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원이 중국에서 규옥을 사오지 말 것 등을 아뢰다
사간원이 아뢰기를,
"지금 즉위의 초기를 당하여 또 흉년이 든 때를 만났습니다. 오직 마땅히 검약의 덕을 삼가고 힘써 간략함을 좇아 위로는 하늘의 마음을 돌리고 아래로는 백성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 듣건대 성상께서 유사를 명하여 중국에서 규옥(圭玉)을 사오게 하고 비단을 무역할 숫자가 몹시 많으며 태복(太僕)이 또 어승마(御乘馬)를 멀리 연경 시장에서 무역할 것을 계청하였다고 합니다. 이를 보고 들을 때 그 누군들 실망하지 않겠습니까.
대개 규(圭)는 천자의 하사가 있는 것이고 또 확인해보는 법이 있으니 그 사사로이 개정할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대포(大布)·대백(大帛)으로 검약의 미덕을 밝히는 것이 실로 오늘의 급선무이니, 비단은 무역할 것이 아닙니다. 옛날에 임금은 이국에서 난 말은 타지 않는 법이어서 한 문제(漢文帝)가 천리마를 물리쳤으니, 태복의 간청 또한 너무도 잘못입니다. 예전 어느 제왕은 초년에 비단과 갖옷을 불사른 미덕이 있었는데도 오히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는 기롱이 있었습니다. 하물며 지금은 시초를 삼가야 할 때인데이겠습니까. 옛사람의 말에 ‘작은 행실을 삼가지 않으면 끝내 대덕(大德)을 더럽힌다.’고 하였으니, 규옥·비단·어승마 등을 무역하지 말게 할 것을 명하소서.
〈전라 좌수사(全羅左水使) 조의(趙誼)는 본래 비열하고 자잘한 사람으로 탐욕스럽고 포학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전에 남원 부사(南原府使)가 되었을 때 백성을 학대하여 자신을 살찌게 한 일로 사람들이 모두 지금까지 욕하고 있는데, 본직에 제수되자 더욱 탐욕을 부려 조금도 꺼리는 일이 없으므로 온 도의 군졸들이 원망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곤수(閫帥)의 직임을 맡길 수 없으니 파직을 명하소서.
죄인 허준(許浚)의 죄악은 온 나라 사람이 다 아는 바라 다시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배된 후에도 기탄없이 방자하여 태연스럽게 출입하기를 평인과 다름없이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잠상인(潛商人)들과 내통하며 꺼리는 일이 없습니다. 본래 흉악 패려한 사람으로서 항상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으니 뜻밖의 염려가 없지 않습니다. 청컨대 위리 안치를 명하여 출입하지 못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규옥은 곧 원유관(遠遊冠)·강사포(絳紗袍)의 구색이니, 하사한 면복의 규옥을 고치려는 것이 아니다. 원유관에 소용되는 규옥은 전부터 중국에서 무역해 왔던 것이다. 또 왕자·옹주의 명년 가을 혼례시 소용되는 비단 등의 물건은 시기에 임박해 시중에서 취해 쓰기란 일이 몹시 구차하고 민원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상방(尙方)이 연례로 무역하는 것에 그 숫자를 약간 더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아뢰니 마땅히 다시 의논하여 정탈하도록 하겠다. 말 역시 해사가 전례에 의해 무역을 청한 것이나, 무역하지 말도록 하겠다. 〈조의에 대해서는 객사(客使)가 지금 막 와서 해변의 방비가 참으로 긴급하니 우선 추고하고, 허준에 대해서는 그가 어찌 방자하게 원망을 품는 일이 있겠는가. 내버려두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6권 78장 B면【국편영인본】 31책 417면
- 【분류】외교-명(明) / 교통-마정(馬政) / 의생활(衣生活) / 왕실-종친(宗親) / 무역(貿易) / 역사-고사(故事)
○司諫院啓曰: "今當嗣服之初, 又値凶歉之日。 惟當愼乃儉德, 務從簡約, 上以回天之心, 下以示則于民。 今聞自上命有司, 市圭玉於上國, 段匹貿易之數甚夥, 而太僕又啓請御乘馬遠貿於燕市。 瞻聆所及, 孰不缺望? 夫圭自有天子之賜, 又有考瑞之典, 則其不可私改明矣。 大布、大帛以昭儉德, 實是今日之急務, 則段匹非所當貿。 古者國君不乘異産, 而漢 文却千里馬, 則太僕之請, 亦極非矣。 在昔帝王初年, 有焚繡焚裘之美, 尙未免鮮終之譏, 況今謹始之日乎? 古人曰: ‘不矜細行, 終累大德’。 請竝命停止圭玉、段匹、御乘馬等物, 勿爲貿易。 (全羅左水使趙誼, 本以鄙瑣之人, 加以貪虐。 前爲南原府使時, 虐民肥己之狀, 人皆至今唾罵。 及授本職, 益肆貪饕, 略無所忌, 一道軍卒, 莫不怨咨。 如此之人, 不可委以閫帥之任。 請命罷職。 罪人許浚之罪惡, 國人所共知, 不必更論。 及其定配之後, 放恣無忌, 非但出入自如有同平人, 至於交通彼此潛商之徒, 無所禁限。 本以兇悖之人, 常懷怨望之心, 不無意外之慮。 請命圍籬安置, 使不得出入。)" 答曰: "圭玉乃遠遊冠、絳紗袍之具, 非欲改欽賜冕服之圭也。 遠遊冠所用之圭, 自前貿來于中原。 且王子、翁主明秋婚禮所用匹段等物, 臨時取用於市民, 事甚苟且, 民怨必多, 故尙方年例之貿, 使之稍添其數矣。 如是啓之, 當令更議定奪。 馬則亦是該司循例請貿者也, 當使之勿貿。 (趙溟誼 , 客使方來, 海防正緊, 姑爲推考; 許浚, 渠有何放恣懷怨之事? 置之可矣。)"
- 【태백산사고본】 6책 6권 78장 B면【국편영인본】 31책 417면
- 【분류】외교-명(明) / 교통-마정(馬政) / 의생활(衣生活) / 왕실-종친(宗親) / 무역(貿易)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