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청에서 아뢴 최기의 공초
국청(鞫廳)이 아뢰었다.
"전 목사 최기가 공초하기를 ‘신이 재임할 당시에 율지리(栗枝里)에 사는 고경삼(高景參) 등 25명이 연명으로 등장(等狀)하여, 「동네에 사는 박이빈(朴而彬)과 박희일(朴希逸) 등이 한 마음으로 작당을 하여 불을 지르고 도적질을 하였는데, 박이빈은 어미 앞에서 활시위를 당기며 위협을 하여 집안의 재산을 나누어 가졌고 자기의 형을 구타하였으며, 박희일은 아비의 상중에 있으면서 서모의 동생을 강간하고 헛말을 조작하여 삼촌 숙부를 해치려고 도모하였습니다. 죄악을 저지른 것이 이와 같은데도 징계하여 다스리지 않는다면 윤리 기강이 손상될 것이니, 법률대로 정죄하소서.」 하기에, 신이 잡아와서 추문을 하였더니, 모두 어리석고 나이 어린 사람들이었습니다. 갑자기 감사에게 보고하고 형장 쓰기를 청하자니 잔인할 듯하여, 대략 곤장 30대를 때리는 벌을 주고 행실을 고칠 것을 계칙하던 참에, 그들이 호소하기를 「우리가 장차 조정에 고변(告變)을 하려고 합니다.」 하고는 인하여 이름이 기록된 하나의 종잇장을 바치기에, 신이 가져다가 첫머리를 대략 보니, 뜻은 비록 흉참하나 조어가 형편없어 한바탕 웃음거리도 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해주 한 고을의 사람들을 모조리 적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본도의 감사와 인근 고을의 수령 및 조정에 있는 재신(宰臣)들과 명사(名士)들의 이름도 그 속에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신은 너무나 놀라서 참담한 마음으로 차마 다시 보지 않았으므로 지금 모두 기억하지 못합니다만, 정창연(鄭昌衍)·유희분(柳希奮)·박승종(朴承宗)·박건(朴楗)·박재(朴梓)·박자흥(朴自興)·정광성(鄭廣成)·박홍도(朴弘道)·손척(孫倜)·정문익(鄭文翼)·유희량(柳希亮)·유효립(柳孝立)·이병(李覮)·기준격(奇俊格)·박이서(朴彛叙)·한여직(韓汝溭)·홍준(洪遵)·기윤헌(奇允獻)·박자응(朴自凝)·김시보(金時輔) 등과 같은 자들이 장관(將官)이라는 이름으로 뒤섞여 명록의 앞부분에 적혀 있었습니다.
신이 인하여 생각해 보니, 이 무리들은 이곳 먼 시골에서 생장하였고 나이가 스무 살도 되지 않았으니 조정 인사들의 이름을 알 수가 없었을 터인데도 이렇게 섞어서 기록하였기에, 매우 놀랍고 해괴하였습니다.
해주 한 고을 사람들의 경우는, 그들의 죄악을 인하여 항상 무겁게 치죄하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이에 원망을 품고 무함하는 말을 날조했으리라는 정상을 분명하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창연 이하 여러 재신들은 모두가 나라와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야 할 신하들로서 조금도 그럴 리가 없는데도 또한 그 명단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이 삼가 생각하기에, 이 일은 바로 지난날 김덕룡(金德龍)과 김언춘(金彦春) 등이 저지른 일과 같은 것인데 조정이 바야흐로 무고 사건 하나를 논하고 있는 때 또 전혀 얼토당토 않은 일을 하나 터트린다면 일이 무고에 관계되어 장차 신설(申渫)·윤삼빙(尹三聘) 등과 다름이 없으리라 여겼습니다. 이에 신이 즉시 조카를 감사에게 보내어, 감사의 이름도 그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고, 이런 일을 장차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느냐고 범연하게 물었더니, 감사도 또한 경솔하게 처리해서는 안 되니 풀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반복하여 헤아리건대, 이 형적도 없는 글을 갑자기 치보한다면 무고의 죄에 빠질까 염려되어 차라리 그들로 하여금 직접 가지고 가서 고하게 하는 편이 낫겠기에 즉시 흉서를 그들에게 도로 내어주어 스스로 처리하게 하고, 이어 이빈의 형 박이문(朴而文)과 희일의 삼촌 숙부 박계운(朴啓運) 등을 불러 보증을 세워 석방하였을 뿐입니다. 이 이후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곤장 30대를 친 일은 또한 흉서를 보기 이전에 있었던 일이니 마음대로 사람을 죽게 하였다는 말은 전혀 그럴 리가 없으며 정말 억울한 일입니다.
대개 역모를 도모하는 것은 천하의 극악한 죄악이고 역적을 토벌하는 것은 신하된 자의 대의이니 만약 의심할 만한 자취가 있다면 참으로 마땅히 목욕을 하고서 토벌을 청하기에도 분주하여 겨를이 없었을 것입니다. 하물며 지금은 국가가 공로를 보답하는 은전을 실로 대단하게 베풀고 있는 때인데 신이 어찌 공을 세워 상을 받을 마음이 없어서 먼저 치보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불충 불의한 지경에 빠지겠습니까. 신이 일을 소루하게 처리한 실책에 대해서는 만 번 죽어도 애석할 것이 없겠으나, 만약 법을 무시하고 형장을 남용하여 사람의 목숨을 끊어지게 하였다고 한다면 참으로 애매한 일입니다. 신은 두 조정에서 은총을 받아 관질이 당상에 이르러 영화와 총애가 이미 극에 달하였습니다. 이에 몸을 나라에 바칠 마음으로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걱정을 하였는데 이러한 더없이 큰 일을 당하여 어찌 그 사이에 감히 털끝만큼이라도 태만하게 하고 소홀하게 하겠습니까. 〈신의 애매한 사정은 하늘의 해가 내려보고 있을 것이니 상고하여 분간하소서.〉 ’라고 하였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474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치안(治安)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鞫廳啓曰: "前牧使崔沂供稱: ‘臣在任時, 栗枝里居高景參等二十五人, 連名等狀曰: 「同里居朴而彬、朴希逸等, 同心作儻, 衝火作賊, 而彬則彎弓母前, 劫分家財, 敺打其兄, 希逸則身居父喪, 强奸庶母之弟, 造作虛語, 謀害同姓三寸叔。 作惡如此, 苟不懲治, 則倫紀敗傷, 依律定罪。」 云云。 臣捉來推問, 則皆是迷劣年少之人, 遽爲報使請刑, 則似爲殘忍, 略加杖罰三十度, 戒飭改行之際, 渠等訴稱, 「吾等將告變於朝廷。」 因納名錄一件紙張, 臣取來略見初面, 則意雖凶慘, 措語無倫, 不滿一笑。 非但盡書海州一邑之人, 本道監司、隣近守令及朝中宰臣、名士, 多在其中。 臣魂驚魄散, 慘不忍再見, 今不盡記, 而如鄭昌衍、柳希奮、朴承宗、朴楗、(朴榟)〔朴梓〕 、朴自興、鄭廣成、朴弘道、孫倜、鄭文翼、柳希亮、柳孝立、李覮、奇俊格、朴彛叙、韓汝溭、洪遵、奇允獻、朴自凝、金時輔等, 雜稱將官, 載於名錄之首。 臣因念此輩生長遠鄕, 年未二十, 朝廷名字, 末由得知, 而雜錄如是, 極爲駭怪。 海州一邑, 則因渠罪惡, 常欲重治, 故渠乃畜怨構陷之狀, 昭然可見。 至於鄭昌衍以下諸宰, 皆是國家義同休戚之臣, 萬不近似, 而亦在其中。 臣竊念此事正類前日德龍、彦春等所爲, 朝廷方論誣告一事之時, 又發大不近似之事, 則事涉誣告, 將與申渫、尹三聘等無異。 臣卽送姪子於監司處, 不言監司之名亦在其中, 而泛問此等事, 將何以處置云, 則監司亦曰: 「不可輕處, 當使放送云。」 臣反覆思量, 將此無形之書, 遽爲馳報, 則恐陷誣告之罪, 莫如使渠等親自持告, 故卽以凶書還給渠等, 使之自爲。 仍招而彬同生兄而文、希逸三寸叔啓運等, 保授放送而已, 此後之事, 專未知之。 三十度打下, 亦在於不見凶書之前, 擅殺之言, 千萬理無, 千萬曖昧。 大槪謀逆, 天下之極惡, 討逆, 臣子之大義。 若有疑似之迹, 則固當沐浴請討, 奔走不暇。 況今國家報功之典, 實出尋常, 臣豈無希功望賞之心, 而不先馳報, 自陷於不忠不義之地乎? 臣處事疎漏之失, 萬死無惜, 若曰蔑法濫刑, 滅絶人命, 則千萬曖昧。 臣受恩兩朝, 官至堂上, 榮寵已極, 忘身徇國之心, 夙夜耿耿, 當此莫大之事, 何敢一毫慢忽於其間乎? (臣之曖昧情由, 天日昭臨, 相考分揀。)’"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474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치안(治安)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