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오랑캐 사이에서 현명히 처신할 것을 명하다
전교하였다.
"적의 형세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데, 우리 나라의 병력과 인심은 하나도 믿을 만한 것이 없다. 고상한 말과 큰 소리만으로 하늘을 덮을 듯한 흉악한 적의 칼날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 적들이 말을 타고 들어와 마구 짓밟는 날에 이들을 담론으로써 막아낼 수 있겠는가. 붓으로 무찌를 수 있겠는가. 널리 조정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무슨 일에 도움이 되겠는가. 대개 중국 사람들이 비록 귀순을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란 천리에 퍼지고 듣고 보는 이가 매우 많은데 하필이면 이 길을 통해서 나오겠는가. 하물며 중국의 사신은 이웃 나라에 편지나 가지고 오가는 사람이 아니다. 이후로 글의 격식을 고치고 만포(滿浦)를 경유하여 나오도록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다시 유시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도록 하고 뒤에 절대로 중국 사람들의 이목을 번거롭게 하지 말라. 그리고 파견되어 나온 오랑캐가 있는 곳으로 자세하게 답장을 보내되, 다만 강홍립 등의 서장(書狀)만을 받아서 올려보내도록 하라. 그리고 오중고(吳仲庫) 등에게는 말하기를 ‘이 적의 세력이 크다. 옛날에 처음으로 나라를 세운 임금들 중에는 역시 자신을 낮추어 후한 예를 차리는 경우가 있었으니, 이 적이 어찌 이러한 의도가 없을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 나라는 이미 요양을 상실하여 중국에 조공하는 길이 끊어졌으며 군대는 보잘것없이 약하니 임시로 둘러대는 말로 잘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하도록 하라. 그리고 이른바 ‘조서의 글’이라고 하는 것은 가능하면 몰래 베끼도록 하고 받지 않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것은 종묘 사직의 존망에 관계되는 것이니 경들은 다시 더 의논하여 결정하도록 하여 좋은 방법으로 잘 처리할 것을 〈비변사에 말하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56책 56권 61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78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傳曰: "賊勢日熾, 而我國兵力人心, 無一可恃(之事則)高談大言, 能遏滔天之兇鋒乎? 鐵騎蹂躪之日, 其可以談鋒擊之乎, 筆翰衝之乎? 廣收廷議, 所益何事? 大槪唐人雖曰歸順, 言飛千里, 耳目極煩, 何必由此路出來乎? 況詔使非隣國相通之書, 此後改書格, 由滿浦出來事, 更待下諭後, 十分勿煩唐人耳目, 而差胡處, 詳密答送, 只受弘立等書狀上送, 而吳仲庫等處, 此賊勢大, 古者創業之主, 亦有卑辭厚禮于賊將, 豈無其意乎? 今我國家, 旣失遼陽, 朝天路絶, 軍兵單弱, 不得不以權辭善處云云。 其所謂詔文則或密謄, 不受如何? 此係宗社存亡, 卿等更加商確, 從長善處(事, 言于備邊司)。"
- 【태백산사고본】 56책 56권 61장 A면【국편영인본】 33책 378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