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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 92권, 광해 7년 7월 17일 임술 1번째기사 1615년 명 만력(萬曆) 43년

이짐이 사당을 심고 다투며 사치 풍조가 극심해지는 등 국세가 위태로움을 아뢰다

지평 이짐(李埁)이 아뢰기를,

"오늘날 국세가 위태롭고 인심이 흩어져서 〈이미 어찌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선 그 가운데서 큰 것을 가지고 말해 보겠습니다.〉

안으로는 조정 사대부들이 분열되고 사론(士論)이 갈라져 있으며, 사정(邪正)이 뒤섞이고 시비가 전도되어 있으며, 각자 사당(私黨)을 심고 다투어 문호(門戶)를 세우고 있습니다. 간혹 강개하고 충분(忠憤)에 찬 사람이 있어서 함께 협동하고 화합하여 시대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자 하더라도 형세가 모순되어 갖가지로 불화만 생깁니다. 〈이것은 마치 향기로운 풀과 비린내나는 풀, 얼음과 숯이 한 그릇 안에 뒤섞여 있는 것과 같으니, 서로 용납되지 못함은 형세상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탐오가 풍조를 이루고 염치가 상실되었으며, 뇌물 수수가 공공연히 행해져 뇌물 꾸러미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마침내 대소 신료들이 인의(仁義)는 팽개친 채 이끗만을 생각하면서 서로 접하기에 이르렀으니,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음은 당연한 것입니다. 기강이 해이해져 온갖 관사가 업무에 태만하여 유유범범하게 그럭저럭 날짜만 보내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만 편할 마음을 품고 있고 관리들은 자신만 아끼고 있습니다. 법도가 무너지고 호령이 엄하지 않아 퇴미(頹靡)함이 풍조를 이루어 전연 괴이하게 여기질 않습니다. 이에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고식적으로 답습하고만 있으니,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은 당연한 것입니다.〉 사치 풍조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극심해지고 제택(第宅)의 제도가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사치스러워집니다. 하급 관리가 명주옷을 입고 선비가 비단옷을 입으며, 아전과 미천한 종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갓옷을 걸치며 높다란 집에 거처하면서 떡 벌어지게 상을 차립니다. 옛사람이 이른바 사치의 해가 홍수의 재앙보다도 심하다고 하였으니 두려워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인심이 흩어지고 풍속이 나빠져 길거리와 마을에서 오로지 부박한 의논을 일삼고 있습니다. 궁중안의 거조와 조정의 득실에 대해 아무나 다 옳으니 그르니 하면서 와언으로 선동하고 원근에 전하여서 성시(城市)에서 떠들어대고 있고 팔도 사람들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유식한 사람들조차도 따라서 비방해대며 조금도 꺼리지 않습니다. 이에 비록 망측한 변고가 갑자기 서울 안에서 일어난다 하더라도 반드시 새나 물고기처럼 놀라 흩어져 다시는 군신간의 의리를 돌아보지 않을 것이니, 어찌 크게 한심스럽지 않겠습니까.

밖으로는, 수령들이 어진 자가 아니고 변장들이 적임자가 아니어서 침학만을 일삼고 긁어들이기만을 힘쓰고 있습니다. 이에 민력(民力)이 이미 고갈되고 군정(軍情)이 이미 흩어졌으며, 노약자들은 죽어서 나뒹굴고 장정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온 나라 3백 60 고을이 울부짖으면서 물과 불 속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다가 근년 이래로 홍수와 가뭄이 잇달아 기근이 거듭되고 여역이 치성하여 죽는 자가 잇따르고 있어, 병화(兵火)에서 겨우 살아남은 백성들이 한 사람도 보존되지 못할 판입니다. 한 사람이 1백 호의 부역을 감당하고 한 장정이 열 집의 세금을 내고 있어서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고 기상이 처참합니다. 그런데도 조정에서는 바야흐로 심상하게 보아서 강 건너 불 보듯이 하고 있습니다.〉 호조에서는 긁어들이는 것으로 충성을 바친다 여기고 병조에서는 침학하는 것을 좋은 계책으로 삼고 있습니다. 천재(天災)와 시변(時變)이 달마다 발생하고 있는데도 〈구언(求言)하는 전지는 대궐에서 내려지지 않고 민생이 거꾸로 매달린 듯 다급하여 나라의 근본이 날로 흔들려 가는데도 세금을 감한다는 명은 정부에서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이 이에 이르면 곧장 통곡하고 싶어도 되지가 않습니다.

〈아, 나라의 형세가 위급함이 이와 같고 사람들의 마음이 떠난 것이 또 저와 같습니다. 풍속이 저와 같이 야박스럽고 민원이 이와 같이 드높습니다. 그러므로 강직하고 정직한 자가 책임을 맡더라도 직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기롱을 면치 못할 것이니, 신과 같이 나약한 자는 결단코 할 수가 없습니다.〉

아, 남이공에 대해서 죄를 청하는 것은 온 나라의 공론인데 외척이 가로막고 있으며, 오적(五賊)에 대해 안율(按律)하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데도 성상께서는 살피지 않고 계십니다. 심지어는 무식한 무부(武夫)와 하찮은 무리들을 논열한 지 이미 오래되어 세월이 점점 흘러가는데도 성상의 허락은 아직도 내리지 않고 이와 같이 굳게 거절하기까지 하시니, 아, 오늘날의 언관은 장차 어디에서 직분을 다하겠습니까. 신을 체직하라 명하소서."

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127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400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司法) / 군사(軍事) / 재정(財政)

乙卯七月十七日壬戌,持平李埁啓曰: "今國勢杌隉, 人心渙散。 (已至於無可奈何地頭, 姑就其大者言之。) 內而朝紳分裂, 士論携貳, 邪正混淆, 是非顚倒, 各樹私黨, 爭立門戶。 間或有慷慨、忠憤之人, 雖欲同寅協恭, 共濟時艱, 勢輒矛盾, 種種生梗。 (是猶雜薰蕕氷炭於一器之中, 其不可相容也必矣。) 貪汚成風, 廉恥道喪, 賄賂公行, 苞苴絡繹。 (終至於大小臣僚, 去仁義懷利以相接, 其不可爲國也必矣。 紀綱解弛, 百司怠官, 悠悠泛泛, 玩愒度日, 人懷自便, 吏愛其身。 法度廢弛, 號令不肅, 頹靡成習, 恬不知怪。 擧一世皆入於因循姑息之地, 其不可有爲也必矣。) 奢侈之風, 愈往愈極; 第宅之制, 日以益侈。 下士衣綾段, 韋布服紬絹, 吏胥、賤隷, 襲華重裘, 高樓以處之, 方丈而食之。 古人所謂奢侈之害, 甚於水火者, 可不懼哉? 人心離散, 風俗蕩然, 街談巷議, 惟務浮誕。 宮禁擧措, 朝廷得失, 愚夫愚婦, 皆得以是非之。 訛言煽動, 遠邇傳習, 城市倡之, 八路同聲。 甚至有識之人, 亦從而譏議, 略不顧忌。 雖或有罔測之變, 卒發輦轂之下, 將必鳥驚魚駭, 無復有君臣之分義, 豈不大可寒心哉? 外而守令非良, 邊將匪人, 侵漁爲事, 剝割是務。 民力已竭, 軍情已散, 老弱壑, 丁壯散而之四環, 三百六十州, 嗷嗷然如在水火之中。 加以近年以來, 水旱連仍, 飢饉荐臻, 癘疫熾發, 死亡相繼, 兵燹餘民, 靡有孑遺。 一夫而支百戶之役, 單丁而應十家之賦 (冤號徹天, 氣象愁慘, 朝廷方且狃於尋常, 秦親越瘠。) 度支以加斂爲獻忠, 兵部以侵漁爲長策。 天災、時變, 式月斯生。 (而求言之旨, 未下於楓宸, 民生倒懸, 邦本日搖, 而減稅之令, 未聞於黃閣。) 思之至此, 直欲痛哭而不可得也。 (嗚呼! 國勢之憂危如此, 人心之離散又如彼, 風俗如此其偸薄, 民怨如此其孔棘。 雖剛方正直者, 當之不免, 有曠官之剌, 如臣疲軟, 決不可爲也。) 嗚呼! 以恭之請罪, 一國之公論, 而外戚沮遏之; 五賊之按律, 萬口之同辭, 而聖上不之察。 以至於無知武夫、 幺麽鼠輩, 論列已久, 越歲逾時, 而兪音尙閟, 牢拒至此。 吁! 今日之言官, 將何所盡瘁耶? 請命遞斥臣職。" 答曰: "勿辭。"


  • 【태백산사고본】 32책 32권 127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400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司法) / 군사(軍事)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