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에서 공납의 양이 부족함을 아뢰고 운반하는 감독으로 심눌을 추천하다
호조가 아뢰기를,
"을사년에 공안(貢案)을 고쳐 상정(詳定)할 때 간략하게 마련하였는데, 그 뒤에 용도가 날로 넓어져 1년 동안 받아들인 것을 가지고 반년도 대지 못합니다. 심지어 장흥고(長興庫)·풍저창(豊儲倉)의 각종 종이에 이르러서는, 원공(元貢)의 숫자로 몇 달의 지공(支供)도 대지 못합니다. 그리고 여러 아문의 진배(進排)는 각각 정해진 숫자가 있는데, 정해진 수 외의 진배가 끝이 없으며,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마구 매질을 가하여서, 얼마 안 되는 하인들이 가재도구를 모두 팔아서 대는데도 끝내 지탱하지 못하고 모두 도망가고 맙니다. 이에 장흥고에는 한 장의 종이도 저축해 둔 것이 없고 사(司)에는 한 명의 하인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난 7월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6, 7개월 동안에 상사(上司)에 지공하는 것을 모두 본 호조에서 갖추어 납입하였는데, 전후의 것을 모두 합하면 거의 1만여 권에 이르고, 시장 사람들에게 빚을 진 종이도 얼마나 되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신들이 각 고을의 공물 지가 목동(貢物紙價木同)을 가져다가 지전(紙梠)의 시장 가격으로 비교해 보니, 두 배로 마련한 외에 남은 목면이 오히려 50, 60동이나 되어 각 아문에 인정(人情)을 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이에 신들이 지전을 방납(防納)하는 두두인(頭頭人)들을 불러서 말하기를 ‘양사(兩司)001) 의 공물을 너희들이 다 받아서 전과 같이 납입하고 나머지 목면을 나누어 먹으라.’고 하자, 모두들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뜻이 있었는데, 그들 중 한두 사람이 그 무리들을 금지시키면서 물러갔습니다. 대개 그들의 뜻은 공물에 대한 이익은 그들이 중간에서 독차지하고 각 아문에게 침해당하는 것은 해사(該司)가 받게 하려는 것인바, 참으로 몹시도 가증스럽습니다.
부득이 근년에 인삼을 진헌하는 규례에 의거하여 공물가목(貢物價木)을 본조에서 받아들이고, 각종의 종이를 팔기 원하는 사람에게서 사들여서 각 아문의 수요에 응한다면, 부족할 걱정이 없을 듯합니다. 이 내용으로 각도에 공문을 보내소서. 다만 방납을 하는 이러한 간사한 무리들이 이미 양쪽에게 모두 편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서 그 이익을 독차지하지 못한 데 대해 분해 하고 있으니, 연줄을 타고 청탁을 해서 일을 무너뜨리고 저지시키는 폐단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이와 같은 자가 있을 경우에는 일일이 적발하여 전가 정배(全家定配)시킬 것으로 승전을 받들어 시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또 아뢰기를, 【비변사가 복계(覆啓)한, 양호(兩湖)와 황연도(黃延道)의 월과 군기(月課軍器)를 사는 데 쓸 가미(價米)를 금년에 한해서 가져다 쓰는 데 대한 일이다. 】
"허다한 쌀과 포목을 거두어 들여서 운반해 오는 등의 일은, 모름지기 특별히 경관(京官)을 파견하고 전심전력하여 감독하게 한 다음에야 능히 그 일을 완수할 수 있습니다. 상호군 심눌(沈訥)은 사람됨이 부지런해서 지난해 관서(關西)에 차임해 보내었을 때 곡식을 운반한 것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심눌을 양호(兩湖)에 보내어 전담하여 관할하게 하되, 차관(差官)의 칭호를 주고 그대로 군직(軍職)에 부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황연도에도 부지런해서 일을 완수할 만한 사람을 가려 뽑아 심눌의 예에 의거해 출발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한다고 전교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심눌은 거칠고 교활한 일개 천얼(賤孼)이다. 그런데 부지런하다고 칭하면서 감독하는 임무를 맡겼으니,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는 것이 역시 당연하지 않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75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543면
- 【분류】재정-공물(貢物) / 재정-창고(倉庫) / 물가-물가(物價) / 상업(商業) / 사법(司法) / 군사-병참(兵站) / 역사-사학(史學) / 인물(人物) / 인사-임면(任免)
- [註 001]양사(兩司) : 여기서는 장흥고와 풍저창을 가리킴.
○戶曹啓曰: "乙巳年間, 貢案改詳定時, 略約磨錬, 厥後用度日廣, 一年所捧, 未及半年。 至於長興庫、豐儲倉各樣紙地, 則以其元貢之數, 不能答數月之供。 諸衙門進排, 各有定數, 而數外進排, 罔有紀極, 少或遲緩, 鞭扑狼藉, 數少下人, 鬻盡家財, 而終不能支, 擧皆逃散。 長興庫則紙無一張之儲, 司無一介下人。 自去七月, 今至六七朔, 一應上司之支供, 皆自臣曹備納, 前後通計, 幾至萬餘卷, 負債市人之紙, 亦不知其幾許。 臣等取考各官貢物紙價木同, 以紙前市直比較, 則倍數措備之外, 所餘之木猶多, 五六十同, 足用於各衙門人情之費。 臣等招致紙前防納頭頭人曰: ‘兩司貢物, 渠等盡數受, 使之如前對答, 而所餘木同分食。’ 云, 則皆有樂受之意, 其中一二人, 呵禁其類而退。 蓋其意則貢物之利, 坐占於中間, 各衙門被侵之患則欲使該司當之, 誠可痛憎。 不得已依近年進獻人蔘例, 貢物價木, 自曹捧之, 各樣紙物, 貿易于願賣之人, 以應諸衙門之需, 則似無不足之患。 以此行文于各道。 而但此防納奸細之輩, 旣不從兩便之令, 以不得專利爲憤, 不無夤緣請囑, 壞事沮抑之弊。 若有如此之人則一一摘發, 全家定配事, 捧承傳施行何如?" 又啓曰: 【以備邊司覆啓, 兩湖及黃延道月課軍器貿用價米, 限今年取用事。】 "許多米布, 收捧輸運等事, 必須另差京官, 專心檢督, 然後可以能濟其事。 上護軍沈訥爲人勤幹, 上年差送關西, 運穀甚多。 今亦以沈訥送于 兩湖, 專委句管, 差官稱號, 仍付軍職。 黃延道亦擇勤幹濟事之人, 依沈訥例發送何如?" 傳曰: "允。"
史臣曰: "沈訥麤猾一賤孽也。 稱以勤幹, 委以撿督之任, 生民之塗炭, 不亦宜乎?"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75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543면
- 【분류】재정-공물(貢物) / 재정-창고(倉庫) / 물가-물가(物價) / 상업(商業) / 사법(司法) / 군사-병참(兵站) / 역사-사학(史學) / 인물(人物)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