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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 13권, 광해 1년 2월 5일 정사 1번째기사 1609년 명 만력(萬曆) 37년

중국 조사가 돌아간 뒤 선혜청 작미의 일을 다시 의논하라고 전교하다

전교하였다.

"일전에 인견했을 때 승지 유공량(柳公亮)이 선혜청(宣惠廳) 작미(作米)의 일이 불편한 점이 많아 영구히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을 대략 말하였다. 당초 나의 생각에도 이는 진실로 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겼으나, 본청이 백성을 위해 폐단을 제거하고자 하기에 우선 그 말을 따라 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시험해 보도록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공량의 말을 들으니 심히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나라를 소유한 자가 모두 토양의 실정에 맞게 공물(貢物)을 바치게 한 데에는 그 뜻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방납(防納)으로 교활한 수단을 부리는 폐단을 개혁하고자 하여 이 작미의 일이 있었으니, 그 근원은 맑게 하지 않고 하류(下流)만을 맑게 하고자 한 데 가깝지 않은가.

나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만약 폐단을 개혁하여 백성을 편하게 해주고자 한다면 마땅히 먼저 기강을 세우고, 방납하고서 지나치게 징수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거듭 자세히 밝혀 혹 금령(禁令)을 범하는 자가 있으면 법으로 다스려 조금도 용서하지 않고 조종(祖宗)의 헌장(憲章)을 준행해 어기거나 잊지 않는 것이 좋은 계책인 듯하다. 송(宋)나라신법(新法)006) 이 그 뜻이 어찌 백성을 괴롭히는 데 있었겠는가마는 마침내 구제하기 어려운 화를 불렀으니, 옛 헌장을 변경하는 것은 삼가지 않아서는 안 된다. 가령 이 일이 폐단은 없고 유익함만 있다 하더라도 춘궁(春窮)에 쌀을 내게 하는 것은 그 시기가 아닐 듯하니, 조사(詔使)가 돌아가고 가을이 와서 곡식이 많아질 때를 기다려 다시 의논해도 늦지 않다. 이 뜻을 대신에게 말하여 다시 의논해 아뢰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78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39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재정-공물(貢物) / 재정-전세(田稅)

  • [註 006]
    신법(新法) : 송(宋)나라 때 왕안석(王安石)이 제정한 청묘법(靑苗法)·보갑법(保甲法) 등의 법.

己酉二月初五日丁巳傳曰: "頃日引見時, 承旨柳公亮略言, ‘宣惠廳作米之事, 多有難便, 不可久行。’ 當初予意亦以爲此固難行之事, 而本廳欲爲民除弊, 故姑從其言, 使之試可矣。 今聞公亮之言, 予甚瞿然。 自古有國, 皆任土作貢, 其意有在。 玆者欲革防納刁蹬之弊, 有此作米之擧, 無乃近於不澄其源而欲流之淸者乎? 予見異於是。 如欲革弊而便民, 所當先立紀綱, 申明防納濫徵之禁, 或有冒禁者, 繩之以律, 少不饒貸, 遵守祖宗憲章, 不愆不忘, 恐是得計也。 宋朝新法, 其意豈在於病民, 而終致難救之禍, 變更舊章, 固不可不愼。 假曰此事無弊而有益, 窮春出米, 似非其時, 待詔使回還、秋來穀賤之時, 更議爲之未晩。 此意言于大臣, 更爲商確以啓。"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78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39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재정-공물(貢物) / 재정-전세(田稅)