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 정호서와 김성발이 허균의 과거 문제를 거론하고 사직을 청하다
정언 정호서(丁好恕)·김성발(金聲發)이 아뢰기를,
"〈신들이 모두 형편없는 자들로서 언관의 직책을 수행하고는 있습니다만, 일이 생기는 대로 곧바로 논하여 직분상 해야 할 일은 기필코 다해야 한다는 생각만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殿試)를 거행했을 때 허균이 일개 대독관(對讀官)의 신분으로서 제멋대로 사정(私情)을 행한 자취가 여러모로 드러났는데, 심상하게 처리하여 죄를 적용한다면 그 악을 응징하는 데에 부족하겠기에 신들이 잡아다 국문하도록 계청하여 율에 따라 죄를 정하도록 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정이 가해진 과거 응시자 5인에 대해서는 이미 헌부의 계사(啓辭)로 발론되어 현재 합격의 취소가 요청되고 있는 중인데, 신들이 어찌 조금이라도 그들을 비호하려는 마음을 갖고서 그들의 합격을 취소하는 일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이겠습니까.
다만 합격자 명단이 발표된 뒤로 외간에 전파되고 있는 말을 듣건대, ‘아들 사위 동생 조카의 합격자 명단[子壻弟姪之榜]’이라고 하는가 하면 또 ‘사돈·문정의 합격자 명단[査頓門庭之榜]’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들 사위 동생 조카는 이미 5인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사돈이란 바로 과거 응시자 이창후(李昌後)가 시관(試官) 이이첨(李爾瞻)과 혼인 관계를 맺은 것을 가리키고, 문정이란 이식(李植)이 바로 허균에게서 수업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 모두가 고관(考官)과 친밀한 자들인데 합격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정을 행했다고 생각하면서 입이 있는 자는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들이 이목(耳目)에 해당하는 직책을 수행하는 관원으로서 어떻게 감히 전하의 앞에서 숨길 수가 있겠습니까.
대체로 볼 때 공론(公論)으로 이미 발동된 것이 일단 저와 같고 외간에 전파된 것이 또 이와 같은데, 옛날부터 지금까지 어찌 이와 같은 합격자 발표가 있었겠습니까. 만약 한 사람 한 사람 합격을 취소하라고 청한다면 모두 근거할 만한 자취가 꼭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그 합격자 발표대로 그냥 둘 경우에는 나라에서 말들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신들이 합격을 전면 취소하도록 계청한 것이야말로 공도(公道)를 넓히고 국론(國論)을 안정시키기 위한 마음에서 나온 것일 뿐이니, 어찌 그 사이에 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이었겠습니까. 그런데 신들의 성의가 천박한 나머지 전하께서 듣고 감동하시도록 해 드리지 못한 결과 성상께서 준엄한 비답을 내리시게까지 하였으니, 결단코 뻔뻔스럽게 자리를 그대로 차지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신들의 직을 체척하도록 명하소서."
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이식을 허균의 문하라고 한 그 말은 진정 잘못된 것이다. 간관의 말은 공명 정직해야 하고 사람들에 의해 동요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위로는 임금의 마음을 깨우치고 아래로는 듣는 이들을 수긍하게 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당대에 공론을 신장시키고 후세에 모범을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문정이란 기실은 이이첨과 정준(鄭遵)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그런데 김성발과 정호서 등이 이첨의 위세를 겁낸 나머지 감히 사돈·문정을 합쳐 척론(斥論)하지는 못하고 슬쩍 이식으로 바꿔 말을 했으니, 잘못을 꾸며 임금을 속이고 사실과 다르게 일을 논한 죄를 정말 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그 말이 신임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58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인사-선발(選拔) / 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
○庚戌十一月二十二日癸丑 亥正言丁好恕、金聲發啓曰: "(臣等俱以無狀, 待罪言地, 惟欲隨事直論, 期盡職分之所當爲。 而)今此殿試時, 許筠以一對讀官, 專擅行私之迹, 不一而足, 尋常科罪, 不足以懲其惡, 故臣等啓請拿鞫, 欲依律定罪矣。 至於所私擧子五人, 已發於憲府之啓, 方請削科, 則臣等豈有一毫容庇而難於請削者乎? 第自榜出之後, 外間喧傳以爲子壻弟姪榜, 又有査頓門庭榜之說。 子壻弟姪已在於五人之中, 而査頓乃指擧子李昌後爲試官李爾瞻之姻家也, 門庭, 指李植, 乃筠受業之人也。 此人等皆以考官親密之人而得參, 故人以爲用情, 有口皆言, 則臣等職忝耳目之官, 何敢有隱於天日之下哉? 蓋其已發於公論者, 旣如彼, 喧傳於外間者, 又如此, 自古及今, 安有如此之榜乎? 若一一請削, 則未必俱有可據之迹, 苟存其榜, 則國言未已。 臣等之啓請罷榜者, 實出於恢公道、定國論而已, 豈有他意於其間哉? 臣等誠意淺薄, 不能感動天聽, 致有聖批嚴峻, 決不可靦然仍冒。 請命遞斥臣等之職。" 答曰: "勿辭。"
史臣曰: "謂李植爲許筠門庭, 則其言固非也。 夫諫官之言, 公正明直, 不爲人所撓屈, 然後可以上悟君心, 下協群聽, 而得伸於當時, 垂示於後世也。 今門庭之說, 其實指李爾瞻之於鄭遵也。 聲發、好恕等怵畏爾瞻之威, 不敢以査頓、門庭竝斥論之, 而隱然以植爲言, 其飾非欺君、論事失實之罪, 固不可免也。 宜乎! 其言之不見信也。"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58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인사-선발(選拔) / 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