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김류가 남이공을 두둔하고 옥당을 비판하다
상이 주강에 자정전에서 《맹자》를 강하였다. 지사 김류가 아뢰기를,
"신은 보잘것 없는 자질로 욕되게 전석(銓席)을 차지하였으니, 밤낮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직 마음을 치우치지 않게 가지고서 우러러 성상의 뜻에 보답하려 할 뿐입니다. 요즘 신이 남이공을 쓴 일은 사심을 둔 것이 아닙니다. 신의 생각에도, 남이공이 소시에는 경박하여 일 벌리기를 좋아한다는 비방이 없지 않았으니 그의 처신을 점검하면 인망에 차지 못한 점이야 있겠지만, 현명한 군주가 반정하여 재주와 기량이 있는 신하를 버리지 않는 중이고 또 편당의 화는 나라를 망치기에 족한 것이라서 신이 항상 경계하여 왔습니다. 때문에 이공을 대각에 의망(擬望)함에 있어 삼공(三公)에게 문의해 보았더니 모두들 가합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옥당의 논의가 갑자기 경각간에 나왔으니, 신은 모르겠습니다마는, 동배들 중에 청질(淸秩)을 지낸 자가 과연 모두 남이공보다 낫습니까. 옥당이 삼공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또 장관에게 청하지도 않고서 경솔하게 발론하였으니 참으로 좋지 못한 일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옥당이 스스로 ‘공론은 막을 수 없다.’ 하였는데,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을 어찌 공론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김류가 아뢰기를,
"홍서봉은 장관으로서도 몰랐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습니까. 박정 등이 발론하던 날 서봉에게 서간을 보내어 겁제(劫制)하는 것처럼 한 일이 있었습니다. 서봉이 가지 않은 것은 이공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조정에는 원래 체면이 있는 것인데 털끝만큼이라도 남과 서로 합하지 않는 점을 보면 문득 소장을 올려 논핵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니, 옛날 이기(李芑) 등 소인의 일이 바로 이와 같았습니다."
하고, 특진관 이귀(李貴)는 아뢰기를,
"요즘 박정 등의 논의가 경솔하다고는 하지만 만일 공론을 가탁하여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배척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본의가 아닙니다. 예로부터 사류(士類)는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것을 직절(直截)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였다. 김류는 아뢰기를,
"사류가 어찌 자기 의견을 치우치게 고집하면서 스스로 직절하다고 하는 자가 있겠습니까. 장관에게 알리지 않고 갑자기 발론한 것은 오직 장관이 들어주지 않을까 염려해서였던 것이니, 이는 기필코 자신의 뜻을 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남의 신하가 되었으면서 기필코 자신의 뜻을 행하려는 그런 조짐은 자라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서봉이 이미 체면을 잃어 관직에 있기가 어려운 형편이어서 관직을 갈아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신의 종적도 이 직위에 있는 것이 마땅치 않으니 속히 신의 관직을 갈아서 몸을 보존하게 하소서."
하고, 이귀는 아뢰기를,
"김류의 말이 잘못입니다. 국가에서 이미 전형을 맡는 지위에 두었는데, 이공을 위하여 거취를 결정할 것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
○庚申/上晝講《孟子》于資政殿。 知事金瑬曰: "臣以無狀, 忝居銓席, 晝夜思度, 惟欲秉心無偏, 仰體聖意。 今者臣之用南以恭, 非有私耳。 臣意亦以爲, 以恭少時, 不無浮薄喜事之誚, 點檢其行身, 雖有不滿人望, 而但明主改紀, 不棄才器之臣, 且偏黨之禍, 足以亡國, 臣常戒之, 故擬以恭於臺閣, 問於三公, 皆以爲可, 而玉堂之論, 猝發於頃刻。 臣未知儕輩中歷敭淸秩者, 果皆勝於以恭乎? 玉堂不待三公之言, 不請長官, 而率爾發論, 誠爲不佳。" 上曰: "玉堂自以爲不能沮遏公議云, 人之所不知, 豈謂之公論乎?" 瑬曰: "洪瑞鳳以長官, 亦不得聞知, 則況他人乎? 朴炡等發論之日, 貽書瑞鳳, 有若劫制者然。 瑞鳳之不往, 非爲以恭地也。 朝廷之上, 自有體面, 而見人一毫不相合, 則輒上章論劾, 惟意所欲。 昔者李芑等小人之事, 如此也。" 特進官李貴曰: "今者炡等之論, 雖曰率爾, 而若謂之假托公論, 排擯異己, 則非其情也。 自古士類, 固執己見, 以爲直截者多矣。" 瑬曰: "士流豈有偏執己見, 自謂直截者乎? 不告長官, 而猝然發論者, 惟恐長官之不聽, 此則必行己志。 爲人臣而必行己志, 其漸不可長也。 瑞鳳旣失體面, 勢難在職, 願遞其職。 臣之蹤跡, 亦不宜居於此地, 亟遞臣職, 以爲保身之地。" 貴曰: "瑬之言非也。 國家旣置於秉銓之地, 則何必爲以恭, 決去就乎?"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