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시 제조 우의정 심희수 등이 나쁜 말을 진헌한 책임으로 대죄하다
〈사복시 제조인 우의정 심희수, 연은 부원군(延恩府院君) 김제남이 아뢰기를,
"난을 치른 이후로 국마(國馬)가 아주 적어서 평소의 10분의 1에도 차지 않는데, 진헌하는 것은 많아 평소보다 몇배가 되며, 각 고을에서 분양(分養)하는 것도 한결같이 형편없습니다. 근래에 제주도의 말이 모두 체구가 작은데, 혹자는 풍기(風氣)가 점차 나빠진 탓이라고도 하고, 어떤 자는 종자가 아주 나빠서 그런 것이라고 하는데, 실로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봄부터 이미 오늘날의 사은하는 공마(貢馬)가 있을 줄 알고 근근히 갖추어 왔는데, 해조가 마련하여 계하할 때에 1백 필로 기준을 정하였습니다. 이에 본 사복시의 문서와 승문원의 이문 등록(吏文謄錄)에서 상고해 보니, 2백 년 사이에 사시(賜諡)·사제(賜祭)·사부(賜賻)·책봉(冊封)에 대한 사은사의 행차에 이와 같이 숫자가 많은 경우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위에 올리는 막중한 의식이어서 감히 끝까지 따지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끌어모으되, 온갖 방도를 다 하였습니다. 봄에 목장마(牧場馬)를 뽑아낸 것도 역시 부득이한 계책에서 나온 것인데, 본 사복시에서 곧장 기르지 못하고 각 고을에 나누어 보내었는데 때에 다다라 가지고 온즉 피골이 상접하여 결단코 이번 행차에는 쓰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대신 여염에 있는 살진 말로 그 숫자를 채우도록 하였는데, 그 값을 갚지 않은 것이 자못 많으니, 어렵고 군색하기가 막심합니다. 허다한 마필 가운데에 몸집이 작은 말이 혹 뒤섞여 있는 것은 형세상 면키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숫자를 채우면서 병든 말로 구차하게 채운 데에 이르러서는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성상께서 지성으로 상국을 섬기는 뜻을 우러러 받들지 못하고 이런 일이 생기게 하였기에 황공하여 대죄합니다."
하니, 대죄하지 말라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7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32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외교-명(明) / 교통-마정(馬政) / 인사-관리(管理)
○(司僕寺提調右議政沈喜壽、延恩府院君 金悌男啓曰: "經亂以來, 國馬甚少, 未滿平時十分之一, 而進獻浩大, 倍蓰平時, 各官分養, 一樣無形。 近年濟州馬率皆體小, 或謂風氣漸薄之致, 或謂種類甚劣而然, 實未詳其故也。 自上年春, 已知有今日謝恩貢馬, 僅僅措備, 而該曹磨鍊啓下之時, 至以一百匹爲準。 考諸本寺文案及承文院吏文謄錄, 則二百餘年間, 賜諡、賜祭、賜賻、冊封謝恩之行, 未見有如此數。 而享上莫重之儀, 不敢終始論辨, 拮据湊合, 算無遺策。 當春捉出牧場馬, 亦出於不得已之計, 而不能直養於本寺, 分送各官, 臨時取來, 則皮骨稜稜, 決難及用於此行。 須至强取閭閻肥澤之馬, 以充其數, 未償其價者頗多, 艱窘莫甚。 許多馬匹中, 或有體小相雜, 則勢所難免。 而至於補數之病馬苟充, 則實所可駭。 不能仰體聖上至誠事大之意, 致有此事, 惶恐待罪。" 傳曰: "勿待罪。")
- 【태백산사고본】 7책 7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32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외교-명(明) / 교통-마정(馬政)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