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에서 정명 공주의 집을 수리하도록 한 명령을 환수토록 아뢰었으나 따르지 않다
간원이 아뢰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각박하게 법을 시행해도 탐욕을 부리는 폐단이 생기는데 탐욕을 부리도록 법을 시행한다면 후대에 무슨 모범을 보여주겠는가.’ 하였습니다. 오늘날은 혼조(昏朝)의 폐단이 쌓인 뒤끝이라서 공사(公私)간에 텅텅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군국(軍國)에 쓸 물건도 조달하지 못해 항상 다급하게 걱정하는 판국인데, 어떻게 법을 벗어난 사치스러운 일에 민력(民力)을 번거롭게 하고 국고를 축낼 수 있겠습니까.
대군(大君)과 공주(公主)도 합문(閤門)을 나간 뒤에는 곧 사가(私家)이므로 조종조 이래로 탁지(度支)에 명하여 사가를 수선하게 하는 규정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물력이 평시에 비해 만에 하나도 안 되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번에 영안위(永安尉) 홍주원(洪柱元)의 집을 호조로 하여금 수리하게 하는 명이 있자 물정이 매우 놀라와 합니다. 성명(成命)을 환수하여 후일의 무궁한 폐를 막도록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공주의 집에 도배(塗褙)해 준 전규(前規)가 없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실제 놀라운 일도 아닌데, 그대들이 이와 같이 논계하니 매우 부당하다. 그대들이 이 사소한 지석(紙席)을 아껴 나의 돈목(敦睦)하려는 지극한 뜻을 막으려 하다니, 어쩌면 그리도 생각이 깊지 못한가. 빨리 수리하도록 하여 후례(後例)로 삼지 않게 하라."
하였다. 헌부도 논계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2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재정-국용(國用) / 왕실-비빈(妃嬪)
○諫院啓曰: "古人云: ‘作法於涼, 其弊猶貪, 作法於貪, 何以示後?’ 當今承昏朝積毁之餘, 公私赤立。 雖軍國之需, 亦不能措辦, 每患燃眉之急, 何可以法外侈靡之事, 煩民力, 而罄國儲乎? 大君、公主出閤之後, 則卽是私家, 祖宗朝以來, 未有命度支, 而修繕私家之規。 況今物力, 比平時, 不能萬一乎? 今者有永安尉 洪柱元家, 令戶曹修理之命, 物情甚駭。 請還收成命, 以杜後日無窮之弊。" 答曰: "公主家舍塗褙之事, 非但不無前規, 實非可駭之擧。 爾等如是論之, 殊甚不當矣。 爾等惜此些少紙席, 欲杜予敦睦之至意, 豈非不思之甚乎? 亟令修理, 而勿爲後例可也。" 憲府亦論啓, 不允。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2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재정-국용(國用)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