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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53권, 광해 4년 5월 15일 무신 9번째기사 1612년 명 만력(萬曆) 40년

우의정 이항복이 존호를 올리는 일에 유영경이 엄폐했다는 것을 알지 못함을 아뢰다

우의정 이항복이 아뢰기를,

"맨 처음 존호를 청하자고 의논할 적에 양사의 계사를 보니, 유영경이 엄폐했다는 등의 말이 있어서, 신이 좌의정 이덕형에게 ‘당시에 이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 보니 ‘듣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인하여 덕형이 말하기를 ‘논공(論功)이 절반도 끝나기 전에 나는 병으로 체직되어 그 뒤의 일은 들어서 아는 바가 없네. 그대는 원훈(元勳)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참여했으면서 어찌하여 내게 묻는가?’ 하였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나는 빈청(賓廳)에 있으면서 이같은 기색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묻는 것이네.’라고 하였습니다. 속담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고 했으니, 이 말이 나오게 된 것은 반드시 연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당시 어떤 사람이 그의 집으로 찾아가 의논하니, 영경이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다가 빈청에 이르러 뭇의논이 모두 같자 비로소 이에 따라서 그리 된 것인지 대개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뒤 얼마 있다가 물의가 더욱 일어났는데, 어떤 사람이 신에게 사사로이 묻기를 ‘빈청과 양사의 계사가 말이 다른 것은 어째서인가?’ 하니, 신이 응답하기를 ‘한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은 한정되지만, 천하의 말은 끝이 없는 법이다. 같은 한마디 말이지만 들은 자도 있고 듣지 못한 자도 있는 것이니, 다르다고 한들 무슨 손상이 되겠는가. 설령 영경이 이처럼 엄폐하였더라도 이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 되어 하늘의 큼에는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니, 성명(聖明)에게 무슨 손상이 되겠는가.’ 하였습니다.

그저께 올린 양사의 계사를 보고, 신이 또 묻기를 ‘성난 목소리로 꾸짖어 좌절시켰다고 하는 것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하니, 덕형이 말하기를 ‘전혀 이런 일이 없다.’ 하고, 이어 대략 그 자초지종을 들어 아뢰었습니다만, 신은 끝까지 감히 이 한 조목을 계사에 두지 못하였습니다. 돌아보건대 덕형의 본뜻은 임금에게 고할 때에는 사실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감히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억지로 않는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오늘 이른 새벽에 신이 혼자서 대궐에 다다르니, 덕형이 이에 대한 의논이 있다는 것을 듣고 감히 대궐에 나오지 못하였습니다. 무릇 남과 더불어 일을 계획하다가 실패했는데도 홀로 죄를 면하는 것은 신이 부끄러워하는 바입니다. 신이 이미 덕형과 함께 이마를 맞대고 상의했었으면서 덕형은 죄를 기다리고 있는데 신은 백관을 거느리고 있는 것은 마땅하지 않음을 신이 알고 있습니다. 구구한 저의 의견이 비록 이와 같으나, 내일 나와보지 않기까지 한다면 이는 크게 물의를 공경하는 도리가 아닙니다. 압반(押班)086) 하여 정청(庭請)하는 일은 원임(原任) 대신이 있으며, 백관을 거느리는 일은 본부의 찬성(贊成)이 있으니, 간절히 빌건대 성명께서는 신의 직을 체차하여 일의 체모를 온당히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양사가 소요를 야기하여 경들이 제각기 불안하게 되었으니, 내 마음이 몹시 괴로워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지금의 이 정청은 원래 해야 할 일이 아니니, 경들은 출사하여 역옥(逆獄)을 다스리고 물러가 피하려는 계책을 하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138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61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 / 사법-탄핵(彈劾) / 인사(人事) / 정론-간쟁(諫諍) / 변란-정변(政變)

  • [註 086]
    압반(押班) : 조회할 때 반열을 거느리는 것.

○右議政李恒福啓曰: "當議請號之始, 得見兩司之啓, 有‘永慶掩蔽’等語。 臣問左議政李德馨曰: ‘當時有是事耶?’ 德馨曰: ‘未聞也。’ 因言曰: ‘論功未半, 我以病遞, 後無所聞知。 以元勳, 終始同參, 何乃問我?’ 臣言: ‘我在賓廳, 未嘗見如許氣色, 故問之耳。’ 鄙諺: ‘不爨無煙。’ 此言之發, 其必有由耶。 其時有人, 往議于私第, 永慶始有難色, 及到賓廳, 群議齊同, 則始乃從之也歟, 蓋不可知也。 俄而物議益發, 人有私問于臣者曰: ‘賓廳、兩司之啓, 言有異同, 何歟?’ 臣應之曰: ‘一人之聞見有限, 天下之言語無窮。 同是一語, 而有聞有未聞者, 則異同何傷?設令永慶有此掩蔽, 隻手障天, 不害爲(覆盆)之, 大於聖明何損益焉?’ 及見再昨兩司啓辭, 臣又問曰: ‘「厲聲折之」云者, 何謂耶?’ 德馨曰: ‘全未有是。’ 仍略其始末以啓, 臣終不敢以此一款, 置諸啓辭。 顧其本意, 不過告君以實, 不敢强其所不聞以爲聞耳。 今日早晨, 臣踽踽赴闕, 則德馨聞有是議, 不敢詣闕。 凡與人謀事, 敗則獨免, 臣所恥也。 臣旣與德馨抵頭頂相議, 而德馨竢罪, 臣率百官, 知非所宜。 區區愚見, 雖或如是, 至於明日來, 則大非所以敬物議之道也。 押班廷請, 自有原任大臣, 糾率百官, 自有本府贊成, 懇乞聖明許遞臣職, 以安事體。" 答曰: "兩司惹起騷擾, 以致卿等各自不安, 予心甚勞, 難以爲諭。 今此廷請, 元非可爲之事, 卿等出莅逆獄, 毋作退避之計。"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138장 B면【국편영인본】 32책 61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 / 사법-탄핵(彈劾) / 인사(人事) / 정론-간쟁(諫諍)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