儒云: "王道之外, 擧皆荊棘。" 若自上躬行仁術, 使赤子皆有所依歸然後, 興學校、明人倫, 以敎化之, 乃先王保四海之術也。 人倫明於上, 小民親於下, 國家自安, 宗社永賴。 昔者孟子, 勸行王道。 以之時, 孟子猶爲是說, 是則無不可爲之時也。 事半古之人, 功必倍之, 惟此時爲然, 殿下亦在乎爲之而已。 國家爲政, 上不逮王道, 下不及覇業, 坐看危疑, 未免以千里畏人, 苟無其德, 無以鎭之。 舟中人, 皆是我敵人之說, 甚可畏也。 一念之私, 有蔽於君心, 中於朝廷, 終於四方, 歸於亂亡者, 都是一箇私, 其可不戒哉? 伏願殿下, 懋哉!

答曰: "省疏具悉, 深嘉爾誠。 所陳之辭, 無非格言、至論, 予敢不體念而力行哉?"


  • 【태백산사고본】 14책 14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5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